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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Dec 18. 2024

성숙한 사랑이란

추구미의 탈피

성숙하지 못한 사랑은 '그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이지만 성숙한 사랑은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언젠가 과할 만큼 긍정적인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무슨 말을 하던, 긍정적으로 말하는 습관이 있었고 때문에 첫인상은 참 밝고 주변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그 사람을 더 깊게 들여다볼수록 밝음 뒤에 숨겨진 내면은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그는 남에게 부정적인 느낌과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어 하지 않은 듯했다. 그래서 자신을 긍정적이고 활달한 사람으로 포장하고 본심을 감추기 급급한 안쓰러운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항상 남들이 생각하는 것을 먼저 알아차리고 대비하고 싶어 했으며 그래서 어딘가 쫓기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뒷전이라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고 자신은 항상 남들에게 희생하고 배려하는데 남들은 그만큼 해주지 않는다는 지옥의 루트 안에 갇 괴로워하고 있었다.

햇살과 빛은 우리에게 비타민D와 에너지를 주기도 하지만, 빛을 오래 보고 있으면 우리의 눈은 상당히 피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밝은 공간에서 잠들게 되면 수면의 질도 낮아지고 불면증과 피로감을 유발한다는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익히 경험으로 깨달은 사실일 것이다. 빛도 필요하듯이 우리에게는 어둠도 필요한 요소이다. 어둠은 곧 쉼이자 밝은 낮에 활동하며 살아낼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해 주는 시간이다. 어쩌면 우리가 밝고 빛나는 것을 사랑할 수 있는 건, 칠흑 같은 어둠이 주는 공포와 불편함 때문일 것이다.

성숙한 자기애와 사랑, 역시도 이 양면적인 특징을 닮아있다. 자신의 불편함과 어두운 구석을 알아야 비로소 밝고 편안한 모습도 알 수 있고 이 모든 면들을 받아들이는 용기로부터 진정한 자기애가 완성된다. 타인을 향한 사랑도 일시적인 인정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성숙한 자기애에서 파생되어 진정으로 내 마음을 풍족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그 사람을 온전히 포용하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성숙한 사랑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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