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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잘못 잡았던 <평창, 육백마지기> 관광

그러나 밥집 두 군데와 카페 '그리심'은 만족!

by 곽한솔

여행일자 : 2025. 11. 23.(일)


평창역 ~ 식당 "두근두근 콩콩" ~ 관광 명소 "육백마지기" ~ 카페 "그리심" ~ 식당 "지혜네 베트남쌀국수" ~ 평창역


거주지를 벗어난 여행이 올초가 마지막이었다. 올 한 해 도심 내에서는 이곳저곳 다녔지만 마음의 여유가 크지 않아 장거리 여행은 못 했다. 그러다 동네 소식지를 본 아내가 평창의 모습을 보고 청량리역과 가까이 사는 강점을 살려 급 평창행 KTX 티켓을 2일 전 밤이라 제한적이었지만 서로 떨어진 좌석으로라도 예매했다.


2년도 더 전에 강릉 당일치기와 조금 유사했다고나 할까? 다만 소요 시간이 1시간 15분 정도로 강릉보다 짧아 조금 늦게 10시 15분 열차를 타고 출발했다. 그리고 강릉과는 달리 차가 꼭 필요해 평창역 쏘카존에서 차를 대여했다.


평창이 워낙 드넓기도 했고 예전과 달리 여러 곳을 두루 보기보다 여유 있는 여행을 선호해 갈 곳을 오직 한 군데만 정했다.



평창역

1년에 한 번 정도, 지난 14년간 회사 혹은 연계 집체교육 참여로 전국 곳곳을 다녀봤지만 평창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미처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평창역 승강장 들어가기 전 로비에는 알록달록 많은 우산이 거꾸로 달려 있는 등의 볼거리가 있었다. 마치 전시 갤러리에 방문한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 아래층에는 2018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들이 우릴 반겼다. 당시에도 너무 예쁘고 귀여웠는데 아직도 그런 마음이 드는 거 보니 손에 꼽을 만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이처럼 평창역은 예쁘다. 다만, 식당과 카페는 물론이고 편의점도 없다는 점은 기억하시기 바란다.


역사 우측 쏘카존에서 대여한 차에서 시동을 걸었는데 차가 방전돼 있었다. 하지만 고객센터에서 즉시 하위급이지만 다른 차로 조치를 취해 이내 출발할 수 있었다. 산 사이에 도로가 나 있다 보니 양쪽과 정면에는 울긋불긋 까지는 아니라도 컬러감이 묻어나 장관의 풍경이라 여행온 기분이 들더라.



점심 식당, <두근두근 콩콩>

약간의 해프닝으로 12시에나 출발하는 바람에 허기가 져 시간 거리의, 목적지 소재지 미탄면에 있는 식당 "두근두근 콩콩"을 찾았다.


단품을 시키려다, 든든히 먹으려 1인 14,000원이자 2인부터 주문 가능한 '순두부찌개+볶음세트'를 시켰다. 찌개는 해물, 버섯, 소고기 등에서 선택이 가능했고 볶음은 제육과 낚지 중 택할 수 있었다. 아내가 좋아하는 낙지볶음과 우리 둘 다 찌개는 소고기로 골랐다. 음식이 나오기까지 다소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지만 일정이 여유로웠기에 문제가 없었다.


따뜻한 국물 한 숟가락을 시작으로 남김없이 식사를 했다. 쌀쌀한 지금 먹기 좋은 음식이었다. 모두에게 맛있을지 가성비 대비 괜찮을지는 의문이지만 나와 당시 식당에 손님은 정황상 잘 먹은 것으로 생각된다.

목적지 인근에 큰 마을이나 식당이 드문 것을 감안하면 이 식당이 있어서 우리에겐 대행이었고 감사했다.



평창 대표 명소, <육백마지기>

목적지는 거리가 멀지는 않았지만 시간은 30분 조금 더 걸렸다. 왜냐면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야 했기 때문이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급 경사와 급 커버의 향연이었다. 강원도 여행임이 실감 났다. 온라인의 모 안내 글에서는 자동차로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산 정상이라고 했으나, 마냥 "쉽게"는 아님을 참조 바란다.


마지막 2km는 비포장 도로로 마치 10km의 체감이 들 정도로 험난했다. 이런 길 처음 달려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높은 지대, 명소에 도달했다. 볍씨 육백 말을 뿌릴 수 있다 하여 붙여진 청옥산 <육백마지기>는 축구장 여섯 개를 합친 정도의 드넓은 초원이다.



축구장 6개 넓이의 탁 트인 드넓은 공간을 보니 속이 뻥하고 뚫렸다. 풍력발전기를 눈앞에서 여러 대를 본 것은 처음으로 이곳의 시그니처인 만큼 장관이었다.


이곳의 성수기는 일명 계란프라이꽃으로 불리는 "샤스타데이지"가 만개해 장관을 이루는 6~7월 이란다. 내가 사진으로 본 푸릇푸릇한 모습도 예뻤다.


우린 날을 잘못 잡았다. 먼저는 계절이다. 늦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 이 일대의 산책로에는 앙상한 나무들이 그득했다. 이 시기 안 오셨으면 하는데 오더라도 굳이 전망대 있는 산책로 둘레길을 가실 필요는 없다. 산책 내내 앙상한 나무가 가득해 아내가 크게 실망했다. 산책로 전망대 앞 펼쳐진 광경도 시야가 가려 볼 게 없었다.



날을 잘못 잡은 또 다른 이유, 구름이 많은 날이었다. 나무가 앙상했다 하더라도 해발 1,200미터인 이곳에서 탁 트인 공간을 보는 것만으로도 끝내줬을 텐데. 구름 혹은 안개(?)가 시야를 가렸다. 조금 억울한 건 산 아래에서는 제법 햇빛도 비치고 파란 하늘이 보이기도 했는데 정상에서는 근근이 보였다.


그래도 각도에 따라서 아름다운 광경을 일부나마 볼 수 있었다는 것에 위안이 되었다.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와 미니 교회 건물 등 포토존이 더러 있었는데 맑은 날을 배경으로 찍으면 인생샷 급의 사진이 나올 것만 같았다. 날이 좋았다면 내 인생 국내 여행지로 몇 손에 드는 연천의 호로고루 이상이었을 텐데, 시기와 날씨가 아쉬웠다. 이곳은 꽃피거나 혹은 푸르름이 가득할 때 방문하시기 바란다.


그래도 여러 대의 풍력발전기와 각도에 따라 드문 드문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었음은 다행이었다. 원래는 여기서 오랜 시간을 보내려 했는데, 앙상한 나무와 시야 가림 이슈에 바람과 쌀쌀한 기온도 더해져 예상보다 빨리 하산했다.



굉장히 예쁜 카페, <그리심>

급 하산 결정 후 카페를 물색했다. 일요일 오후 17시경에는 다른 산골 마을이 많이 차지하는 곳도 그렇지만 이곳 평창도 한적한 예쁜 카페가 있어도 영업 중인 곳이 있을지 걱정이었다. 더군다나 평창역으로 가는 길에 있어야 해 제약사항이 더 컸다.


다행히 평창읍 평창군청에서 멀지 않은 곳의 '그리심'이라는 영업 중인 예쁜 카페의 사진을 발견했다. 근처에 전통시장도 있어 저녁 먹을 곳까지 한큐에 해결할 수 있었기에 주저 없이 향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마당, 1층, 2층 모두 있었는데 그 장식이 하나같이 예뻤다. 특히 카페 내외부 할 것 없이 클래식한 인테리어가 정말 예뻤다. 아내는 아마도 이런 형태의 인테리어를 하는 전문가의 손길이 닿았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굉장했다.


여느 화려한 카페보다 더 보는 눈이 즐거웠고 내가 가본 카페 중 만족스럽기로는 최소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것이다.


창밖뷰는 평창강 뷰로, 강 수위가 낮아 잘 느껴지지는 않는데 강뷰 마저도 대단했다면 전국적으로도 손꼽힐 카페라는 생각이다.


물론 음식의 맛도 만족스러웠다. 베이커리 혹은 쿠키류를 먹었는데 카페에서 먹어본 것 중 손꼽을 정도로 맛있었다. 또한 커피류도 괜찮았다.


선택의 별로 없는 상황에서 대 만족의 카페가 얻어걸린 것인데, 덕분에 육백마지기의 실망감이 어느 정도 희석되었다.



저녁, <지혜네 소고기쌀국수>

그리심 카페에서 평탄강을 건너 불과 1km 여 거리에는 식당도 즐비하게 있었는데, 일요일 저녁시간대임에도 많은 식당이 영업을 해 어느 식당을 갈까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었다.


최종 선택은 지혜네 베트남쌀국수로, 소고기 쌀국수와 자냄을 시켰다. 소고기 쌀국수는 면과 숙주의 양이 어마무시하더라. 여성 혼자서는 다 먹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국물은 닭칼국수의 느낌이 났는데 실제로 닭 쌀국수도 메뉴에 있었으며 소고기도 좋지만 닭 쌀국수도 맛있을 것 같더라.


어마무시한 양의 쌀국수 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자냄이었다. 베트남식 튀김 만두 같은 것이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6천 원인데 무려 10개 피스라니 가격까지도 착했다. 참고로 양 많은 쌀국수는 단 돈 9천 원.


맛있게 먹고 평창역 쏘카존으로 결과적으로는 무탈히 복귀했지만, 평창이라는 지역 특성상 돌아오는 그 길이 어두웠다. 반드시 어두워지기 전 이동을 마치시길 당부드리는 바이다.






여행에서 관광 명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먹거리와 숙소 아닐까? 비록 관광 명소는 아쉬웠지만 두 끼 식사와 카페가 너무 만족스러웠기에 나쁘지 않았다.


강원도는 속초와 강릉의 바닷가 중심으로 여행해 봤지 강원도의 험준한 산지나 산골 마을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평창에 처음 방문했다는 것과 그 도시가 주는 매력을 경험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사방에 산을 사이로 그리고 굽이굽이의 급경사 및 급커브의 산길 도로를 올라본 것도 새롭고 소중한 경험이다.


여행 계획을 늦게 세우는 바람에 저녁 8시 33분 기차를 탔지만 10시 전 서울 도착, 10시 15분 집에 도착할 정도로 접근성도 좋았던 평창 여행. 언젠가 평창 내 다른 명소에 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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