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년 탁구를 즐기면서 여러 고민의 순간들이 있었다. 셰이크핸드 라켓으로 교체를 고민한 적도 있고, 중국 선수 왕하오처럼 중국식 펜홀더로 교체를 고민한 적도 있다. 라켓도 은근슬쩍 샀었다. 몇 달을 고민하고 실력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물어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 위기를 잘 이겨냈다.
라켓(나무) 종류도 많아서 고민이었지만 최소 3개월마다 교체하는 "러버(고무)" 도 고민이었다. 여러 회사에서 출시하는데 무려 1000가지가 넘는다. 다행히 많은 러버를 써보고 그중에 나에게 맞는 러버를 찾아서 10년 가까이 한 가지만 쓰고 있다. 현재 쓰는 제품이 단종이 되어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여유분으로 몇 장 있어서 천천히 맞는 러버를 찾아볼 생각이다.
매번 러버를 다른 러버로 바꾸게 되면 실력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러버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한데 매번 새로운 러버를 쓰게 되면 익숙해지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미세하게 스윙 각도 같은 데서 차이가 난다. 그로 인해 플레이가 불안해진다.
이 정도면 위기를 잘 넘겼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위기는 1부가 되고 나서 찾아왔다. 1부 승급 후 작은 탁구장에서 열리는 리그전을 찾았다. 며칠 전의 2부와 며칠 후의 1부가 큰 차이는 없겠지만 기분은 남달랐다.
그런데 매번 겨우 예선전을 통과하고 본선에서 계속 패했다. 특히 아주머니들에게 자주 패했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을 했는데 "계속 나가다 보면 좋아지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뒤로도 계속 패했다. 나는 1부가 되면 너무나 쉽게 우승할 줄 알았는데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너무 급하게 승급한 탓일까.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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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을 받아들이다
--> 그 당시 나는 2구, 3구부터 가볍게 포핸드로 선재 공격을 하고 테이블에 어서 떨어져서 드라이브로 랠리를 이어가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몇 번 랠리를 이어가도 상대가 핸디를 많이 받은 상태에서 타이밍 빠른 서브와 빠른 공격을 할 때는 굉장히 불리한 스타일이라고 판단했다. 그럼 이제 어떡하지?
그런 고민이 계속되었다. 나는 나를 잘 알려고 노력했다. 육체적 운동신경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탁구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모두 익혀서 게임에 쓰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나는 1부를 올라가기 위해 아주 기본적인 기술 위주로 플레이했고 빈도가 낮고 어려운 기술은 거의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1부가 되어서 한계를 느낀 것이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이렇다.
"쇼트를 다시 시작해 보자."
테이블에서 떨어져서 하는 플레이가 모든 공이 타이밍이 늦다고 판단해서 빠른 타이밍의 "쇼트 "만 다시 시작하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작하고 보니 파생되는 기술 "쇼트", "리시브", "수비" 모두 새롭게 배워야 했다. 난감했지만 우선 쇼트에만 집중했다. 쇼트라는 기술은 할 줄은 알지만 게임에 거의 쓰지 않았고 숙련도도 떨어졌다.
실제로 게임에서 쇼트, 리시브를 했을 때는 다시 5부가 된 느낌이었다. 그 말은 평소 연습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내 마음대로 공이 가질 않았다. 탁구장에서 연습을 할 때도 원래 하던 것을 많이 줄이고, 쇼트와 리시브 위주로 했다. 당연히 게임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처음 1년은 모든 게임에서 대부분 졌다. 1부가 될 때까지 하지 않았던 것을 하고 있으니 잘 될 리가 없었다. 연습을 위한 게임도 위기 상황이 되거나 상대실력이 나보다 뛰어나면 욱하는 마음에 다시 예전 스타일이 나왔다. 그러면 예전 플레이도 마음대로 안되고 새롭게 하려는 플레이도 잘 안 됐다. "진퇴양난"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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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준함. 그것은 나의 운동재능이다
--> 2년째. 게임 시에 위기 상황이 되었을 때 분명히 예전처럼 플레이하면 이길 수 있는 상대인데 내가 고치려고 하는 플레이로 할지 고민을 하게 된다. 마음속에 악마와 천사가 있다면 악마가 자주 이겼다. 고민은 하지만 역시 예전 플레이가 나와버린다. 그러면 내 플레이에 실망을 하며 다시 쇼트, 리시브 연습을 했었다.
3년째. 게임 시에 위기 상황이 되었을 때 예전 플레이를 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참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천사가 한 번씩이기기 시작했다. 어차피 예전 플레이의 한계를 느껴서 수정하려고 했으니 예전 플레이를 포기하고 게임에 지더라도 쇼트와 리시브로 풀어 나갔다. 역시 게임은 거의 졌다.
-----> 7년째. 그 사이에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오른쪽 어깨를 조금 다쳐서 어쩔 수 없이 쇼트만 했던 몇 개월도 있었다. 그래도 테이블에서 붙어서 하는 빠른 템포의 기술 "쇼트"와 항상 공격적인 리시브가 아닌 안정적인 리시브를 하지 않으면 더 이상 늘지 않음을 느꼈고, 믿었다.
7년째 접어들면서 성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 1부 승급하고 계속 탈락했던 리그전 우승을 시작으로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술을 연습했다고 게임에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몸에 체화가 되어야 되고, 게임에서 연계시키는 시스템을 몸에 익혀야 하고, 그것이 실전에 나오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7년 동안 연습했던 것이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했다. 최고가 될 수는 없겠지만 7년 전의 실력을 넘어서는 순간이었다. 주식처럼 폭락했던 차트가 다시 원래위치로. 그리고 다시 그 이상 상승하기 시작한 것과 비슷했다. 7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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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배우려는 마음, 열린 마음
--> 처음 탁구를 배울 때부터 본인이 꼭 필요한 기술 즉, 기본기를 잘 배우길 바란다. 구체적으로 드라이브, 쇼트, 백핸드- 포핸드 보스-커트, 백핸드 블록, 포핸드 블록, 모든 방향의 코스, 서브, 리시브 등.
특히 몇 년 지나서 초보를 벗어나고 중수에 접에 들 때 많이 빼먹는 기술이 "포핸드 블록", "포핸드 커트"이었다. 포핸드 쪽(오른손잡이 면 오른쪽) 수비를 빼먹으면 아주 공격적으로 될 수밖에 없는데 모든 공을 공격할 수는 없다. 그러면 실수가 나오고 승률이 떨어진다.
내가 시도했던 쇼트는 고3이 되었을 때 수학을 빼먹고 온 상황이었다. 준비물을 빼먹고 너무 먼 길을 와버렸다. 더하기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마음이었다. 늦게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너무나 힘이 든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고 많은 시간 인내를 해야 한다. 그래서 탁구를 처음 배울 때 잘 배우길 바란다. 다르게 생각하면 초보자일수록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부족한 기술을 배우면 한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같이 시작한 친구와 탁구를 친다고 생각해 보자. 친구는 혼자 열심히 게임만 했고, 나는 레슨을 받으며 배웠다. 1년이 지났다. 레슨 받은 내가 졌다. 2년이 지났다. 실력이 비슷해졌다. 3년이 지났다. 친구는 나에게 평생 못 이길 수 있다. 평생.
누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종종 한다. "이렇게 잘 치는데 또 연습을 해요?"
나는 실력이 형편없게 느끼는데 초심자는 간혹 이런 질문을 한다. 이제 대학생인데 공부하나요?, 선수인데 또 훈련하나요? 이런 질문과 비슷하게 들린다.
설령 정상의 실력이라도 피나는 노력 없이는 유지하기 어렵다.
실력이 어떻든 항상 배운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노력하고 멈추지 않는 한 실력도 꾸준히 향상된다. 탁구초보시절 뉴스 보고 이해가 안 되었던 장면이 있었다. 성적이 잘 안 나올 때 박찬호 선수도, 이승엽 선수도 각자 투구폼과 타격폼을 바꾼다는 뉴스였다. 수십 년 같은 자세로 했을 텐데 왜 바꿀까? 그것을 탁구를 즐기면서 깨달았다.
그것은 더 발전하고 싶은 마음의 몸부림이었다. 삶의 어떤 분야든 성장이 멈추면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뒤쳐진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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