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

by 파란

잠이 많아졌다.

날씨가 추워진 탓일까, 몸이 피곤한 탓일까

체육관에서 에너지를 남김없이 쏟고 나서 긴 잠에 빠지면

다음날은 여지없이 근육통과 피로감이 몰려온다.


졸린 눈으로 살짝 시계를 보니 아침 10시가 넘어가고 있다.

새벽부터 출근하는 누군가에겐 간절히 바라는 여유일 수도 있고

근면을 강조하는 어떤 이는 이런 나를 보고 게으르다고 할 수도 있다.

어쨌든 해는 중천에 떴다.


아버지는 늘 부지런하시려 노력하셨다.

퇴근이 늦어져서 새벽 1시가 되어서 집에 들어오셔도

새벽 5시만 되시면 기계처럼 몸을 일으켜 사무실로 출근하셨고

몇십 년 동안 그걸 버티시고 이어가셨다.


사당오락을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이처럼 부지런한 사람은

무조건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우리에게 입이 닳도록 외쳤지만

아버지는 결국 반년 전 세상을 떠나셨다.


비교적 젊은 나이셨지만, 동맥경화로 인한 뇌경색이 오셨고

결국엔 세 살 어린아이와 같은 지능을 가진 상태로 한 달을 버티시다

패혈증으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시게 되었다.


술과 담배가 원인일 수도 있겠다만

오래전부터 봐온 우리 아버지는 너무 부지런하셨다.

잠을 줄여가며 몸을 혹사시킨 근면성실은

그토록 사회가 부르짖던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애석하게도 그런 아버지의 죽음은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았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문득 아버지가 안 계신다는 마음에

내가 기댈 기둥이 없다는 사실이 조금 낯설다.

이제는 내가 스스로가 기둥이 되어 버텨야 하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다.

여러분의 건강은 그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고

각자가 가진 개인의 특성은 다르기 때문에

어떠한 큰 명제에 휩쓸려 스스로를 잃지 않길 바란다.


특히 잠을 죄악시하지 말고, 충분히 자길 바란다.

그래도 요새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서

예전만큼 잠을 크게 줄이는 사람은 없어진 것 같지만

내 경험상 잠이 부족하면 사람이 예민하고 꼬장꼬장 해진다.

여유를 가질만한 체력과 마음이 부족해져서 그럴 것이다.


나는 비록 아버지를 잃으면서 깨달은 진실이지만

여러분만큼은 이런 시행착오를 줄여서 부디 건강하길 바란다.

소중한 것은 거창하지 않다.

그 가치를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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