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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잉오렌지 Apr 18. 2024

하고 싶은 말을 리스트에 적어놓는 사람

속으로만 열정적으로 토론하는 사람

나에겐 한 가지 버릇이 있다. 


어머니에게 내 의견을 논리적으로 펼치며 예상 답변을 화려하게 반박하는 생각을,

친한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내가 처한 상황을 매끄럽게 이야기하는 생각을,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연습을 계속해서 한다. 그리고 상대의 반응까지 미리 예상해서 그 대답에 대한 논리적이면서도 날카로운 반박을 토해낸다.


그렇게, 나 자신의 의견을 '멋있게' 펼치는 합리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전부 망상이다. 


왜냐하면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나는 평소처럼 입을 다물며, 내 그 수많은 연습들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으니까.


나는 평소처럼 '엄마의 조언을 새겨듣는 딸', 그리고 '언제나 독립적이고 강한 친구'가 된다.


나는 그날로 내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는 생각은 그 어떤 의미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차피 말 안할 건데 굳이 기록해서 기억에 되새기는 이유가 뭐야?


나는 그렇게 나 자신에게 물었다.


언제나 나 자신을 있는 힘껏 공격하며 물어뜯던 나의 마음의 소리는,


오늘은 대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언제나 누군가를 공격하고 까내리고 반박하고 무시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 바람이 있다. 뒤틀려버린 인정욕구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좋지는 않은 생각이다. 바람직하지 않다.


그 공격성을 사회에 적응적인 방식으로 충족시키려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예를 들면 내가 만들어낸 상상을 향해 공격을 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래서 속으로 열정적으로 토론을 하곤 한다. 내가 무언가를 보고 느낀 점을 생각하고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머릿속 여기저기에서부터 내 의견에 대한 반박이 들려오곤 한다. 나는 이를 무찌르는 연습을 한다. 나와 다른 관점을 반박하고, 인정하고,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연습을 한다.



하지만 결국 토론 상대, 나의 상상의 뿌리는 나 자신에게서 시작되어 온 것이다.


내가 물어뜯고 반박할 수 있는 대상은 나 자신밖에 없단걸.


그리고 내 의견을 '의견'이라고 경청해주기라도 하는 사람도 나 자신밖에 없단걸.



나는 위로도, 공감도, 조언도, 상담도 받고 싶은 게 아니다.


나는 그냥 내 주변 사람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호기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이해.




왜?




그 물음 자체가 나에게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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