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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oniist May 26. 2022

경지에 오르거나 지경에 이르거나


2022. 5. 17. 화.


지난 달부터 일주일에 두 편씩 에피소드를 업로드하고 있다. 양적 성장이 있어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고 팔로워들의 흥미를 유지시킬 것이라는 조언 때문이다. 덕분에 팔로워는 500이 넘었고 댓글들의 반응 역시 더 적극적이다. 특히 에피소드를 다른 유저에게 공유하는 팔로워들을 볼 때면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을 정도로 좋은가?'라는 생각이 들어 색다른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꼭 좋아서 공유하는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업로드는 매주 수요일, 토요일에 진행하고 있다. 업로드 일정을 공지하지는 않았기에 팔로워들이 인지하지는 못하겠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어떤 리듬 같은 게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쯤 올라올 때가 됐는데..." 하며. 사람들이 '다다다'의 소식을 궁금해한다면 정말 좋겠다('좋겠다'는 에둘러 표현할 때 자주 쓰는 말이긴 하지만 여기서는 정말 '좋겠다'이다).


일주일 2회 업로드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게 된다. 그런 연유로 글을 쓰는 것도, 블렌더를 공부하는 것도 잠시 쉬었다. 대신 '다다다'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산책을 자주하고, 다양한 책을 더 많이 읽는다. 그리고 스쳐지나가려는 생각들을 붙잡아두고 곱씹으며 정성껏 해석한다. 이렇게 인풋과 아웃풋을 반복하는 것에 집중하며 한 달을 보냈다.


이 리듬이 어느 정도 몸에 익숙해진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쓰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블렌더 공부도 오늘 저녁부터 다시 들여다볼 예정이다. 너무 일을 벌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은 무리를 해야 하는 시기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 한계가 어디쯤에 있는지 한발한발 내딛으며 조심스럽게 확인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한계를 확인한다고 해서 늘 한계점에 도달한 뒤 하루를 마감하는 삶을 살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건 무척 피곤한 일이고 무엇보다 마음이 내키질 않는다. 나는 확인을 하고 싶을 뿐이다. 나의 한계라는 것을. 그리고 그 한계선을 기준으로 틈틈이 내 상태를 체크해보고 싶다. 더 밀어붙여도 될지 아니면 여기서 멈춰야 할지. 무리하지 않기 위해선 먼저 무리를 해봐야 한다.


이렇게 하는 목적은 결국 시간 확보다. 밀려오는 삶의 무더기 속으로 매몰되지 않고 여유 시간을 만들어 내서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데 쓰고 싶다. 매일 읽고, 매일 쓰고, 매일 생각하고, 매일 그리고. 그리고 과연 내가 며칠을 그렇게 반복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 아마 거기에 내 한계선이 그려질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무언가를 꾸준히 반복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쓰려다가 잠깐만 생각해도 그보다 어려운 일은 많은 것 같아서 고쳐썼다). 개인의 각오도 필요하겠지만 삶의 변수를 모조리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심지어 이 두 가지는 늘 엇박자를 탄다. 모처럼만의 각오가 섰는데 연인이 이별을 통보한다거나, 일상은 너무 평온한데 무언가를 해볼 의지가 없다거나). 그렇기에 내가 추앙하는 사람은 두 종류다. 탁월하거나 끈질기거나.



탁월함 부문에서 나는 진작에(사실 아직도 조금은 기대하고 있지만서도) 탈락하였고 이제 도전할 수 있는 건 끈기 부문 뿐이다. 다행히 끈기 부문은 탈락이 없다. 자신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만하면 되는 절대 평가의 영역이다. 부담을 내려놓고 나 자신을 알아간다는 기분으로 한 걸음 한 걸음 한계를 향해 걸어가 볼 예정이다. 어쨌든 이렇게 꾸준히 한다면 언젠가 받아들여야 할 결과는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경지에 오르거나, 지경에 이르거나.


읽고 있는 것 :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최승자), 죽음이란 무엇인가(셸리 케이건),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박완서), 슈독(필 나이트), 시키는 대로 제멋대로(이소호)            

마시고 있는 것 : 커피 리브레의 커피들            

듣고 있는 것 : 로파이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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