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꼭 홍콩을-.
학교 친구들과 홍콩 여행을 떠났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몰아보고 갔던 홍콩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곳이었다.
현지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것 같았던 그곳은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 나를 웃게 만들었다.
하늘 위에 둥둥 떠 있을 때면 언제나 마음이 편안해진다. 언니는 홍콩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두꺼운 책을 손에 쥐고 비행기에 올랐다. 난 책장 넘기는 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어릴 적엔 비행청소년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었다.
근데 뭐야. 비행하는 거 꽤나 재밌잖아? 물론 그 비행과 이 비행은 많이 다르지만-
어쨌든 나는 비행을 즐기는 어른이 되었다. 우스운 말장난이지만 난 이런 뚱딴지같은 유머가 참 좋다.
혁오의 노래 중에는 '홍콩 택시 드라이버~'라는 가사가 있다. 홍콩에 오면 그게 꼭 하고 싶었고, 역시나 난 그 바람을 이루었다. 홍콩의 택시는 초록과 빨강이 섞인 귀여운 자동차였다. 알아들을 수 없는 광둥어에 마냥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탄 우리는 미터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숙소로 향했다. 지갑에 있는 돈을 계산하며 올라가는 미터기를 바라보는 그 긴장감마저, 여행의 묘미 아닐까?
(어찌 됐든 우리는 예상했던 금액을 벗어나지 않는 금액을 지불하고 안전하게 숙소에 도착했다!)
내 취향이 이상한 건가? 난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비언어적 표현들로 대화를 채워나가는 행위가 싫지 않다. 음.. 사실 좋은 편에 가깝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나의 시선은 상대의 이목구비로 향하게 되는데, 그렇게 집중하면서 소통하는 게 꽤 맘에 들어서일까. 난 소통의 어려움이 주는 답답함이 좋다.
홍콩은 정말 딱 홍콩만의 분위기가 있다. 유럽 같기도 하고... 하와이 같기도 하고.. 동남아 같기도 한 이곳은
"홍콩"
홍콩에 도착한 첫날은 한걸음 걷고 카메라를 들고, 또 한걸음 나아가 카메라를 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홍콩이 얼마나 매력적인 도시인지 설명하려면 밤을 새야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번 글은 일단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다음번엔 홍콩에서 먹은 맛있는 음식들과 함께 찾아오도록 하겠다-.!
매번 겨울이 되면 추운 한국을 벗어나 따듯한 동남아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던 내게 홍콩은 새로운 선택지가 되어주었다. 2월의 홍콩은 초록색으로 가득한 완연한 봄이었다. 이제 내게 홍콩은 더 이상 왕가위 감독의 영화 촬영지가 아니라 따듯하고 자유로운 곳이다. 겨울마다 찾아가 몸을 녹이고 싶은 그런 곳이다.
앞으로 써 내려갈 홍콩의 기억을 통해 당신의 마음에도 햇빛이 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