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정 상했다면 미안
일분일초가 아쉬운 아침 시간
아직 아스라한 한 줄기 정신을
깨우는 빛에 나를 맡겨 이내 눈 뜨면
어김없이 그곳에 찾아와 있는…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옴짝달싹 하지 않아
들어설 수도 없고
문 두드려 봐야 반기지 않음에도
다음날이면 동일하게
혹은 이전보다 더 많이 쌓여서
마치 모든 것이 리셋된 듯
다시 대면해야만 하는…
태양빛에 선명하면 선명한 대로
달빛과 별빛에 희미하면 또 그런대로
자유로이 침투하는 먼지의 거침없음과
소리 없는 아우성을 듣고 또 마주하며
엉뚱하게도 난
널 떠올릴 수밖에 없었어
촌각을 다툴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꽤나 촘촘한 삶의 궤적인데
굳이 이전처럼 널
마음 한가운데에 둔 채
떠올리고 되뇐다는 게
허영이고 낭비 같아 보였거든
그래서
절심함은 그냥 두고
놓아버렸어
시간이라는 이름을 가진
열두 개의 그림자들이
어느 정도는 도움을 주는 듯했지만
쓸고 닦고 때론 공들여 떼어내기까지 해도
내일이면… 아니,
새로운 날을 맞기 전에라도
재차 쌓이는 먼지가 꼭 너처럼 느껴졌달까
혹, 이 모두가 결국 내 게으름의 흔적이겠지만
미처 찾지 못해
이미 물들고 바래버린
얼룩 같기도 했고 말이야
하찮은 먼지나 얼룩 따위로
널 비유해
빈정 상했다면 미안
하지만,
적어도 오늘만큼은
이보다 더 잘 설명할
다른 표현이 떠오르질 않네
Photo by Kunj Parek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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