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에세이) 48. 매일 1000개의 스윙
탁구 스타일의 진화와 혼자만의 연습법
"탁구종합병원"
[롱다리 박 탁구 클리닉 ] -
[ 탁구 에세이]
▶ 스윙의 한계와 대처법 --> 아무도 나에게 상위 부수로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드라이브를 할 때 아무리 강하게 하려고 백스윙을 180도 돌려봐도, 손목을 힘껏 써봐도, 온 힘을 다해서 스윙을 해봐도 공은 그렇게 힘 있게 넘어가지 않았다. 혼자 로봇과 연습할 때 아무리 용을 써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이 약간의 나만의 콤플렉스였다. 파워풀한 공격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거 같다.
자연스럽게 탁구 스타일이 파워보다는 안정적인 랠리 위주의 스타일로 정착되었다. 랠리가 길어지니 한 점 득점하기가 자연스럽게 힘들어졌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코스에도 신경을 쓰게 되었다. 탁구 기술 중에 중요하지 않는 게 없지만 우선 내가 부족한 것 위주로 채워나갔던 거 같다.
많은 콤플렉스가 있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잘 모르겠지만 조금씩 스윙 연습은 하고 있었는데 그 스윙 연습이 절대 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본격적으로 스윙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목표는 매일 1000개"
제대로 스윙 연습을 하려고 마음먹었는데 자세한 방법은 잘 몰랐다. 탁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혼자 멋도 모르고 좋지 않은 스윙으로 연습을 하다가 몇 년을 고생했었다. 그래서 시합이라도 나가면 선수 출신뿐 아니라 스윙이 마음에 들면 다가가서 물었다.
"혹시 스윙 연습은 어떻게 하세요?"
신기했던 것은 내가 눈으로 볼 때는 다 비슷하고 같은 스윙 같은데 선수 개개인의 느낌은 달랐다. 이것은 어떤 영상을 본다고 해서 알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어떤 선수는 백스윙에서 임팩트를 위해 앞으로 나올 때 최대한 빠르게 반동을 이용하면서 한다고 하고, 도 다른 선수는 백스윙에서 앞으로 당길 때 최대한 신경을 쓴다고 했다. 그렇다. 정답이 없다. 이것이 지금 내가 "무조건 이렇게 하세요. 이게 정답입니다."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다.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안내하고 추천하는 것이지 정답을 알려 줄 수는 없다. 상수로 갈수록 말수가 적은 이유일 수 있다.
다양한 선수에게 많이 물어보면서 나만의 스윙 연습을 배우게 되었다. 결국 우리가 배우는 것도 본인에게 맞는 것을 찾는 과정이다.
스윙은 동작을 크게 하는 풀 스윙과 짧고 빠른 스윙으로 구분했다. 자세가 조금 흔들린 다고 느낄 땐 풀 스윙 비중을 높였고 스윙의 안정감이 있다고 느낄 땐 짧고 빠른 스윙의 비중을 높였다. 한여름엔 샤워하기 직전에 했다. 온몸에 땀범벅이 되면 샤워실에 바로 뛰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싶어서 우유배달을 몇 달 했었는데 우유를 돌리다가 공터가 있으면 스윙을 100개씩 했다. 배달이 끝나면 스윙 1000개가 채워졌다.
그렇게 3개월 정도가 지났다. 탁구장에서 게임을 하는데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분명 예전 같으면 놓치거나 잘못 맞았을 공이 내 스윙의 움직임이 그 공 속도를 이겨 내고 있었다. 100일 정도 꾸준히 하니 본인이 느낄 정도의 효과가 있었다. 그때부터 스윙연습을 멈출 수 없게 되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까지 매일 스윙 연습을 하고 있는 이유다.
스윙 연습이 꼭 필요한 이유는 많다. 중요한 것은 부상을 방지하고 좋은 자세를 유지하면서 꾸준하게 스윙의 속도가 향상되는 등 여러 가지가 있으며 그로 인해 강한 공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 효과를 조금 더 자세하게 알아보자.
1. 스윙의 안정감이 생긴다.
--> 초보자일수록 스윙이 불안하다. 당연히 안정감이 떨어진다. 강하게 치려고 할수록 더 심해진다. 실수로 연결되거나 부상위험이 높아진다.
천천히 칠 때는 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스윙 연습을 하지 않으면 스윙이 점점 빨라졌을 때 몸의 근육이 스윙자체에 집중되지 못하고 어깨, 팔, 손목 등 빠른 스윙에 불필요한 곳에 힘이 들어가 자세가 불안하고 흔들리게 된다. 힘을 줄때와 뺄 때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부상도 쉽게 찾아온다.
2. 부상 위험이 줄어든다.
--> 탁구도 운동이다. 항상 부상 위험이 존재한다. 스윙 연습을 한다는 것은 스윙할 때의 움직임을 익히는 것이고 거기에 활용되는 근육들을 키우고 익숙하게 기억시키는 과정이다. 그것은 골프도 마찬가지다. 스윙에 근력이 단련돼 있고 스윙이 익숙하다면 부상 위험이 현저히 줄어든다. 부상은 근육이나 움직임이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즉, 힘을 줄때와 뺄 때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갑자기 움직이거나 근육이나 그 주변이 견디지 못하는 속도로 빠르게 움직일 때 주로 발생한다.
3. 공이 점점 강해진다.
--> 누구나 공을 강하게 상대에게 보내기를 원한다. 임팩트의 개념 하고는 조금 다르다. 스윙이 빨라지면 공 자체가 어떻게든 강해진다. 스윙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그렇다. 예전 글에도 쓴 자료가 있지만 일본에서 한 연구결과는 같은 값일 때 라켓이 무거울 때 스윙하는 것보다 스윙 속도가 빠른 것이 공에 훨씬 더 많은 힘을 전달한다고 한다. 공에 회전을 많이 주는 사람이면 회전량이 더 많아질 것이고 강하게 보내는 사람은 더 강해질 것이다.
4. 체력이 좋아진다.
--> 스윙 연습 자체가 운동이다. 숨이 차고 땀이 난다. 그냥 운동한다고 생각하고 연습을 하면 좋다. 시간을 정해 놓고 해도 좋고 개수를 채워가면서 연습해도 좋다. 50개나 100개, 또는 1분 등을 정해놓고 기록이 좋아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다. 스톱워치를 한 손에 들고 해도 좋다. 본인의 환경에 맞는 방법으로 연습을 하면 된다.
5. 좋은 자세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 스윙 자세가 나쁜 사람이 있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이런 것도 좋은 스윙 연습을 꾸준히 한다면 충분히 고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부상 위험, 실력 향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좋은 폼으로 스윙 연습을 꾸준히 하면 깨진 항아리에도 물이 넘치듯이 자연스럽게 실전에서도 안정된 스윙으로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6. 다양한 기술에 응용할 수 있다.
--> 기본적인 포핸드 드라이브 자세뿐 아니라 다른 다양한 기술에서 자세가 불안할 수 있다. 불안한 자세를 따로 공 없이 섀도 연습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공을 넘겨야 한다는 부담도 없고 실수에 대한 부담도 없다. 오직 본인의 리듬에 맞게 자세에 집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브 넣을 때 자세가 불안하면 공 없이 자세 연습만 하는 것이다. 실력이 부족한 기술이 있다면 그 기술의 자세만 연습하는 것도 좋은 연습방법이다. 이미지 트레이닝도 같이하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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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이 탁구
--> 탁구에 깊게 빠졌을 때는 일상의 모든 것이 탁구와 연결이 되어 있었다. 버스에서 한 손은 손잡이 한 손은 라켓으로 포백전환, 눈은 창문으로 지나가는 자동차바퀴를 눈동자로 따라다니면서 동체시력을 키웠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맨몸 스쿼트를 했고 라켓은 그냥 펜홀더 그립으로 잡고 하루종일 들고 다녔다. 들고 다니면서 스윙처럼 흔들어도 보고 쇼트 그립도 잡아보고 그랬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도 이상한 눈빛이 느껴졌지만 좋은 걸 어떡하나. 누구 결혼식장 갔을 때 안주머니에 있던 라켓은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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