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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디터 Aug 12. 2021

주크박스 뮤지컬, 감성 리터칭없이는 메들리에 불과할 뿐

뮤지컬 <보디가드>와 <광화문연가>를 통해 바라본 주크박스 뮤지컬의 미래

주크박스 뮤지컬이란 기존의 대중음악을 활용한 뮤지컬 작품을 말한다. 보다 정확히는 인기를 누리던 대중음악을 가져다가 극적 형식과 얼개를 엮어 무대용으로 재활용한 작품들을 일컫는다. 검색하면 사전적인 정의도 볼 수 있는 하나의 용어지만, 실제 존재하는 용어인지도 모르고 이 말을 사용하던 때도 있었다. 8년 전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스토리의 맥락도 없이 계속해서 음악을 틀고, 노래를 부르는 공연을 본 적이 있다. 극장에 앉아있는 한시간남짓의 시간은 고통이었고, 공간을 벗어나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뭐야, 완전 주크박스도 아니고 이게 무슨 공연이야?"


재밌는, 웰메이드 주크박스 뮤지컬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뮤지컬적인 요소를 잘 활용해야 한다.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는 명곡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그 명곡들을 어떤 캐릭터가 어떤 시점에 불러야 감동이 극대화되는지, 공연의 기본 스토리라인과 주제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연주하는 악기를 바꾸거나 편곡을 통해 다른 효과를 줄 것인지 최대한 원곡의 느낌을 살려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인지. 그런 수많은 요소들이 제대로 설정되어 있지 않으면 저 위에 말처럼 주크박스 뮤지컬이 아니고, 주크박스에 그쳐버린다.


주크박스 뮤지컬을 처음 잘못 접한 탓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이런 형태의 유명한 웰메이드 공연들도 많이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맘마미아>다. 우리나라에도 꽤 많은 작품들이 여러 차례 시연되고 있는데, <그날들> <보디가드> <광화문연가>가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꽤 웰메이드라고 생각하는 뮤지컬 2020 <보디가드>와 현재 진행 중인 2021 <광화문연가>의 리뷰를 통해 주크박스 뮤지컬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2020년 LG아트센터에서 관람했던 뮤지컬 <보디가드>는 기존의 주크박스 뮤지컬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버린, 내게는 나름의 혁신적인 작품으로 남아있다. 휘트니 휴스턴의 실제 이야기와 명곡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보디가드>는 시작부터 콘서트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팍팍 주는 화려한 무대 효과를 아끼지 않는다. 폭죽, 불기둥부터 쉴새없이 바뀌는 의상과 무대디자인은 단순히 시각적인 재미를 넘어서 관객들로 하여금 톱스타였던 그녀의 인생에 더욱더 몰입하도록 만들어준다. 거기에 갑자기 스타를 향해 날아든 협박편지와 서서히 다가오는 스토커의 움직임을 연출 전반에 녹여내 긴장감을 놓치지 못하게 만든다. 휘트니 휴스턴의 엄청난 가창력이 담긴 곡들은 뮤지컬 <보디가드>를 통해 그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공연은 관객들이 다시 그 명곡들을 찾게 만드는 선순환으로 마무리된다.


2021년 현재, 예술의전당에서 진행중인 뮤지컬 <광화문연가>도 관객들의 감정, 옛 기억들을 터치하며 감동을 선물한다는 점에서 <보디가드>와 맥을 같이하는 웰메이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누군가에게는 첫사랑의 아련함이 떠오르고, 또 누군가에게는 비극의 시대를 함께 거쳐왔던 시간과 사람들이 떠오르게 만드는 공연. 그 기억들에 고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들이 얹어지며 관객의 마음을 뜨겁게 만든다. 다만, <광화문연가>는 다소 명확한 컨셉이었던 <보디가드>와 비교했을 때에는 애매함이 남는다. 스토리의 얼개가 촘촘하지 않아서다. <보디가드> 역시 스토커 부분과 결말은 실제와 다른 가상의 스토리지만 기본적으로 실제 인물의 삶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광화문연가>는 명곡들을 이어 만든 것으로 모두 가상의 인물, 스토리로 진행된다. 뼈대가 되는 명우와 수아, 두 주인공의 스토리라인을 나름 잘 살렸고, 곡들도 적재적소에 배치했지만 연결시켜 주는 중간 중간이 아무래도 좀 부족한 탓에 완전히 몰입이 되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정리해서, 주크박스 뮤지컬의 핵심은 감성 리터칭이다. 핵심 명곡의 주제를 관통하는 스토리라인을 설정하고 관객들의 감성을 리터칭하지 못하면 흥행을 기대할 수 없는 장르다. 단순히 명곡 메들리를 들으러 뮤지컬 공연장을 찾는 관객은 없을것이다. 이문세의 노래를 듣고싶은 사람은 이문세의 콘서트를 가거나, 좋은 오디오를 통해 음원을 스트리밍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뮤지컬을 찾는 것은 명곡들을 어떻게 '공연화' 하였는지에 관한 호기심, 그리고 그 시절, 감성, 멜로디라인에 대한 향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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