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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자하는 연대리 Dec 07. 2020

[부동산 투자기] 3. 800만원 올랐을 때 팔걸


“나 주식으로 한달만에 40만원 벌었다.”

“우와, 어떻게 했어? 주식 어려운거 아니야?”

“남자친구가 주식딜러라서 알려줘.”

“헐. 진짜? 나도 할 수 있어?”

“응응, 단톡방이 있어. 너 관심있어?"

"그럼 관심있지! 나도 들어갈 수 있을까?"

"알았어, 친구도 들어갈 수 있냐고 물어볼게.”

“고마워, 진짜 고마워...!!”     


친구가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 40만 원. 사실 어떻게 보면 큰 돈이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부러웠다. ‘내가 놀고 있어도, 돈이 돈을 벌어오다니...그게 가능한 일인가?’ 월에 40만원이면 1년에 480만 원. 연봉 3000만원의 직장인이 연봉인상률이 10% 이상은 돼야 벌 수 있는 돈이다. 그걸 친구는 클릭 몇 번으로 벌고 있었다.     


다음 날, 카카오톡에 메시지 알림이 떴다. ‘000의 주식 상담’이라는 단톡방 링크와 비밀번호가 적혀있었다. 단톡방에 들어가니 나 외에 10명의 사람들이 있었고, 친구의 남자친구는 브루클린이라는 가명으로 매일 색다른 종목을 추천했다.     


‘00주식 현금의 5% 매수하세요. 3500원 위로 올라가면 매수하지 마세요.’

‘지난주에 매수했던 00주식 벌써 20%올랐습니다. 매수하신분들 축하드려요.’     


신기했다. 내가 분석하지 않아도 하루종일 주식만 분석하는 전문가가 종목을 추천해준다니. 그리고 이런 직업이 자산운용사에 실제 존재한다니, 신세계였다. 단톡방이 유료방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을 땐 친구의 남자친구가 대단해보이기까지 했다. 사람들이 돈을 내고도 신뢰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니까. 무료로 정보를 받는게 고마워서 내가 산 종목이 수익이 나면, 2만원짜리 기프티콘도 보내곤 했다. 투자금은 소액이었지만 톡방에 입장한 날부터 일주일 동안 10만원을 벌었다. 시장은 계속 상승세를 탔다. 평균 3일만 기다리면 종목마다 수익률도 쭉쭉 올랐다.

     

‘아니...은행 적금금리가 이거 밖에 안되나...?’     


새로 적금을 들려고 알아보니 일반 은행 적금금리는 아무리 높아도 1.8%, 카카오뱅크는 2.3%였다. ‘해가 갈수록 예금금리는 낮아지는데, 이렇게 돈을 모으는게 맞는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식이 훨씬 좋은 투자처로 보였던게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2% 금리면 1000만원 넣었을 때 20만 원, 여기에 이자소득세인 15.4%를 떼면 월에 약 만 원 가량이 이자로 들어오는 수준인데, 주식에 넣고 5%만 올라도 50만원이다. 은행에 돈을 맡겨두는게 점점 현 시점에 맞지 않는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딩을 받으며 2~3개월이 지나자 매수와 매도가 익숙해졌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사랄 때 사고, 팔라고 할 때 팔기만하면 10% 이상의 수익이 났으니 더 공부할 이유도 없었다. 매수한 종목 중 하나가 40%가 올랐던 날, 이때다 싶어 모든 적금과 예금을 해지하고 주식에 넣었다. 이때 굴리던 돈은 3000만 원이었다.      


그동안 모은 돈 전부를 주식에 몰빵한 것이다.      


10개 종목에 분산해서 투자를 했다. 생소한 기업이 많았다. 어떤 사업을 하는 회사인지, 매출은 어느정도 되는지, 성장성은 얼마나 되는지 하나도 아는게 없었다. 그럼에도 눈을 감았다 뜨면 올라있고, 다음날도 또 올라서 잔고가 3800만 원까지 불어있는 것이 아닌가. 브루클린은 아직 팔 때가 아니라고 조금 더 기다리라고 했다. '이정도 수익이면 팔아야 하지 않을까?' 팔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다. 주도권이 내게 없었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샀으니 혼자 결정할 수 있는 판단의 근거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지켜본지 1주일이 지나자. 3800만 원의 잔고는 2200만 원이 되어있었다.      

‘잠깐이면 괜찮아지겠지...조금씩 다시 돌아올거야. 오빠가 분석까지 다 해본거니 기다려보자.’


2주를 기다리고, 3주를 기다렸는데, 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냥 존버할 수도 있었을 텐데, 현실에서 돈이 필요했다. 여윳돈으로 굴린 것이 아니었다. 전재산을 주식계좌에 넣어둔 것이 문제였다. 갑자기 돈이 필요할 때 대체할 수 있는 현금이 없었다.     




"빠져나와,  호구새키야...!!ㅜㅜ"




+30%에서 –30%가 되어서야 모든 계좌를 정리했다. 매일 경기가 안좋다는 뉴스가 끊임없이 나왔고 다시 올라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더 있으면 있을수록 원금 손실이 커질까봐 눈을 감고 손을 부들부들 떨며 모든 주식을 매도했다. 브루클린으로부터 매도하라는 말은 끝끝내 듣지 못했지만, 나는 그 상황을 견딜수가 없었다. 주식은 아무리 전문가가 추천을 해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모두 도루묵이라는 것을 700만원을 잃고서야 깨달았다.     


친구가 미워보였다.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않았으면 시작하지도 않았을텐데. 하지만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내가 관심을 가진 일이었으니까. 다른 사람의 말만 듣고 하라는 대로 했던 내 잘못이었다. 친구도 물린 종목이 많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공짜로 돈을 벌고,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능력을 키우는 방법은 없다. 당연한 사실인데 700만원의 수업료를 내고 배웠다. 주식 수업료로는 적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겐 2달 이상의 급여 수준이었다. 하루 8시간씩 꼬박 2달을 일한 돈을 1주일 만에 잃었다.     


사람마다 투자 스타일이 다르다고 한다. 나는 이때 처음 내 투자스타일을 알았다. 완전한 ‘안전형 투자자’였다. 원금이 깎이자마자 안절부절 못하고 매일 주식 어플만 봤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퀭한 눈으로 출근하곤 했다. 만약 직접 분석하고 결정해서 투자했으면 어땠을까? 이렇게까지 불안하지는 않았을것이다. 비트코인 사건에서 충분히 배우지 못하고 또 다시 무임승차하려다 돈을 잃었다. 돈을 버는 것을 너무 가볍게 여긴 벌을 받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계좌를 정리하고도, 

리였다는 것을 알고도, 

한동안 이 생각이 머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아....800만 원 올랐을 때 팔고 나왔어야했는데.’        


...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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