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요일 아침에는 고교 친구네 농장에 갔다. 복분자 나무를 준다고 해서 캐러 갔다. 은퇴하고 5~6년이 되어서인지 나무들이 제법 컸다. 골고루 많이도 심었는데 복숭아나무는 멋들어지게 모양을 갖추고 예쁜 꽃을 만발해놓으니 농장이 훤했다. 복분자뿐이 아니고 오미자, 구기자도 캐줬고 제비꽃, 허브도 캐줘서 우리 농원에 옮겨 심어 놨다. 복분자, 오미자, 구기자는 언덕에 기대어 자라게 심었다. 나중에 지지 줄을 매어줘야 하기는 하겠지만 일단은 언덕에 기대어 살아보게 해야겠다. 제비꽃은 일단 화분에 심었다. 키 작은 꽃은 화분에 키워야겠다. 허브는 생명력이 강하고 잘 번진다니 집 앞 언덕에 심었다.
매주 날씨가 흐리더니 오늘은 쾌청하다. 일을 하는데 땀이 제법 많이 났다. 갈증에 물을 많이 먹어댔다. 작년 여름 무더위에 얼음물에 의지해서 땀을 비 오듯 흘리던 생각이 스쳐갔다. 집 앞 언덕에 덤불을 걷어냈다. 아들도 들어와서 돌 발판을 정돈하는 일을 했다. 아들은 나와 다르게 꼼꼼하게, 완벽하게 일을 한다. 10개 정도 하더니 다음에 한단다. 팔에 힘이 다 빠졌다나. 요령이 부족해서 에너지 소비를 너무 하니 그렇지. 그만해라, 하고 나머지 20장은 내가 맞췄다. 딱딱한 땅에 잔디를 떠내고 수평 정리를 하는 게 힘들긴 했다. 요령껏 일을 해야 힘들지 않은데 아들은 아직 그런 점에서 서툴긴 하다. 일을 많이 해보지 않아서 그런 거지. 경험을 해야 느는 거다. 내가 아들이 다음에 한다는 걸 하고 있으니 쉬다가 아들이 나와 같이 도와 마무리를 했다. 일을 하다 말면 난 꼴을 못 본다. 시작했으면 끝내야 직성이 풀리니 어쩔 수 없다. 아내와 둘째 처제는 화분에 예쁜 꽃들을 심어 집 앞에 진열하니 분위기가 한결 낫다. 둘은 계속 화단 정리를 했다. 영산홍도 30주 더 사다 채우니 화단이 제법 환해졌다.
점심, 저녁은 둘째 처제가 단호박 카레를 만들어줘서 달달하고 부드러운 카레 맛을 즐겼다. 해가 뒷산에 닿아가는 즈음 데크에서 처음으로 상을 차렸다. 여럿이 함께 식사할 수 있게 데크 위에 넓은 식탁을 만들어놨는데 바깥이 추워서 사용하지 못했었다. 만들고 처음으로 사용했다. 항상 준비 완료된 요리 샘 둘째 처제는 예쁜 식탁보를 깔아 놓고 꽃을 꽂은 화병을 올려놓고 빵에 야채, 치즈, 소시지 등을 넣어 간식을 만들어줬다. 핫도그 샌드위치란다.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른 영양 만점 간식이었다. 커피 한 잔에 간식 먹는 시간이 고즈넉하고 참 분위기 좋았다. 나도 석양이 지는 시간이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데 사람들은 다 비슷한가 보다. 하루가 감사한 시간이라서 그런가? 편안한 쉼을 가르쳐 주는가 보다. 이게 전원의 맛이라고 둘째 처제가 흡족해하며 맥주도 한 캔 하더라.
두릅은 누가 다 따갔다. 이번 주에 따서 먹으려고 기대했는데 다 사라져 버렸다. 주인이 없는 줄 알고 따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둑맞은 것이다. 이러다간 정말 빙 둘러 담을 쳐야 할지도 모르겠다. 친구네 농장을 가 봐도 다들 담을 쳐놓고 있더니 우리도 그래야 할지도 모르겠다. 처남이 대문은 생각해 놓은 게 있다고 하며 달아놓겠다고 했다.
오늘도 하얗게 불태웠다.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했다. 집에 와서 TV 본다고 누웠는데 금방 잠이 들었다. 정신없이 자다 깼는데 갑자기 농원에 피어있고, 새로 화분에 심은 꽃잔디가 생각나며 꽃말이 뭐지? 검색해보니 ‘희생’이네. 하나하나 꽃에 우리의 인생이 다 들어 있다. 꽃잔디도 예쁘게 잘 키워야겠다. 도시에서 키우는 꽃잔디는 깨끗하게 꽃잎이 나오지 않는다. 환경오염 때문인가 보다. 우리 농원에 핀 꽃잔디는 깨끗하고 예쁘게 나온다.
하루가 아쉬운가 점점 퇴장 시간이 늦어진다. 퇴장하면서 빨랫줄에 장갑을 빨아 널어놓은 걸 보고 둘째 처제가 한마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