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검정 패딩을 꺼내 입었다.
어제는 맑고 햇살도 따사롭더니
오늘 아침은 우중충하고 서늘한 느낌이다.
추위가 키다리 아저씨 발걸음처럼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 같다.
아침 비자림 산책을 했다.
여름에 보았던 밝은 초록빛이
어느새 짙은 초록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며칠 전 읽었던 박연준의 [소란]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11월이었다. 나뭇잎은 아직 싱싱하게 매달려 있었지만 여름의 초록에 비해 어두워져 있었다. 좁은 길로 들어서자 화산송이가 깔린 흙길이 나왔다. 길은 숲을 흐르는 붉은 강처럼 보였다.
짙은 초록옷을 입은
11월의 비자나무 숲 붉은 강 위를 걷는다.
파도소리가 나뭇잎 사이로 들린다.
눈을 감으면 여기가 숲인지 바다인지
바람소리만 가득하다.
육지에서는 그 흔하디 흔한 가을 단풍인데
여기 비자림 초록 숲 사이 붉은빛을 발견한다.
이 작은 단풍 찾는 것 마저 기뻐
내 마음도 붉게 물든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매달린 나뭇잎들은
하나 둘 떨어지고
숲길을 걸을 때마다 낙엽샤워를 한다.
걸을 때 바닥에 내려앉은 낙엽을 밟을 때마다 나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포테이토칩 먹는 바사삭 거리는 소리로 들린다.
배가 고프다.
산책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아 발걸음을 서두른다.
오늘 아침 숲 사우나 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