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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혜 Sep 05. 2023

외향형 엄마와 내향형 엄마 - 2

MBTI 육아: E or I

사실 성격유형이 극단적으로 치우친 사람은 거의 없어. 성격의 선호 경향도 중간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제일 적응적이지. 그래서 정도의 차이일 뿐, 모든 사람들은 외향성과 내향성을 갖고 있어.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향성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아. 많은 사람들이 30대가 넘어가면서 친구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고민을 하던데, 사실 30대부터 50대는 생산성이라는 발달과업을 이뤄나가는 시기야. 생산성에는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것부터 자신의 직업에서 어떤 것을 이뤄내는 것, 나아가 경험이나 지식을 다음 세대에 전수하는 것까지 광범위한 것들이 포함되지. 가정과 회사에 가장 몰두하는 시기인 만큼 당연히 만나는 사람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해지는 거야. 가족을 중심으로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고, 소중한 시간을 써도 아깝지 않은 그런 사람들만 만나게 되는 것이지. 그러니 많던 친구가 다 사라진 것 같다며 시무룩해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이면 돼. 이 시기가 지나고 노년기가 되면 다시 만나는 사람들의 양이 많아진다고도 하니까.


이 시기에 여전히 외향성이 지나칠 정도로 우세하다면, 중요한 일에 에너지를 분배하고 집중해야 하지 못할 수 있어. 끊임없이 모임에 나가거나 친구들을 만나면서 육아나 결혼생활에 소홀할지도 모르지. 그래서 모든 성격은 각자의 기능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내향적인 엄마들은 에너지가 안쪽으로 향하겠지? 외향적인 엄마들과 비슷한 에너지를 갖고 있음에도 그 에너지를 바깥 활동에 써야 할 때 힘들어하는 것 같아. 내향적인 엄마들은 주로 ‘독립’, ‘경계boundary’, ‘안정감’, ‘익숙함’을 선호한다고 해. 엄마의 엄마, 그러니까 네 할머니는 내향적이야. 엄마의 외향성은 네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어. 엄마와 할머니는 아쉽게도 에너지의 방향이 다른 것이지.


엄마는 항상 뭔가를 하고 싶었지만, 할머니는 항상 그 욕구를 충족해주지 않았달까. 지금 생각해 보니 외향적인 엄마의 입장에서는 조금 서운했던 것 같아. 어릴 적 엄마는 사람이 바글바글한 쇼핑센터나 놀이동산에 가고 싶었지만, 할머니는 항상 조용한 공원이나 집 근처 정도만 같이 가주었으니까. 여전히 할머니는 엄마가 커피라도 마시러 카페에 가자고 하면, 집에도 커피가 있다며 커피를 손수 타 준단다. 이제 그런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 그냥 엄마와 할머니가 다른 것일 뿐이야. 가장 가까운 가족임에도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지.


그래서 나를 비롯한 가족들의 성격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한 거야. 만약 남편과 자녀가 외향적이라면, 내향적인 엄마는 남편에게 자녀와의 시간을 보내고 오도록 부탁하고 휴식을 좀 가질 수도 있지. 엄마가 가족들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글쎄. 엄마는 부모의 존재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 가족은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라고도 하잖아. 가족이라는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은 서로 협력해야 하는 관계야. 어느 한 명의 불행을 양분 삼는다고 해서 그 가족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래서 엄마는 엄마들이 행복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향적인 엄마들은 외향적인 엄마들보다도 더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할 거야. 정말로 혼자만 있는 시간이 필요한 거지. 조용하고 고요한 시간들 말이야. 가능하다면 엄마가 그 시간을 만끽할 수 있도록 가족들도 도와주면 좋을 것 같아. 그 시간은 생산적이지 않은 것이 아니야. 가족들을 위해 사용할 에너지를 충전하고 엄마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니 말이야. 혼자 책을 읽거나 카페에 가거나 사색에 잠기거나 아무 생각없이 TV를 보거나 또는 부족한 잠을 자는 것 모두 좋아. 시간이 생길 때마다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홀로 지내는 것은 내향형 엄마들의 정답이 될 수 있지.


그렇다고 내향형 엄마들이 항상 홀로 있고 싶어 하지는 않은 것 같아.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뿐이지. 소수의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또 감정적으로 깊이 교류하는 것을 좋아할 뿐이지. 현대사회에서 내향성은 ‘아싸(아웃사이더)’처럼 치부되기도 하고, 자극적이고 외향형의 이점이 더 많아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피상적인 관계를 유지하는데 굳이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것뿐이지.




많은 연구에서 보상체계에 민감한 외향형과는 다르게 내향형은 위험을 더 잘 감지한다고 해. 보상이 주어진다 할지라도 실패나 위험처럼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면, 행동을 잠깐 멈춘다는 거야. 아이를 키울 때도 마찬가지겠지. 조심스럽지만 신중하지. 또 엄마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진중하게 돌아보고 반추하는 강점을 갖고 있어. 엄마는 할머니가 내향적인 사람이라서 좋은 점도 많았어. 할머니는 정말로 자기를 돌아보는 사람이었어. 미숙하게 합리화하거나 투사하지도 않았지. 잘못하거나 부족한 점은 인정하는 멋진 분이라고 생각해. 


또 모임이 많은 다른 엄마들과는 다르게 할머니는 가족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거든. 일하러 나가는 시간을 빼고는 할머니는 대부분 집에 있었어. '집에 가면 엄마가 있다는 사실'이 그 당시 엄마에게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줬던 것 같아. 할머니의 관심이 밖으로 향하지 않아서 그만큼 사회의 시선이나 기준에도 자유로웠어. 할머니는 주변의 말보다는 스스로의 신념에 따라 엄마를 키웠거든. 엄마에게 어떤 것을 강요하거나 주도해서 끌고 가지 않고, 뒤에서 엄마를 묵묵히 바라봐주었지. 엄마가 닮고 싶은 모습이기도 해.




완벽한 사람은 없듯이 완벽한 엄마도 없어. 각자의 성격대로 장단점을 갖고 있으니 말이야. 특히 엄마와 자녀의 기질이 다르면, 그만큼 어려움도 많겠지. 그래서 서로를 이해해야 해. 자녀를 이해하기 이전에 엄마는 스스로를 알아야 한단다. 나의 성격 선호는 무엇인지, 나의 욕구와 동기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관찰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엄마 중심의 육아가 필요한 거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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