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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_3. 초코의 온기를 정면으로 받고 싶었다

초코들이 (우리 집 초코와 아기 초코) 하루 종일 산책을 못 나갔더니 지루하고 지루해서 힘들어하고 있었다


찬 바람이 하노이 도시를 벗어날 생각이 없나 보다

잠시 마트만 다녀와도 온몸 구석구석을 강타한 황소바람의 여운이 정신을 멍~~ 하게 했다


함께 있던 친구들이 모두들 집으로 가 한가하고 여유로운 한낮이 되었다

초코가 암벽 등반을 하기 전 나는 초코를 끌어안으며 나의 배 위로 올려놓아봤다

초코가 웬일인지 그 좋아하는 암벽등반도 하지 않고 나의 배에 납작 엎드렸다


으~~흐흐 흐흐 넘나 좋아~~~ 이 느낌

아~~따뜻해 ㅎㅎㅎㅎ


숨조차 천천히 쉬며 초코의 온기를 정면으로 받고 싶었다

초코의 작고 여린 몸은 지구를 덥을 만큼 넓은 태양이 되어 나를 하노이 추위로부터 격리 시켜 주었다


초코는 잠시도 나와 떨어져 있질 않았다

내가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거나, 글을 쓰면 의자에 앉다가도 고양이처럼 식탁 위로 올라가 나를 정면으로 보고 싶어 했다

아예 잠까지 자며 자릴 잡는 모습에 ㅋㅋ

식탁 유리판이 차갑겠다 싶어 수건을 깔아 주며 수건 위로 올라오라고 손 짓을 해 주었다


자는 줄? ㅋㅋ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ㅎㅎ

어찌 내 말을 잘 알아듣고는 수건 위로 살포시 몸을 눕히고는 눈을 스르르르 감는 모습에 너무 귀여워서 나는 그만 크~~앜 (입을 틀어막고 조용히 웃었다 ㅋㅋ)


한낮의 낮 잠을 자고 있는 동안 나는 초코들에게 줄 간식을 준비했다

닭고기와 고구마가 점점 익으면서 고소한 냄새들이 초코들의 코 속을 괴롭게 했다


찬 바람 때문에 산책도 못 나가는 초코들에게 이렇게라도 위로를 해 주고 싶었다


늦은 오후 시간이 되자 유령처럼 떠돌던 찬 바람이 사라졌다

바람 한 점 없는 선선한 공기와 사위가 어두워진 시간에 나간 산책이었지만 초코들은 너무도 신이 났다


뚱도 거하게 누고~~ 오줌으로 영역 표시도 자주 하며 오랜만에 일상적 평화로움을 즐길 수 있었다


초코는 다음 동선으로 이동하자는 나의 싸인도 금방 알아들으며 이 동네 영역을 구석구석 알고 싶어 했다


산책을 다녀오면 확실히 기분이 달라진 모습이다

저녁 밥상을 정리하고 남은 집안일로 바빴던 나를 초코들은 조용히 각자가 편한 자리에서 쉬고 있었다


약도 잘 먹는 초코

나는 아기처럼 초코를 안고 한 손엔 주사기를 다른 한 손은 초코의 입을 약간 벌리게 하고 조금씩 약을 입속으로 넣어 주었다


마중 나온 혀가 날름날름 주사기에서 나온 약물을 빨며 꿀꺽꿀꺽 삼켰다

나는 혹시라도 사레가 걸리지 않도록 조심조심 천천히 초코의 먹는 속도에 맞춰 먹였다

초코의 앞 발 겨드랑이 사이로 나의 손을 넣어 초코와 마주 보았다


'고마워~~ 초코, 약도 잘 먹어 줘서~~"


선한 눈매를 가진 초코가 나를 뚫어져라 보며 말하고 있다


"이모~~ 꿀이 있어서 달달하니 먹을 만한 걸요 ㅋㅋㅋ"

라고 한다 ㅎㅎ


내일은 오늘 보다 날이 더 포근할 것 같다

그동안 못 다녔던 산책을 뭉탱이로~~ 다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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