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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회 Sep 13. 2021

오 남매의 낙원 2(다시 돌아온 막내의 생일)

다시 돌아온 막내의 생일

13. 다시 돌아온 막내의 생일


 행복한 나날이다. 지난 토요일 밤에 오 남매가 모였다. 막내 처제 생일을 축하하러 농원으로 향했다.

 둘째 처제가 정성스럽게 차린 저녁을 정말 행복하게 먹었다. 기타를 들고 가서 ‘사랑을 위하여’를 불러줬다. 둘째 처제 생일 때 선곡했던 ‘참 좋다’와 처남 생일에 불러주려던 ‘바램’도 불렀다.‘사랑으로’ 등 여러 곡을 같이 합창하면서 즐거웠다.

 역시 야외에서는 통기타와 함께 하는 것이 낭만적이고 마음들이 모이는 거 같기도 하다. 앞으로 기타를 자주 가지고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워낙에 할 일이 많다 보니 기타를 들 여유가 없기는 한데 오 남매의 생일 만이라도 기타로 한 마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막내 처제가 참 좋아했다. 너무 밝아져서 좋다고 이야기하다가, 너무 힘들었다고 눈물 흘리는 바람에 나도 왈칵 눈물이 났다.

 생일 축하를 받는 고마운 마음을 보답하기 위해 우리의 농원에 선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100만 원을 내놓았다.

 순간 형제들끼리 선물 주고받는 것도 신경 쓰이니 선물하지 말자고 했는데 막내 처제는 저런 마음을 내놓으니 거절하기도 힘들었다.

 그 마음 받겠다. 그곳은 오 남매의 낙원이고 마음의 고향이니 그 돈으로 잔디를 더 사서 깔고 잔디 깎는 기계를 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맙다. 막내의 환한 얼굴을 언제 보았더냐? 농원을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또 한다.

 사랑 샘물은 따뜻한 마음에서 끝없이 품어 나오고 따뜻한 마음은 도파민, 세로토닌, 옥시토신, 엔도르핀 같은 긍정 호르몬에서 나온다. 사랑하며 살자.        

 일요일엔 큰 처제는 만날 사람이 있어 불참했고 처남은 농원에서 자고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예초기로 풀을 깎았다. 하루 종일 잠깐잠깐 쉬며 노동을 했다. 농원에서의 노동 중 가장 최장 시간 노동이었으리라.

 매우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힘들었는지 처남은 연신 신음소리를 낸다. 진통제라도 먹으라고 했다.

 끝없이 일을 주는 농원은 넓기는 넓다. 1000여 평의 땅이 새삼 넓은 땅이라는 생각이 든다. 없이 일을 주는 곳이다. 오 남매가 함께 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새삼 실감한다.

 난 수로를 정리하고 정면 코스모스와 덩굴을 제거하는데 모든 시간을 투자했다. 앞이 시원하게 열리니 좋긴 하다. 역시 정면은 아무것도 가로막지 않도록 해야 되는 것 같다.

 대추나무에 농약을 쳤다. 간간히 농약을 줘서 다 벌레 먹지는 않은 거 같다. 덩굴이 대추나무를 못살게 굴어 낫으로 쳐주었다. 약간의 수확을 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어제는 날씨 때문인지 이상하게 힘들었다. 내 체력이 떨어진 건지 좀 고되다는 생각이 들어 틈틈이 쉬며 일을 했다. 물과 콜라를 많이 마시고 깎아놓은 복숭아를 먹으며 지탱했다.   아내와 둘째 처제는 고추를 따고 메리골드를 따서 고추부각을 만들고 꽃차를 만드느라 손들이 바빴다.

 손이 참 많이 가는 일이란 걸 처음 알았다. 정성과 시간이 많이 들어간 결과물에 감사하게 먹고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딸 내외가 들어와서 도와주니 훨씬 빨리 끝냈다.  

 저녁은 딸 내외가 족발을 사 가지고 와서 농원에선 처음으로 족발을 먹었다. 앞으로 자주 사 오라고 했다. 내가 너무 뻔뻔스러운가?

 하여튼 좋다. 형제들이, 가족들이 모일 수 있는 농원이 너무 좋다.

 딸도 엄마 아빠가 잘한 거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자식들도 너무 좋다고 하니 기쁨은 두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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