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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치 Mar 02. 2023

14일만에 일일바 차린 이야기 (1)

 요식업에 관심은 없지만 내 바는 차려보고 싶어



D-14 

뭐가 목표인지? 

목표는 "재료값만 벌자" 


인생 첫 일일바. 


당차게 시작했고 사실 바 오픈까지는 딱 2주 남았다 세상에나!  

나와 고래솊이 운영하는 2인 운영바는 아마도 손이 부족할 것이기 때문에 

공수를 줄여가며 당일날에는 비교적 효율적으로 운영해 보고 싶었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당일 날 일이 너무 바빠서 오신 분들이랑 허둥 거리느라 손님들 대접을 못 하고 싶지 않다.아무래도 효율적인 운영에는 맛있는 술과 음식을 손을 덜 들이고 제공 드리면서

오신 분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직접 술도 말아드리고 싶다, 라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일일 한정으로 열어보는 일일바가 수익이 적당하게 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회사 같은 곳에 종속되지 않고 스스로 돈을 버는 건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되게 뿌듯하고 

또 다른 하나의 나의 분야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두근거림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누구랑? 


나에게 술에 대해서 많이 알려주신 고래솊과 함께 하게 됐다. 

고래솊에게 가볍게 "공유주방 빌려서 일일바" 안 해보실래요? 라고 했더니 

너무 너무 좋아해 주시면서 꼭 하고 싶다고 메뉴들이 머릿속에 막 떠오른다고 반겨주셨던게 인상 깊었다.  


어떻게 준비했는지?  


사는 곳이 멀기 때문에 최대한 온라인 채널을 활용 했다. 

주로 카톡에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가볍게 정할 사항은 구글미트에서 회의, 

그리고 나눈 이야기들은 노션에서 언제든지 보고 수정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고래솊과 나는 노션에서 아이디어를 적고 

2-3회 정도 가볍게 이야기를 나눴다.  

노션에는 3가지 코너를 마련했고 이런 것들을 1-2주 정도에 걸쳐서 적었다.  

1. 메뉴구상 - 어떤 메뉴를 대접할지 

2. 대관장소 후보 - 어디에서 어떤 크기의 장소(몇명 수용)에서 할 것인지?

3. 홍보 구상 - 누구를 어떤 방법으로 초대할 것인지?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된 건 공간을 빌리고 나서 인 것 같다.   


대관장소  

바를 차리기로 우리 모두 차가 없었다. 그래서 대관장소를 찾는데는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재료 공수를 가까운 곳에서 쉽게 할 수 있을 것 


그래서 망원역 (망원시장 근처) / 홍대 ~ 합정 사이 (합정 홈플러스에서 물건 공수) 할 수 있는 

공유주방을 3개 찾게 됐다. 우리가 찾았던 공유 주방 리스트는 총 4개 있었다. 





공유주방 후보 리스트 




1. [망원]공유주방 마이키친 망원 시장점 


https://www.spacecloud.kr/space/10376?type=search



1시간 15,000원(최대 6인 수용 가능)


4시간 부터 예약 가능


조리도구 칼, 도마, 냄비, 후라이팬, 궁중팬(소형웍), 스마트오븐(32L/전자레인지겸용)


식기도구 숟가락, 젓가락, 포크, 나이프, 접시류, 와인잔, 머그잔 (접시류 - 메인플레이트, 서브플레이트, 밥그릇, 국그릇등 각룸의 최대인원이 사용가능한 양으로 잦은 파손으로 주기적으로 교체가 이루어져 방문시기에 따라 모양, 크기, 색상이 상이합니다.)


기타 주방도구 와인오프너, 필러(감자칼), 스테인레스믹싱볼, 채망, 주방용 저울, 요리용 온도계


기타 수세미, 고무장갑, 키친타올(100매)


정수기 구비 



2. [홍대] 공유주방 마이키친 홍대상수 파티룸 


 https://www.spacecloud.kr/space/36338?type=search



1시간 77,000원(20명까지 수용 가능)


인덕션, 전자레인지, 오븐, 에어프라이어, 냉장고및냉동고, 밥솥 O


사전답사 가능


주방과 테이블까지 거리가 생각보다 넓다는 단점이 있었다



3. [홍대] 다르다 스튜디오 홍대 


https://www.spacecloud.kr/space/29950?type=search&user_id=1666539353



1시간 25,000원(최대 10명 수용) 


하이라이트, 전기오븐, 밥솥, 전자레인지, 냉장 및 냉동고 O



4. [망원] 공유주방 쿠킹스튜디오(키친) 끼니 


https://www.spacecloud.kr/space/20444?type=search



1시간 4만원 (최대 25인 수용, 6인 이상일 경우 추가요금 부과) 


 기본양념 - 소금, 설탕, 후추, 식용유, 간장, 식초


조리도구 - 후라이팬, 궁중팬(소형웍), 냄비 + 주방용품일체


조리가전 - 전기압력밥솥, 스마트오븐(오븐/전자레인지), 믹서기, 정수기


식기도구 - 식기도구, 메인플레이트, 파스타플레이트, 사이드플레이트,와인잔 등


빔프로젝터 , 컴퓨터(넷플릭스 계정 이용가능)







우리는 망원시장과 가까운점,


2명이 운영하기 때문에 손이 모자른 점을 생각해서


최대 받을 수 있는 손님이 한번에 4명 정도라고 생각했고


공유주방 마이키친 망원시장점으로 예약했다. 




목표가 명확하고 한계점을 뚜렷하게 인지하니까 선택하는 건 금방이었다.






메뉴




운영하는 인원이 2명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메뉴를 만들기 보다 


코스요리로 드리고 단품으로 팔 수 있는 상품을 생각하게 됐다. 




메뉴는 양식부터 일식까지 다양하게 구상했는데 


집에서 준비할 수 있는 음식들은 전날에 준비해서 당일에는 바로 먹을 수 있게만 조리하고,


메인 요리는 근처 시장에서 장 봐서 요리해서 드리는 걸 생각했다.




사실 지금 디저트까지 다 짰다!


커다란 틀로는 양식 쪽으로 할지 일식 쪽으로 할지 서로 자신있는 메뉴들 쭉쭉 썼는데 


어떤 코스로 구성할지, 어떤 메뉴와 어떤게 잘 어울릴지 고래솊이 너무 잘 정리 해주셨다. 


나중에 일일 바 끝나면 이것도 같이 공유해 보는 거로. 






홍보


손님을 4인 밖에 받지 못하기 때문에 주변 지인들 위주로 초대하려고 한다.


다행히 고래솊과 같이 하는 프로젝트가 있어서 공통으로 아는 분들이 계셔서 이 분들 초대만 성공해도 대성공 일듯.




초대 예정자 분들께는 구두로 약속 받고, 실물 카드 초대장 보내서 확정 땅땅 받을 계획. 


그리고 입장료를 만원 받으려고 한다.






안 읽어도 그만인 일일바를 하게 된 계기?


정말 여러가지 요인이 합쳐져서.. 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맛있는 술로 사람들과 이어진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태초에 있었고 


술을 정말 잘 아는 전문가가 주변에 계셨고 


마침 시간이 비었고 준비 할 만큼의 돈이 충분히 있었다.




사실 나는 요식업에 관심이 없다.


딱히 음식을 사람들한테 많이 먹여서 기뻐하는 타입도 아니고 


와글와글하게 모여서 술을 진탕 퍼먹는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소주는 체질적으로 안 맞아서 그런가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부터 바는 좋아했고 심지어 차리고 싶었다. 


바 만이 주는 편안한 분위기가 좋았고, 거기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바텐더가 있었고 처음 보는 손님들과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던 분위기 속에서 술을 마셨던 경험 덕분이었고 그런 공간을 운영하고 싶었다. 


오시는 손님이 나 같은 경험을 하고 갔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랄까.. 아마 요식업을 안 해봤기 때문에 이런 풋내나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바를 차리고 싶었던 걸 잊고 살다가 작년부터 홀짝홀짝 마시던 위스키를


올해 더 좋아하게 됐다. 술에 대해서 박식하신 고래솊을 알게 되면서 라고 장담할 수 있다. 


정말이지 많은 술에 대해서 알려주셨고, 말아주셨다.




더 알고 싶어졌고 공부하고 싶어져서 책도 여러 권 읽었다. 


우리 동네에 있는 위스키 칵테일 책은 다 읽은 것 같다. 책을 읽으니까 더 바를 열어보고 싶었고 


심지어 어떤 날에는 위스키 책이 읽고 싶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은 적도 있다. 내가 여자에 미쳤던 것 말고 이렇게 미쳐봤던 적이 있었나??




고래솊이랑 공유주방 이야기하고 몇일 뒤에 


공유 주방 하는 생각 때문에 일에 손이 안 잡혀요 라고 했더니 


고래솊도 마찬가지라고 하셔서 너무 신기했음.. 그렇게 어떤 메뉴로 할지 서로 어떤 생각을 갖고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 이야기도 한 30분 정도 한 것 같다. 고래솊은 실제 업장 경험도 있으셔서 그런가 메뉴 구성 어떻게 하면 좋은지 메뉴 개발 쪽에 좀 더 집중하셨고 


나는 어떤 일정에 해야 사람들을 더 많이 부르고 어떻게 홍보를 해야 더 주목 받고 어떻게 해야 공수를 덜 들이고 실현시킬 수 있을지를 생각했는데 정말 말 그대로 개발과 사업 분야 각각의 분야에서 생각했던게 너무 신기했다. 서로 잘 하는게 다른 만큼 보이는 것도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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