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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주소는요

인디언 소녀가 친구에게 자기 집 오는 길을 설명하는 것처럼

by 따뜻

동그랗게 차들이 지나가는 곳을 지나면

한 백 년쯤 되어 보이는 커다란 팽나무가 보여.

나무 주위를 둘러싼 낡은 나무 의자에 잠시 기대앉아

바람의 길들을 느껴봐.

맞은편 [나중에 또 보자]는

다정한 이름의 편의점이 보일 거야.

달달한 바나나우유 하나 사서,

빨대로 쪽쪽 마시면서 걷는 건 어때?

그때 갑자기 ‘컹컹’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니?

그 소리를 따라 걸어가면 낮은 담장 아래,

꼬리를 기똥차게 흔들고 있는

백구와 잠시 인사를 나누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먼저 인사를 건네는

씩씩한 백구란다.

어디선가 달달한 귤꽃향이 네 코끝을 간지럽힐 거야.

향기가 인도하는 방향으로 계속 올라가다가

하늘을 한번 바라봐.

유난히 파아란 하늘에

검은 양복 빼입은 바쁜 신사 한 마리가 보이지?

어미 제비가 작은 벌레를 물고 새끼 세 마리가 있는

작은 둥지로 날아가는 중이야.

그 방향을 향해 계속 올라가.

제비가족이 우리 집 처마에 세 들어 살고 있거든.

저녁노을이 붉게 물드는 무렵,

길 한가운데 자기네 안방인 양 자리 잡은

누런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니?

조심스럽게 다가가면 그제야 도도하게 일어나

슬며시 앞길을 내어주는

고양이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한 다섯 걸음 앞으로 걸어봐.

노란 우체통이 보이는 돌담집이 보이지?

작은 계단을 올라가면

무성한 무화과가 열려있는 아담한 마당이 나오는데,

거기가 나의 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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