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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무아 Jul 24. 2024

우리 집이 순교성지네요

  성서백주간

 2024년 7월 19일, 토요일. 본당 성서백주간에 속해 있는 우리 아멘반의 성경통독 묵상 나눔 모임이 있는 날이다. 121주, 약 3년 간에 걸쳐 매주 정해진 양의 구약, 신약 성경 본문을 각자 집에서 읽고 성당에 모여 묵상 나눔을 한다.

 우리 본당에는 현재 스무세 팀 성서백주간이 진행 중이다. 해마다 봄, 가을 두 번에 걸쳐 새 반원들을 모집하고 봉사자를 배치하여 3년 동안의 과정을 끝내면 수료식을 갖는다. 코로나 이전에는 서른 팀도 넘었던 것이 코로나 삼 년 동안 완전 유명무실해졌다 다시 회복되고 있는 중이다.

 

 우리 아멘반 일곱 명은 2022년 3월에 시작하여 올해 3년째의 중반에 접어들었다. 구약 76주를 끝내고 신약 18주째를 하고 있으니 전체 121주 중 94주째를 지나가고 있다.

 오늘은 여름 방학에 들어가는 날이라 5시 30분에 음식점에서 만나 저녁을 함께하고 7시 토요 특전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 후 8시, 우리들이 매주 모이는 3층 교리실 절제방에서 묵상 나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마침 오늘 복습 진도가 마태복음 11장~15장, 묵상 진도는 16장~20장이었다. 많은 가르침이 비유로 들어있다.

 오늘의 본문 중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서로 의견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ㅡ19장 30절,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20장 26절,

 너희 가운데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20장 27절,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 종이 되어야 한다.

 20장 28절,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이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ㅡ


 인간의 상식으로는 쉽게 받아들여지거나 실천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자연스레 직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수님이 몸소 행동으로 보여 주시고 간절한 마음으로 일러 주시는 말씀, 직관을 통한 믿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은총이 주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한 형제님이 말씀하셨다.

 "목숨 내놓고 죽을 각오로 해야 겨우 신앙생활이 가능하겠네요."  

 다른 반원들이 설명을 보탰다.

 "꼭 목숨을 바쳐 신앙을 지키는 것만이 순교가 아니라 가정의 평화를 위해 참고 견디는 일상도 순교라고 하는데 백색순교라는 용어를 쓴답니다."     

 "천주교인으로서 신앙을 지키기 위해 25세에 절두산에서 목이 잘리는 처형을 당한 김대건 신부님의 피의 순교도 있지만 가혹한 박해를 피해 가며 11년 6개월 동안 숨어 숨어 조국의 험한 山谷을 돌아다니며 박해받는 신자들을 찾아 성사를 주고 선교 활동에 힘쓰다 진천의 한 공소에서 과로와 장티푸스로 40세에 선종하신 최양업 신부님의 땀의 순교도 있답니다."

 마침 올해 봄, 본당에서는 500여 명 신자들이 최양업 신부님 기념성지인 충북 진천 배티성지를 다녀왔다.


 1801년 신유박해로 혹독한 박해를 받는 조선교회의 정황 보고와 그 대책을 흰 비단에 적은 밀서, 황사영백서가 발각되어 26세에 다섯 마리의 소에 팔, 다리와 머리를 묶고 동시에 소를 출발시켜 사지를 찢어 죽이는 거열형으로 처형당한 황사영 알렉시오의 피의 순교.

 한편 그의 아내인 정난주 마리아, 정 약현의 딸은 갓 돌 지난 어린 아들을 추자도에 두고 가야 하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노비로 유배 간 제주도에서 한평생 신앙과 인내로 고난을 극복하여 믿음으로 이웃들을 교화시키고 사랑을 베풀어 '서울 할머니'로 불리며 존경을 받아오다 65세의 삶을 살고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교회는 이분의 삶을 백색순교라고 부른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미흡하게 와닿았던 부분에 대해 정리를 했다. 모임이 끝나고 의자를 정리하고 일어서면서 또 다른 형제 한 분이 말씀하셨다.

 "우리 집이 순교성지네."

 옆에 앉아 있던 아내분이 살며시 환한 웃음을 지었다. 부부가 함께 성서백주간을 하신다.

 우리는 크게 웃었다.

 "정말 그러네요, 백색순교성지~!"


 밤 9시 30분. 교리실 에어컨과 전등을 끄고 주위를 단속하고 성당 문 앞에서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히 가세요."

 "여름, 잘 지내세요."

 "9월 7일에 만나요."

 말씀을 나누고, 간직한 뿌듯함을 안고 여름밤 어둠 속으로 하나 둘 멀어져 갔다.

 각자의 순교성지를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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