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가슴에는 새로운 한이 서린다.
육아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됩니다.
아이를 키우며 겪는 여러 순간들이 마치 거울처럼 내 과거를 비추기 때문일까요? 요즘 8살 된 딸아이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 실감합니다. 딸아이는 이미 제가 몰랐던 새로운 지식과 기술들을 알고 있고,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경이롭기도 하고 때로는 조금 두렵기도 합니다.
딸아이를 키우며 10살이 되기 전까지는 제가 육아를 전담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육아 정보들에 때로는 혼란스러워지기도 합니다. 분리 수면에 대한 조언, 한글 교육의 필요성, 학원을 몇 개나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 이런 말들을 들으면 걱정도 되고,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저는 부모님이 정해주신 길을 따르며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선수로 활동했었어요. 하지만 부모님의 뜻과는 다른 저의 길이었기에, 결국 저도 모르게 전학을 가게 되었고, 그 후로는 공부에 대한 반항심으로 책을 놓아버렸습니다. 그 시기를 돌이켜보면, 제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때의 선택은 어디까지나 저의 것이었기에, 부모님을 원망하진 않아요.
이제는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나의 아쉬움과 한을 아이를 통해 풀어내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 만약 그렇게 한다면, 아이는 자신만의 인생을 살기보다 나의 꿈을 대신 이뤄주기 위해 무엇인가를 포기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아이의 가슴 속에는 새로운 아쉬움과 한이 쌓이게 되겠죠.
아이에게 제가 바라는 건, 그저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아이가 스스로의 선택으로 자신만의 삶을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결혼과 육아는 제 삶의 큰 축복이며, 동시에 가장 큰 치유였습니다.
나의 가슴 속 깊은 곳에 남아 있던 한을 마주하며, 그것을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아이를 보호하고 지켜보며 언제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편안한 상대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혹시 여러분도 나의 꿈을 아이에게 투영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아이의 행복을 진정으로 바라며, 그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