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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디즈 PM Dec 21. 2020

PM이지만 아직도, PM이 궁금해서

크라우드펀딩 PM  이야기하는 PM에 대하여

세상에는 많은 PM들이 있다.


PM(post meridiemㅣ오후)
Product Manager
Project Manager
Program Manager


 대학생이었을 때, 나에게 PM은 오후를 뜻하는 PM뿐이었다. 그러다 6개월간 가전회사 인턴으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새로운 PM을 알게 됐다. 바로 Product Manager였다. 회사마다 다를 수 있지만 당시 인턴으로 근무했던 가전회사의 PM은 말 그대로 냉장고, 세탁기 등 Product의 물동, 마케팅, 실적을 총괄하는 Manager였다.


 인턴 생활을 마치고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의 PM이 되었다. 내 세상에 들어온 세 번째 PM이었다. 여기서 PM은 인턴을 했던 가전회사의 PM(Product Manager)이 아닌 PM(Project Manager)였다. 구글 검색과 Job discription을 돋보기 삼아 PM이 무엇인지 더듬더듬 이해해가며 와디즈 PM으로 입사했다. 그렇게 헤더(Heather)라는 이름을 달고 PM으로 활동한지도 6개월, 나는 와디즈 PM이 어떤 PM보다도 그 명칭에 충실한 PM이라는 걸 여실히 실감하는 중이다.







PM이라는 이름에 지극히 충실한 와디즈 PM

 내가 몸담고 있는 이 곳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wadiz)다. 여전히 꽤 많은 이들에게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은 생소한 개념이기에 간략히 설명해보자면


한마디로,
크라우드(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것(펀딩)이 크라우드펀딩이다.


 크라우드펀딩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와디즈에서 주로 눈에 띄는 크라우드펀딩의 형태는 '리워드형 크라우드 펀딩'이다. 그리고 이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우리는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wadiz Main Pag



 신발 프로젝트를 예시로 들어보면 쉽다. 신발을 제작하는 '메이커'는 신발을 제작하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고자 와디즈를 찾아온다. 그 다음 자신이 신발을 만든 이유, 다른 신발과의 차별성 등을 스토리에 꾹꾹 눌러 담아 프로젝트를 연다. 이 스토리를 읽은 와디즈 이용자들은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펀딩에 참여한다. 금전적인 투자가 아니어도 좋다. 크라우드펀딩의 본질은 '응원'이기에, 응원메세지 한 줄을 남김으로써 메이커를 응원한다. 이후 메이커들은 신어보지도 않고 자신의 신발에 펀딩해준 사람들(서포터들)에게 신발을 선물한다.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열심히 풀어내면, 또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경청하기 위해 모여드는 곳. 그리고 스토리에 대한 지지와 신뢰를 표현하는 곳. 그리고 그에 대한 감사함이 리워드라는 이름으로 전달되는 곳. 이러한 '오고감'이 이루어지는 공간 하나하나가 와디즈에서 이야기하는 '프로젝트'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와디즈 PM은 와디즈의 모든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직관적인 의미의 Project Manager'가 된다. 와디즈를 찾아오는 프로젝트를 메이커의 마음으로 함께 준비하고, 프로젝트에 문제가 발생하면 다같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법을 골몰하는 사람들이기에 그렇다.



그래도 아직, PM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PM을 잘 모르겠다. PM이 된 후 매달 약 100건 정도 되는 프로젝트들을 검토했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프로젝트들을 요목조목 뜯어보다 왔는데도 말이다. 사실 걱정이다. PM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 잘 할 수 있을텐데, 아직도 PM에 대해 알다가도 모르겠으니. 아마 업무의 범주가 무척 넓어서 파악하기가 더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매니저’라는 단어 자체가 왠지, 모든 것을 다 알고, 다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주지 않는가. 나는 아직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PM의 카톡 속 한 구절_PM들이 속한 펀딩운영팀에 대해

  

 

 어렵지만, 앞으로 더 잘 해내가고 싶은 PM생활을 위해 내 옆자리, 뒷자리에 앉아있는 다른 PM분들을 괴롭혀 PM에 대한 속마음을 한 마디씩 들어왔다.






PM이라 쓰고 [          ] 라 읽는다



밀레는 PM이라 쓰고 [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 고 읽는다.


 PM은 프로젝트 어디에나 관여하고 있잖아요? 프로젝트 제목, 목표 금액, 대표 이미지, 일정, 메이커 소개, 펀딩 목적, 리워드 정보……. 하지만 프로젝트 속 PM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어요. 그림자처럼 조용히 개별 프로젝트들을 돌봐주지만,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PM이죠. 그림책 《투명 강아지 아무개의 마법》의 아무개는 분명 존재하지만 아무도 그를 보지 못해요. 강아지는 갈까마귀에게 "없는 것을 있게 하는 마법"을 배워 자신의 까만 반점, 둥글게 말린 꼬리, 빨간 혀를 보이게 만들죠. 여기서 '아무개'가 펀딩을 시도하는 메이커(혹은 리워드)라면, PM은 갈까마귀처럼 프로젝트들을 도와 '세상에 없던 것을 있게 하는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칼로는 PM이라 쓰고 [   메이커와 함께 달리는 사람   ] 이라고 읽는다.


 고속도로처럼 뻥 뚫린 유통 시장에서 와디즈 PM은 '메이커님과 함께 달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와디즈는 기본적으로 유통 시장 진출을 위해 준비 중인 메이커님을 위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에요. 하지만 이미 자리를 잡은 사업체들이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시작 단계에 있는 메이커님들이 그 속도를 따라가는 건 쉽지 않아요. 그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장애물들도 여럿 존재하죠. 이 때 와디즈 PM은 메이커님들이 ‘펀딩 성공(나아가 유통 시장에서의 성공까지)’이라는 목표를 향해 한 단계, 한 단계를 잘 밟아나가실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게 돼요. 매끈하게 다져진 고속도로에서 메이커님이 다치지 않으시도록 옆에서 메이커님을 응원하고, 함께 호흡하고, 지치시지 않게 물병도 건네드리면서요. 언젠가 메이커님이 와디즈를 떠나 유통시장에서 거침없이 질주하실 수 있는 날을 염원하는 마음으로요.


티거는 PM이라 쓰고 [   안내자   ] 라고 읽는다.


  PM은 메이커님과 와디즈 사이에서 방향을 알려주다가 하루가 다 가는 것 같아요. 메이커님이 ‘펀딩 참여한 서포터분들 명단을 어디에서 보나요?’ 하면 잘 쓰여진 가이드 링크와 함께 ‘여기로 가세요’ 하거나, 와디즈 PD님이 ‘메이커님이 이 부분이 어렵다고 하시는데 어떡하죠?’ 하면 또 ‘그건 이렇게하면 됩니다’ 라고 답변하는 게 주된 일이니까요. 그래서 저 뿐만 아니라 와디즈 PM들의 머릿속에는 '어떻게하면 쉽고 간단하게 그들을 안내할 수 있는가'하는 생각으로 가득할거라 생각해요.


빌리는 PM이라 쓰고 [   크라우드펀딩을 가장 많이 생각하는 사람  ] 이라고 읽는다.

 와디즈 PM들은 '크라우드펀딩'은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PM들은 한 달에 평균 1000개 정도의 프로젝트 스토리를 읽잖아요. 그러면 나름대로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정말 크라우드펀딩스럽다.'
'이건 너무 커머스 같은데?'

 그러다보면 자연히 '그럼 크라우드펀딩스러운 것이 무엇인가'하는 고민으로 귀결되더라고요. 저희는 결국 크라우드펀딩을 받기 위해 모인 메이커님들을 돕는 일을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항상 크라우드펀딩스러움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돼요.






크라우드펀딩스러움에 대하여


 동료 PM들의 이야기들 중에서도, 빌리 PM이 말한  '크라우드펀딩스러움' 에 가장 시선이 갔다. 결국 내가 이곳에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주제가 바로 이거구나ㅡ싶었다. 이 주제를 고민하지 않을 거라면 사실, 와디즈에서 일할 이유가 없었다. 판매하기 위한 일을 하고 싶었다면 다른 회사에 입사했어야 했다. 나는 빌리 PM이 말한 '느낌'에 주목했다.


왜 어떤 프로젝트는 커머스같다고 느끼고
 다른 프로젝트는 크라우드펀딩스럽다고 느끼는가?
 


 어쩌면 크라우드펀딩스러움은 PM인 우리가 하는 일에서, 우리가 보는 프로젝트들 속에 알게 모르게 산재되어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앞으로 나는 PM업무와 프로젝트들에서 크라우드펀딩스러움을 찾아보려고 한다. 흩어진 '크라우드펀딩스러움'의 조각들을 모아서, 여전히 아리송한 크라우드펀딩스러움의 모양을 맞춰가다보면, 처음 PM을 알아가기 시작했을 때처럼 그 모양을 조금씩 더듬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오프더레코드 : 하나를 물어도 열을 알려주는 사람들


다른 PM분들에게 구글 워드 시트를 통해 이렇게 의견 요청을 했었다.


“ PM이라 쓰고 ( ) 로 읽는다” 형태로 PM을 한 마디로 정의해주시고,
간략히 3줄 정도로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랬더니 티거 PM이 이런 댓글을 남겼다.

by tiger



 다른 PM들도 딱 세줄에 맞추어 의견을 적어준 사람은 없었다. 와디즈 PM들은 사실 모두 이렇다. 하나를 물어봐도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뭐라도 하나 더 얹어주고, 한 마디 더 보태려 노력한다. 아마 한 줄의 질문에서도 두 세 가지의 숨은 질문들을 보물찾기처럼 찾아내는 습관이 배어 그럴 것이다. 예를 들어 메이커님이 '프로젝트는 언제 오픈되나요?' 라고 물어오면, PM들은 생각한다.


'프로젝트는 메이커님이 직접 오픈하시는 건데, 아마 이 부분에 대해 잘 모르시나보다. 말씀드려야겠어' 

'그럼 어떤 버튼을 눌려야 프로젝트가 오픈되는지 모르실 수도 있지 않을까?' 

'혹시 프로젝트 오픈 버튼을 누르자마자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걸 모르시는 건 아닐까?'

'프로젝트를 60일까지만 진행할 수 있다는 것도 참고차 말씀드리면 좋겠다.'


 그러니 3줄만 써달라는 동료의 요청에도, '혹시 더 필요하지 않으세요?' 라고 응답할 수밖에. 항상 PM에 진심인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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