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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_2. 아슬아슬 외줄타기...

낯 선 집에서의 첫날밤을 크게 불편해하진 않았다

다만, 침대에서 잘 것으로 예상했던 나의 생각을 단숨에 뒤집었다

내가 방으로 들어오는 동시에 침대 슈~~웅 날아올라서 점프력 실력이 보통이 아닌 걸 좀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초코는 청설모처럼 못 오르는 곳이 없었다

침대에 올라와서도 침대의 좁은 헤드 모서리 부분을 곡예사처럼 왔다 갔다 하며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보여주었다


몸이 작고 가벼워서 가능 한 것일까? 하며 혹시라도 떨어 질까 나는 양손을 벌리며 혹시나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며 보호하고 있었다


새로운 아이들이 입실을 하면 나는 그전에 사용하던 이불을 모두 거더 내고 새로운 이불로 세팅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침대는 그동안 다녀 간 친구들의 냄새가 남아 있는 것 같다


보통이 아닌 후각 기능을 가졌기에 미세하게 남아 있는 냄새를 찾아내느라 바로 자리를 잡고 잠을 청하진 않는다


초코의 불안적 표현이 유난히도 부각이 되는 지점이 자주 발견되었다

우리 집 아들들이 일반적 아이들에 비해 등치가 산만하긴 하지만 덩치가 큰 남자들을 무서워하고 있었다


그전에 토리(푸들/남/1살)도 어찌나 우리 집 아들들을 무서워했던지....


가까워 지려고 수시로 손끝 냄새를 맡게 했지만 1분도 체 안돼서 다시 짖으며 불안을 표현했었다

우리 아들들의 뒤 꽁무니가 진짜 조금이라도 안 보일 때까지 말이다 ㅎㅎㅎ


그런데, 초코의 경우는 약간 달랐다

하루에 처음 봤을 때만 목에 핏 줄이 나오도록 거세게 짖고는 그게 끝이다 ㅎㅎ

  

다행히 두 번째 보고 세 번째 보면 언제 그랬냐며 밝고 경쾌한 초코로 다가왔다


깊은 밤이 되었고, 나는 방안의 소등까지 껐다

저 멀리 반짝이는 하노이 저녁 네온 싸인들의 불빛들이 밤 하늘의 별처럼 초롱초롱 여리게 흔들거린다


어두워진 방에서 초코는 밤 야경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우리 집 초코, 쪼니, 잭슨은 모두가 피곤했는지 각자가 원하는 자리에서 눈을 붙였다


어느 위치에서 어느 자세로 자야 할지 마음을 잘 잡 질 못했다


불 꺼진 방 안에서 초코는 침대의 사면을 모두 휘젓고 다니며 자신이 가장 안전한 장소를 찾으려 노력했다

나는 가만히 초코를 안고 나의 겨드랑이 사이로 쏘~~옥 넣어 봤다

다행히 초코는 이 자리를 받아들였다


간간히 문밖으로 들리는 생활 소음과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면 유일한 자기방어 수단인 짖음으로 표현하곤 했다


나는 어느 정도는 짖도록 시간을 주는 편이다

최대한 조금이라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며 지내야 내가 상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으로 확인되지 않은 소리가 너무 무섭다는 뜻 인가?

무섭지만 용기 내어 짖으며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인가?'


문 앞에서 무섭다는 표현을 하고 있는 초코를 가만히 안고 침대로 데려왔다


이름을 부르고 등을 쓸어 주며 괜찮다고.... 무서워서 그러냐고... 말해 주며 나의 몸에 최대한 밀착 시키며 재워 봤다


고요한 정막이 흐르고서야 초코는 이제야 안심이 된다는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눈을 감았다


아이들의 생활주기가 나와 다르다 보니 새벽 늦게까지 들린 소리 때문에 우리 초코가 깊은 잠을 오래 자진 못했다


새벽쯤 나의 부스럭 소리에 눈을 뜬 초코는 나를 너무너무 반기며 초롱초롱한 눈 빛으로 나의 가슴 위로 올라와 타기 시작했다


가벼운 마사지를 받는 다 생각하고 나는 눈으로 인사를 하곤 자는 척 연기를 했다


신기한 건 내가 진짜로 안 자고 있다는 걸 다 안다는 듯....

초코와 그 나머지 친구들이 나를 하나같이 나에게 몰려와 해 맑게 보고 있었다는.... ㅋㅋㅋ


산책 장비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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