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일기
장녀 콤플렉스일까
흔한 장녀의 특징을 말해보자면
누구에게 잘 기대지 않고, 기대하지 않으며, 혼자 씩씩하려고 하는 모습?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기대하지 않는 게 내가 장녀이기 때문이라고 탓을 한다.
차남인 우리 남편은 장녀인 나와 다르게 나에게 따스함을 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어떤 안 좋은 상황이던지 옆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고마운 사람.
이 사람에게 기대면 좋겠지만 나의 무기력과 우울은 전염성이 강해
언젠가는 지쳐 나가떨어질까 두렵다.
나의 하루 감정을 모두 쏟아내기엔 남편도 하루 10시간 일을 하기 때문에
감정소모를 시키고 싶지 않아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삼켜야만 한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언젠가 진지한 대화를 견뎌하지 못하는 남편을 보고
괜히 내 얘기를 꺼냈다가 분위기가 가라앉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
더 장난스럽게 깔깔 웃으며 상황을 넘겼다.
가족에게라도 털어놓고 싶다.
하지만 엄마는 본인 스스로를 돌보기도 버거운 사람이다.
엄마도 우울증 약을 10년 넘게 복용하며 어릴 적 나에게 항상 힘든 모습만을 보여줬기 때문에
엄마는 나의 보호자가 아닌 내가 엄마의 보호자가 되는 것이 더 익숙했다.
아빠는 엄마의 이런 상태에 초반에는 열심히 병원도 데려가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어느샌가 버거워하고 방치했기 때문에 아빠에게 내가 기댈 구석은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모가 나를 감싸주고 돌봐줄 거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래도 나를 정말 아껴주고 걱정해 주는 친구들은 있다.
내가 한창 견딜 수없이 힘들었을 때 밤늦은 시간에라도 달려와주어
손을 꼭 붙잡고 위로해 주던 친구 손의 온기가 가슴 깊숙이 남아있다.
혼자 있으면 불안한 나를 위해 집에 같이 있어주었고
나를 위해 울어주는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친구들도 각자의 생활이 있기 때문에
내가 언제라고 계속 연락해서 힘들다 괴롭다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점점 더 말을 아끼게 되었다.
혹여나 내가 친구들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생각한다는 기분을 들게 할까 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혼자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익명 속에 숨어서 나의 감정을 털어놓는 방법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