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조금은 간지럽지만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세상 빛 볼 수 있는 기회 주셔서
감사하고
죽음의 위기 가운데에도 기도해 주셔서
감사해요
남들과 달리 비뚤어지고
느림에도 불구하고 외면치 않아 주시고
어떻게든 낫게 해보려
동분서주 하신 헌신
정말로 감사해요
어릴 적 엄마 등에 업혀
어야 삼아
시장이고 어디고
따라나서면
문방구 안 가득한
장난감 사달라고
엄마 머리칼 한 움큼 잡고 늘어져도
전부 용납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넓기도 하고 높기도 한
이 세상 보여주려고
일부러 빙 둘러
구름다리 건너 주셔서 감사해요
몸은 힘들어도
사고만은 재빨랐던 저인데
그때 엄마와 나눈 담소와 가르침은
지금도 잊지 못해요
그리고 아버지…
아버지께도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엄마와 마찬가지로
세상 빛 보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낮이나 밤이나
가장의 무게라는 명분으로
쉼 없이 달려오신 헌신에 감사드려요
혹여
‘아빠’라는 이름이 막연하게
다가와 두려울까 봐
늘 사랑과 농담과 장난으로
편히 대해 주신 것 감사해요
또 현재까지도
‘우리 집 수퍼맨’으로
든든히 계셔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이렇게 아버지나 엄마께
감사하면서도 죄송한 것은
흔히 말하는 아들 노릇
제대로 하지 못한 거예요
마음만으로도 됐다고
늘 말씀하시지만
그 말은 진짜 거짓말이에요
전 괜찮지 않거든요
그런데 정말 별로인 건
그때나 지금이나
두 분의 도움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과
이전에 해드린 것도 하나 없는데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버렸다는 거예요
저는 어릴 때나 오늘이나
늘 동일한 마음으로 두 분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가능한 한
앞으로도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어요
제게는 아버지 엄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거든요
그래서
한없이 굵어진 머리를 핑계 삼아
뻣뻣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존재 대신
부드럽고
편한 아들이 되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잘 안 되네요
마음은 원인데요 참
아무튼
감사해요
아버지 그리고 엄마
하나님께서 명하신 대리인 자격으로
부모의 역할하시느라
아직도 고생이 많으신데
면구스러울 뿐이에요
혹시 이 글을 보시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모르고
행여 감정이 격해지시면
그 자체로 불효일까
.
.
.
심히 염려되지만 그래도
부모님이란 위대한 이름을 떠올리는
어버이날이 지난 지
얼마 안 됐고
핑계 삼아
이렇게 글을 통해서라도
마음을 전달하지 않으면
내내 무겁게 마음에 남을 것 같아서요
아버지 엄마
다시 한번
저의 아버지 엄마 되어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Photo by Saif Mem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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