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씨는 자꾸만 아날로그 감성 추파를 던지네
왜 하필 서촌이에요? 둘이서 볼 때면 언제나 서촌을 제안한다.
집에서 가깝게 올 수 있다는 편리함 외에도 서촌이 내게 주는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낡고 오래된 동네가 주는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
서촌이 지닌 첫 번째 매력이다.
서촌을 알게 된 건 약 2년 전 일이다.
열정 인턴이었던 시기에 콘텐츠 정보를 찾다가 우연히 서촌이라는 동네를 발견했다.
골목길을 담은 사진 몇 장으로 마음을 빼앗겼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정보 없이 찾아간 탓에 경복궁 근처만을 빙글빙글 배회했다.
그렇게 야심차게 시작한 서촌 첫 번째 투어는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서촌이 우릴 자꾸 토해냈지"
지금도 그 친구와 만나면 농담처럼 말하곤 한다.
하지만 제대로 둘러보지 않았지만, 소박한 동네임을 느낄 수 있었다.
층이 낮은 건물, 허름한 골목길 그리고 인적이 드문 한적한 길거리까지.
뒤에서 빵빵거리는 차도 없었고
사람에 떠밀려 빨리 걷지 않아도 괜찮았다.
사실 시간이 비켜간 동네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엔 지리적 요인이 크다.
경복궁 외관을 헤칠 수 있다는 이유로 고층 건물을 짓지 못하기 때문.
그 까닭에 서촌엔 층이 낮고 좁은 가게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하지만 그래서 좋았다.
좁고 답답한 느낌보다 고향에 온 것처럼 편안하고 아늑했다.
세련되고 화려한 느낌보다, 투박한 감성을 전하는 서촌이 좋았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다시 서촌을 찾았다.
대오서점, 효자 베이커리, 옥인오락실, 그리고 우연수집을 지나
박노수 미술관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올라가며 서촌 구석구석을 훑었다.
좁은 골목길 마다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한 점은 서촌이 지닌 두 번째 매력이다.
어딜갈까 고민하지 않아도 괜찮다.
길을 따라 이어져 있는 하나씩 가게를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햇살이 좋은 날엔 경복궁에서 정부청사를 지나 삼청동으로 이어지는 돌담길을 따라 걸어도 좋다.
출출하면 세종문화거리에서 배를 채우면 된다.
한잔 털고 싶을 땐 저렴한 안주와 술을 파는 맥주맛나에 들린다.
서촌 반대편 길을 건너 대림미술관도 있고,
그 뒤로 애정하는 꽃집 가든하다와 아늑한 분위기의 스프링 카페도 있다.
서촌의 볼거리, 즐길거리는 하루종일 나열해도 끝이 없다.
그만큼 매력적인 동네이다.
애정하는 동네 서촌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늘 그자리 그대로 있었으면 한다.
2016년 11월 6일, 필름카메라로 서촌을 담다
ⓒ 캐논 오토보이3, 후지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