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바 투어 - 아퀴노, 싱글몰트 위스키 전문 바-
쉴 때 뭐 하세요?라고 물어보면 예전에는 곧잘 산책한다고 이야길 했다.
하지만 요새는 바에 간다고 답변을 바꿔야 할 것 같다. 특히 마음의 여유가 없는 날은, 가장 먼저 잔잔한 음악이 나오는 바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술 중에서도 위스키는 대부분이 40도를 넘어가는 도수가 높은 술이다. 따라서 한 번에 많은 양을 마시기 힘들어 천천히 마시게 되고, 위스키를 즐기는 바의 분위기가 일상 속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집에서 위스키를 마시는 것도 편하고 바에서 먹는 것보다 저렴하지만 쉬는 공간이 구분된다는 점 그리고 시각적, 후각적으로 다가오는 중후한 분위기가 결국 발걸음을 바로 향하게 만든다.
때로는 위스키 바에 가서 한 잔 마시고 집에 가면 스트레스가 풀려서 인지, 가게에 들어서기 전 보다 개운한 기분이 들 때도 있는 것 같다. 목욕이랑 비슷한가?라는 생각도 들 때도 있고, 위스키 덕분에 알게 되는 나만의 제3의 장소들이 참 반갑다. 내 생활권인 망원동에 마침 다양하고 많은 바들이 있어서, 하나씩 바를 알아가 보는 마음으로 바 투어를 해보는 것이 요새 내 일상의 재미 중 하나이다.
아퀴노 주소 :
아퀴노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yoaquino/
망원에는 그중에서도 가장 싱글몰트 위스키에 푹 빠져 있을 수 있는 곳은 망원역 1번 출구에 있는 아퀴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아퀴노의 매력은 “아퀴노에 있는 그때만큼은 싱글몰트 위스키에 푹 빠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푹 빠지기 위해서는 우선 위스키가 내 입맛에 맞아야 하는데, 사실 위스키 종류가 참 많아서 뭘 먹어야 좋을까 고민이 되기 마련이다. 또 사람은 그날의 기분, 하다못해 날씨에 따라서도 먹고 싶은 것들이 바뀌지 않는가? 따라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위스키를 찾는 모험을 아퀴노에서 꼭 해보기를 권해보고 싶다.
위스키를 추천받는 방법은 쉽다. 단지 조금의 용기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먼저 겁을 낼 필요는 없다.
바 앞에 서 계시는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알려 주시니까. 내가 평소에 어떤 맛과 향기를 좋아하는지만 말한다면 취향에 맞는 싱글몰트 위스키를 먹어볼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추천을 통해 새로 알게 되고 마시면서 바로 좋아하게 된 위스키들이 몇 개 있다.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인 스프링뱅크가 없을 때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을 싱글몰트 위스키 킬커란,
버번위스키가 맵다고만 생각했던 내 생각을 뒤집어준 블랑톤,
과연 내가 먹을 일이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피트위스키 중에서는
아녹 루한을 만나게 됐다.
모두 아퀴노 사장님께 추천받고 좋아하게 된 위스키이다. 단지 위스키를 한 잔 마시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성스럽게 이어지는 사장님 표 설명도 아퀴노의 매력 중 하나이다. 신기하게도 스코틀랜드 위스키라고 해도 스코틀랜드 어느 지역의 위스키 인지, 누가 만들게 되었는지, 만든 사람의 철학과 성향은 어땠는지. 그리고 생각보다 이런 위스키에 대한 배경지식을 함께 들으며 위스키를 마실 수 있는 바는 몇 개 없다.
내가 마시는 위스키 증류소의 흥망성쇠까지. 위스키를 마시면서 맛있고, 재미까지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아직 위스키가 익숙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특징을 느껴보려고 하기도 하고. 단지 술을 많이 마신다는 점에서 푹 빠지는 것이 아니라, 위스키라는 상품에 대해서 미각으로, 역사로, 외관으로, 철학으로 등등 다각도 적인 면을 알 수 있기 때문에 한 잔을 마시더라도 아퀴노에 있는 순간만큼은 싱글몰트 위스키에 빠져 있는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요새 아퀴노에는 새로운 메뉴가 생겼다. 바로 기네스 생맥주. 위스키와 칵테일 위주였던 아퀴노에 생맥주 기계가 새로 생겨서 신기한 마음이 들었고 기대가 됐다.
목, 금, 토 만 한정으로 파는 육사시미 메뉴가 새로 생겼을 때도 그때 마셨던 위스키랑 페어링이 기가 막히게 좋았고, 사주풀이도 술과 함께 들으면서 고기와 위스키, 사주팔자 풀이와 위스키 다양한 조합으로 새롭게 위스키를 즐겼다는 점에서 좋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시켜 먹었다.
나는 아녹 루한과 기네스 생맥주를 같이 마셨다. 생맥주를 시키기 전에 글래스고를 마셨다. 기네스 생맥주 그 자체로도 위스키를 마시고 나서도 바로 연이어 먹기 좋은 흑맥주 만의 묵직한 연결감, 거품의 부드러움과 농도, 그리고 시원함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아녹 루한과 기네스 생맥주를 같이 먹었는데 맥주가 안주로써 위스키랑 잘 어울리기도 하고, 섞어 마셨을 때 피트향에서 나는 훈연향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아녹 루한 그 자체로도 정말 맛있는 위스키이지만!
가끔 위스키를 마셔보고 싶은데 어떤 위스키를 마시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아퀴노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곳이 아닐까. 편안하게 위스키에 푹 빠져있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특히 요새는 영화 모임까지 열리고 있다고 하는데(벌써 주말은 마감이다) 가게에 오는 손님들과도 다양한 교류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일본의 바에서 느꼈던 서로 예의를 지켜가며 즐겁게 커뮤니케이션을 했던 기억이 나에게는 참 좋은 추억이자 나 또한 그렇게 사람들을 즐겁게 연결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아퀴노의 여러 가지 시도를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