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 일기
어쩐지 너무 행복했다.
지난 한 달 동안의 내 일상은 고요했고 뾰족하지도 않았으며
진료 보는 날 특이사항을 말할 것도 없었다.
우울할 땐 러닝이 직빵이라며 신이 나서 말하는 나를 보며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던 교수의 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몰랐다.
이러다가 약 줄여주겠다고 하려나? 하며 내심 기대도 했다.
하고 싶은 게 유난히 많았다.
나 새로운 취미로 터프팅을 해야겠다. 아 터프팅하면 실은 또 뭘 사야하지?
실? 실 사면 또 뜨개질도 해봐야겠다. 뜨개질은 뭘 만드는 거니까 재밌겠다!
뭘 만들까? 아 그럼 베이킹을 해볼까? 주변 지인들한테 나눠주면 다들 좋아할 거야!
빵이랑 커피랑 같이 먹으면 맛있을 거 같다. 생각난 김에 나 홈카페 그런 것도 해봐야겠어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지고 머릿속에서 조잘거리는 나의 생각들이 시끄럽다.
적당한 의욕은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건 충분히 잘 알고 있다.
근데 너무 과한 나 자신을 보며 조증이 왔음을 직감했다.
죽지도 않고 돌아온 각설이처럼 기어코 다시 돌아왔다.
조증인가?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그날 다음부터는 빨대가 꺾이듯 우두득 감정이 꺾였다.
집중하는 게 어려워지는 걸로 시작했다.
글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야 했고 쓰는 것도 힘겹다.
나의 일상을 담는 내용이라 그냥 있는 그대로를 쓰기만 하면 되는데
내 감정을 시간 내서 돌아보는 과정도 싫다.
일주일 이주일 계속 미루다 보니 간단한 글쓰기조차 못한 나를 마주했다.
스스로를 꼴 보기 싫어 회피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약도 잘 챙겨 먹는다.
그 덕분에 눈물로 만들어진 깊은 웅덩이 속에서 버티고 있다.
잘 버티고 있다고 했지 무사히 피했다고는 안 했다?
하, 잘 살고 있는 잔잔한 나에게 의문의 누군가가 돌멩이를 던질까 걱정되어
지레 겁이라도 먹듯 내 마음이 진동하듯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