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일기 11. 인간의 사유 불능성과 고양이 비만의 평범성
나는 고양이를 비만하게 기른 죄로 재판장에 올랐다.
파이와 스프는 나의 죄목을 조목조목 증언하였다. 바삭이를 퍼준 죄, 뱃살을 그저 귀엽다고만 한 죄, 인터넷에서 비만을 가벼운 농담거리로 만든 죄... 그렇게 나의 죄명은 15가지가 넘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습니까?"
"나는 그저 건사료 뒷면에 적힌 안내를 따랐을 뿐이오. 나는 무죄요.
고양이를 의도적으로 살찌게 만들어 장기를 과로하게 하고 수명을 줄일 생각은 없었소. 오직 한국 전문가가 안내한 상식과 건사료 업체의 말을 듣고 따랐을 뿐이오."
스프는 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죄는 사유 불능성, 그중에서도 고양이의 건강을 먼저 고려하여 사유하지 않고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증하지 않은 무능함이오."
파이는 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항상 그 사회의 다수 상식에만 따르려고 하오. 남이 하는 대로 건사료를 한가득 부어주면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 행동으로 비난받지도 않을 거라 생각하니 그렇소. 조금만 더 생각했더라면 고양이 비만이 생각보다 더 큰 문제라는 걸 알 수 있었을 텐데, 의지도 없고 판단도 하지 않는 평범한 보호자는 고양이를 제대로 돌보는 것이 불가능하오.
가만히만 있으면 성실하게 고양이를 살찌우게 된다는 것, 그것이 고양이 비만의 평범성이오."
"으앙 죄송합니다 ㅜㅜ "
- 스푸살렘의 파이히만 中 -
그냥 제목을 짓고 드립을 쳐 보고 싶었는데 재미가 없으니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다이어트 0단계. 다이어트 준비하기 (지난 10번째 일기)
역시 제일 먼저 할 일은 목표를 설정하고 다짐하는 일이다. 그런데 '목표 체중'을 정하는 일은 조금 어렵다. 고양이 체형이 다 다르니 어느 정도가 적당한 수준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파이와 스프가 9kg를 훌쩍 넘던 시절에 만났던 남수의사는 이 고양이는 적정 체중이 약 7kg라며 2kg 정도를 빼는 게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 다이어트에 돌입하고 보니 둘 다 지금은 목표 체중보다 훨씬 적은 체중을 갖고 있었다. (21년 10월 기준으로 스프 5.4, 파이 5.5kg)
그 남수의사가 틀렸다기보단 그만큼 고양이 체중을 가늠하는 게 어렵다는 의미다. 막연하고 정확하지 못 한 목표 체중보다는 '체중 감량 속도'가 중요하다.
내가 자주 언급하는 수의영양학 전공 왕태미 수의사님을 포함하여 여러 전문가는 '요요현상'이 오지 않고 고양이 건강을 해치지 않는 최적의 체중 감량 속도는 일주일에 체중의 1-2%라고 말한다. 이 비율을 잘 기억해두는 것이 좋다. 일주일 뒤 체중의 1-2%보다 덜 빠졌으면 섭취 칼로리를 더 줄여도 되고, 1-2%보다 많이 빠졌으면 섭취 칼로리를 조금 늘리면서 맞춰나가면 된다.
다이어트 초반에는 최소한 1-2주에 한 번은 체중을 측정하며 체중 변화 속도를 계산해야 한다. 이때, 집에 체중계가 없다며 고양이를 들고 사람이 올라가 사람의 체중만큼 빼는 사람이 있다. 나도 굉장히 똑똑한 발생이라고 신기해했고 방송에서도 팁으로 돌던 방법인데 실제로 그렇게 재어보면 고양이를 드는 자세와 각도에 따라 오차가 매우 크다. 1-2kg도 우습게 차이가 나니 작은 고양이 체중 측정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방법이다. 어쩐지 내가 직접 재는 체중과 병원에서 재는 체중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더라..
고양이 체중 측정을 위한 사람 신생아용 체중계를 하나 장만할 시간이다. 0.01kg까지는 측정되는 체중계면 좋다. 다행스럽게도 사람 아기 용품은 중고시장이 매우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리 제값을 주고 사지 말고, 잠시 기다리며 당신 근처의 마켓(^^)에서 기다리면 좋은 매물을 얻을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마음에 드는 체중계를 3만 원에 득템했다.
꾸준히 체중을 측정하며 체중을 측정하는 날에는 작은 트릿 간식을 1-2알 정도 주었다. 매번 올라와서 간식을 받아먹으니 파이와 스프도 체중계를 싫어하지 않고 내가 체중계를 건드는 날엔 신이 나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뛰어온다. 전원을 켜자마자 자진해서 후닥닥 올라가는 바람에 고양이가 올라간 상태에서 영점 조절이 된 걸로 체중을 확인한 날도 있었다.
고양이가 끝까지 체중계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혹은 가만히 있지 않아 측정이 어렵다면 이동장에 넣어 체중을 잰 다음 이동장 무게를 빼면 된다. 이건 움직임이나 각도에 따라 체중 차이가 크지 않으니 동물병원에서도 사용하는 방법이다.
고양이가 어느 정도 가만히 있는 경우 체중계에 뜨는 숫자와 함께 사진을 찍어 기록하면 뿌듯함을 얻을 수 있다. 사진이 잘 안 찍히면 영상을 찍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보시라! 동물병원 전산에 9.3kg로 올라가 있던 스프는 8.34kg를 거쳐 지금은 5kg 중반의 고양이가 되었다!
이젠 고양이에게 하루에 얼마나 먹일지를 결정할 단계다. 우리 고양이에 맞추기 전에 기준이 되어줄 칼로리를 계산해본다. 고양이의 하루 대사 에너지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양이가 아무 운동도 하지 않는 휴식 상태일 때 필요한 기본 에너지 요구량(Resting Energy Requirement:RER)을 찾아야 한다. RER은 체중이 2kg 이상일 경우 전체 몸무게 곱하기 30을 한 다음 70을 더해 계산한다.
이렇게 구한 RER에 고양이 상태마다 다른 상수값을 곱해 체중을 유지하기 위한 실제 필요 에너지 요구량(Maintenance Energy Requirements:MER)을 구해야 하는데... 솰라솰라... 그냥 우리를 위해 활약하신 분이 있으니 감사히 계산기를 받아 쓰자.
고양이 칼로리 계산기 : https://filmtree.tistory.com/
(개인적으로 어떤 분이 제작하신 계산기. 건사료 정보 데이터가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어 칼로리를 직접 찾아보지 않아도 대부분 계산이 가능하다. 여러 옵션을 제공하고 고양이 비만도(체지방율) 계산기도 달아두셨으며 계산기 아래에 계산식에 대한 설명을 잘해주셨다.)
고양이 칼로리 계산기2 : https://tools.mypetlife.co.kr/recommend-calorie
(비마이펫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계산기. 복잡한 기능은 빼고 깔끔하게 필요한 칼로리만 구하고 싶을 때 유용하다.)
공식으로 계산된 섭취 칼로리는 어디까지나 고양이 평균치이지 우리 집 고양이에게 꼭 맞는 칼로리는 아니다. 오히려 외국의 연구는 외출 생활을 하는 외국의 길고양이 패턴에 맞추어져 있으므로 실내생활만 하는 한국의 집고양이는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었다. 해당 칼로리를 기준으로 삼되, 앞서 언급한 고양이의 체중 감소 속도에 맞추러 칼로리를 점점 줄이면 된다.
해당 칼로리에 맞춰 하루에 먹어야 하는 양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내가 먹일 사료의 칼로리를 알아야 한다. 제품 상세 페이지나 업체 공식 홈페이지를 잘 뒤져보면 칼로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 수입되면서 정보를 누락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입력해 놓는 업체가 은근히 있으므로 영어를 할 수 있다면 해외 본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찾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평균적으로 건사료는 1g에 4kcal, 습사료는 1g에 1kcal로 계산하라는 말이 있다. 아주 틀린 계산은 아니지만 칼로리 섭취가 중요한 환묘를 돌보면서 여러 주식캔의 칼로리를 모아 비교해보니 100g 기준 60kcal부터 160kcal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대략적인 가늠을 할 때는 유용하겠으나 많게는 두 배 이상 차이 나기도 하니 식이관리를 할 예정이라면 주력으로 먹일 제품 몇 가지의 칼로리 정도는 직접 확인하는 게 좋겠다.
캔으로 치면 육류 비율이 높은 캔(지위픽, 생식본능, 로우즈 등)이나 소, 연어, 돼지, 간(내장)을 주력으로 쓴 캔 칼로리가 1g=1kcal보다 조금 높은 경향이 있다. 반대로 다른 바다 생선이 주원료인 경우엔 칼로리가 조금 낮다.
어차피 건사료에 비해서는 낮은 칼로리이고, 대략적인 추세가 그렇다는 것이니 어느 음식을 선택할지는 본인과 고양이에게 달렸다. 나중에 또 자세하게 설명하겠지만 선택지가 있다면 되도록 생선류가 아닌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위에 언급한 두 계산기 모두 사료 업체에서 칼로리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 탄단지 비율을 입력해서 대략적인 칼로리를 계산해서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칼로리 정보가 보이지 않거나, 해외 본사에서 안내한 정보와 국내 수입사에서 안내한 정보 차이가 제법 큰 경우에는 신뢰도 점수를 깎고 가능하면 쿨하게 다른 밥을 찾아 나서는 게 낫다. 반려동물 음식을 팔면서 칼로리는 당연히 가장 크고 정확하게 적어놓아야 하는 중요한 영양정보가 아닐까?
(*일부 국가는 영양성분을 최소치를 기준으로 기입하고, 한국은 최대치를 기준으로 기입하기 때문에 성분표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어느 정도는 감안하지만 지나치게 차이가 큰 경우에는 그만큼 제품 편차가 큰 제품이라는 의미니 다른 제품을 선택하곤 하였다.)
계산된 칼로리에 맞추어 약 일주일간 밥을 주고 체중을 재본다. 밥 무게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주방저울을 하나 살 차례이다. 집에 0.01g까지 표시하는 저울이 있는데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바람에 조금 피곤해서 찻잎이나 원두 등 꼭 필요할 때만 쓰고 있다. 그냥 1g 단위까지 표시해주는 만원 안팎의 디지털 주방저울이면 족하다.
일주일 뒤 고양이가 목표한 체중 감량 속도(1-2%)에 적합하게 빠진 경우엔 해당 칼로리를 유지하면 되고, 그보다 많이 빠진 경우에는 칼로리를 조금 늘린다. 살이 거의 빠지지 않은 경우에는 해당 칼로리에서 조금 줄여서 급여하면 된다. 경우에 따라서 오래 걸릴 수도 있으니 천천히 여유를 두며 우리 집 고양이가 먹어야 하는 적절한 밥의 양을 찾는다.
파이와 스프는 글을 쓰는 시점에선 2끼 체제로 아침에 각각 생식 70g, 저녁에 생식 70g을 먹고 있다.(생식 제작 방식을 이해하고 직접 엑셀로 영양성분을 계산하여 만들기 시작하면 직접 줄 수 있는 칼로리를 조절할 수 있어 더 적은 양만 급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주치의로 방문하는 수의사님 표현대로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라니 꽤 적은 편이다. 지금은 오히려 무리하게 더 감량하지 않고 유지해보자고 권유해주신 수의사님의 조언을 따라 먹는 양을 조금씩 늘려보고 있다.
당연하지만 간식 칼로리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되도록 먹지 않는 것이 좋지만 굳이 먹인다면 하루에 먹는 칼로리의 10-20% 이하로 한다. 사실 10%도 많다(ㅠ.ㅠ)
파이와 스프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간식을 먹지 않는다. 간식은 특별한 보상으로 남아 특별한 일(체중 재기, 합사, 목욕 등)을 했을 때 건사료나 동결건조 몇 알을 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염분과 조미료가 많이 든 자극적인 간식은 더 고난도로 수행할 특별한 일을 위해 미리 먹이지 않는 게 좋다. 지나치게 저렴하고 자극적인 간식보다는 비교적 슴슴한 간식(좋아하는 건사료, 영양제, 헤어볼 보조제등)을 주자. 일찍 자극적인 간식 카드를 써 버리면 고양이 성격에 따라 아프거나 나이가 들었을 때, 약을 먹어야 할 때나 입원했을 때 쓸 카드가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지나가며 간식을 자꾸 먹이는 길고양이 경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자꾸만 간식에 맛 들여서 정작 먹어야 하는 약 탄 간식, 혹은 제대로 된 영양을 공급하는 주식을 먹지 않아 아픈 길고양이가 정말 많다. 길고양이에게 자꾸 츄르를 먹이면 영양공급+관리도 어려워지고 사람과 강제적으로 친해져 해코지를 당하는 일이 늘어나니 정기적으로 주식을 챙겨줄 생각이 아니라면 차라리 그냥 지나가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칼로리가 정해졌다면 이제 장기전으로 들어갈 차례이다. 아직 건사료를 먹이는 중이라면 계산한 양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우리 집 고양이가 6kg라고 할 때, 마지막으로 먹인 신장 처방식 건사료를 먹이면서 다이어트를 하려면 하루에 약 47g만 먹어야 한다. 자판기 커피를 뽑으면 쪼르륵 종이컵에 담기는 양, 그 양이 보통 40g이다.
하루 종이컵 반 컵의 건사료는 뱃속에서 불어나는 것을 고려해도 두어 번 나눠 먹으려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심지어 이건 평균적인 표준 급여량이고 고양이 체질에 따라 더 줄어들 수도 있었다. 고양이는 계속 배고픔을 견뎌야 하고 울음이 심해지게 된다. 사람도 고양이도 견디기 힘들어진다.
같은 칼로리를 이전에 먹던 주식캔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수분 덕분에 하루에 200g이나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계속해서 다이어트 얘기를 하면서 식이 전환(습식 전환) 언급을 하는 것이다. 포만감 유지를 위한 방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장질환 관리를 위한 음수량 확보와 다이어트, 여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건사료만이(ㅎ) 안정된 영양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일부 수의사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굳이 습사료와 생식을 고수하게 된 이유다.
습사료는 건사료에 비해서 가격이 비싸다. 건사료 보다 수분을 많이 포함했으니 열량 대비 무겁고, 건사료처럼 저렴하게 부피를 채워줄 재료(옥수수를 비롯한 탄수화물)를 넣는 것에도 한계가 있으며, 기술적으로 더 개발하기 어려우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예전 일기에서도 인용한 2020년 오픈서베이 반려동물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건식을 급여하는 사람의 월평균 반려묘 식비 지출은 6.0만원, 습식을 급여하는 경우는 월평균 10.4만원이라고 한다. 참고 1) 현재 나도 간식이나 캔 값을 제외하면 두 마리 식비(생식)로 매달 20만 원 정도가 들어가는 중이다.
참고 1) [2020 트렌드리포트 반려동물 편]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소비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https://www.healingnlife.com/news/articleView.html?idxno=383
습사료는 대부분 건사료에 비해 보존제를 많이 넣지 않는다. 통조림 캔으로 밀봉해서 열처리를 한 다음 유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래서 산패되고 눅눅해질지언정 하루 종일 방치해도 보존제로 버틸 수 있는 건사료에 비해 습사료는 개봉 후 급속도로 마르고 상하기 시작한다.
사람은 매시간 정해진 끼니를 차려주고, 고양이는 앉은자리에서 바로 다 먹는 습관이 있어야 한다. 뜨고 남은 음식(먹다 남은 음식x 캔 안에 남아있는 건드리지 않은 음식o)은 냉장고에 잘 보관해야 한다. 차려주고 일정 시간이 지나도 먹지 않으면 폐기하고, 냉장 보관한 음식도 되도록 빨리 소진하는 것이 좋다.
내가 이런 귀찮은 단점에도 습사료를 먹이는 이유는 그만큼 수분 섭취가 고양이 건강관리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수년을 넘게 달려야 하는 고양이 다이어트 마라톤을 버티는 생명수가 된다.
오히려 건사료의 안정성을 들어 건사료만을 권유하며 동시에 다른 곳에선 다이어트와 음수량을 말하는 전문가에겐 묻고 싶었다. 고양이에게 고작 하루에 40g 안팎 하는 사료를 먹이며 배고픔에 허덕이지 않게 다이어트를 하는 방법이 무엇인가요? 그럼 어떻게 다이어트를 해야 할까요? 음식을 통한 수분 섭취를 제외하고 어떻게 수분 섭취량을 충분히 늘릴 수 있는 건가요? 하고.
해서 다음 일기는 고양이 다이어트 123단계에 이은 습식전환 123단계를 쓴다. 1단계는 제한급식이다. 만일 여전히 건사료를 먹이실 분은 굳이 더 읽지 않고 지금까지의 방법대로 잘 계산해서 먹이면 된다. 적은 양으로 먹이다 보면 고양이도 언젠가는 적응할지도 모르니, 응원을 보낸다.
보호자의 적극적 무지를 농담으로 글을 시작하긴 했지만 사실 고양이의 만성질환과 수명은 고작 양치질이나 음수량 따위만으로 좌우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결국 타고난 유전자가 큰 부분을 결정한다. 건사료만 먹어도 오래 건강하게 생존할 유전자도 있고, 습사료를 먹여서 충분히 관리를 해도 어쩔 수 없이 병과 마주하는 유전자도 있다.
당연하지만 유전자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 오래전에 한 남수의사가 연 고양이 장수 비결 세미나에서 듣고 정말 슬프게 실망한 말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여기서 운에만 맡겨둔 채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고양이가 쥐고 있는 자기 유전자만큼의 가능성은 모두 발휘하다 가도록 돕고 싶었다.
다들 내 곁의 고양이와 오래 살 수 있는 유전자를 만나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