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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ttie Jan 17. 2022

성격과 자존감

20년 전만 해도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최근 10년 정도 특히 매체에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는 유명인들이 거리낌 없이 자신들의 증상에 대해 말하고 그 해결책으로 자존감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일상용어가 된 듯싶다. 사실 한국은 좁은 면적에 높은 인구밀도, 급격하게 이뤄낸 산업화와 경제발전으로 만들어진 무한 경쟁사회의 나라다. 그러니 한국인들이 자존감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살아온 것은 최근 10년의 이야기는 아닐 터. 그저 이제와 수면 위에 떠오른 핫한 주제가 되었을 뿐이다. 


자존감에 관심이 많고 이 주제로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맞는 말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면 굳이 자존감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없을 테니. 그러니 자존감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하는 나는 자존감이 심각하게 낮은 사람일까. 딱히 부정은 하지 않겠다. 나에게 자존감은 매일 노력해도 여전히 어려운 애증의 존재가 확실하니까. 그런데 그놈의 자존감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사람이 나뿐은 아니라는 것도 안다. 내 주변 사람들만 하더라도 그렇고 인터넷 안에서 만나는 익명의 다수를 봐도 그렇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존감 문제는 한국인들에게 특히 더 치명적이다. 그래서 나와 같은 싸움을 하고 있는 분들과 함께하기 위해 나의 경험을 공유해보기로 했다. 나 스스로가 자존감을 관리하기 위해 지금도 매일같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성격검사가 자존감 지탱에 도움이 될까?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까진 아니더라도 싸우는 시늉이라고 할 것 아니겠나. 건강한 자존감을 갖기 위해선 우선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안 그래도 최근 몇 년 들어 SNS를 도배하고 있는 MBTI 적성검사가 이제는 사회생활의 필요조건이 된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과학적인 근거 하나도 없는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구분 짓고 심지어는 어떤 혈액형들끼리는 연애도 힘들다는 영화까지 나왔었는데 그에 비해 MBTI는 꽤나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MBTI 신봉자도 아닐뿐더러 이 성격검사에도 허와 실이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 주어진 질문에 대한 '본인의' 답을 근거로 결론을 추출해내는데 사실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 자신이 얼마나 다른지를 생각하면 금방 깨닫게 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MBTI의 세계적인 유행을 못마땅하게 여기기도 한다. 지구 상의 각기 개성이 다른 개개인을 어떻게 16가지 카테고리에 집어넣어 구분 지을 수 있겠냐고. 그 말도 맞다. 다만 나는 MBTI 성격검사를 참고용으로 이용하는 것에는 적극 찬성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을 통해서 적어도 스스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 MBTI는 INFJ인데 몇 년 전에는 ENFJ가 나오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꾸준히  INFJ가 나오고 있다. 사람들과 만났을 때 1:1로 대화하는 건 꽤 즐기는 편이고 심지어 외향적이라는 인상까지 주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 것을 피곤해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성격검사 결과 덕에 내가 사람 많은 모임에 가서 어색하고 뻘쭘하게 몇 시간을 있다가 집에 왔을 때 나는 왜 이리 못났을까 스스로를 자책하며 멘탈이 무너지는 일은 막을 수 있다. 왜냐, 나는 I, introverted(내향성의)한 사람이니까! 이게 나의 잘못인가? 아니다, 그냥 내가 그런 사람일 뿐. 


MBTI 검사 결과지를 읽어 보면 누군가 나를 정확히 파악해서 써 놓은 말 같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소소하게 단점을 지적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내가 세상에서 제일 특별하고 멋진 사람인 것처럼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16가지 성격 결과지가 다 그런 느낌을 준다. 자신의 성격유형이 최고로 매력 있는 유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라는 거다. 이렇게 기분이 좋아진 검사자들은 자신의 성격 유형을 다룬 인스타 피드를 발견할 때마다 그저 반갑다. 그리고 나와 같은 성격 유형의 사람을 만나면 일단 호감이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약간의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것은 나중에 깨닫게 되겠지만 여기엔 자존감이 낮은 이들이 얻을 수 있는 좋은 효과가 있다. 바로 개성중에 나쁜 개성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외향적인 사람은 친화력이 좋고 리더십이 있는 장점이 있다면 내향적인 사람은 관찰력과 통찰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어떤 성격도 단점만 존재하는 성격은 없는 것이다. 자존감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인데 본인의 성격이 갖고 있는 단점만을 생각하며 자신을 질책해왔다면 그 성격의 장점을 눈여겨봐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성격검사는 스스로를 특별하고 멋지게 여기도록 도와준다. 나의 성격을 사랑하는 것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데 있어서 아주 좋은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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