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몰랐던 커피 산업의 변화(1)
이전 글에서 다룬 것처럼 커피 산업은 환경, 노동, 불평등 등 산업 전반에서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다. 그리고 이 문제들은 커피 산업의 지속성과 건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도 지적되어왔다. 커피 산업에서 실천되고 있는 대안 중에는 공정무역이나 유기농이라는 익숙한 것도 있지만, 업계 종사자일지라도 깊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쉽게 알지 못하는 다양한 실천이 있어 몇 개의 글로 나눠 소개하고자 한다.
[당분간의 글 목차]
윤리적 소싱 전략 : 공정무역과 직접 거래
생산지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로스터리
생물 다양성을 보장하는 커피 재배
커피 가공-유통-추출 과정의 에너지 절약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카페 문화
새로운 커피 문화를 알리는 플랫폼들
공정무역 커피인가요?
카페 겸 제로 웨이스트 스토어 아토모스를 운영하는 동안 커피와 관련하여 받았던 질문 중 하나가 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것이다. 누군가의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게시되는 우리 매장에 대한 글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사용하는 카페라는 설명을 종종 보곤 머릿속은 물음표로 가득 찼다. 왜냐하면 질문을 하는 방문객에게는 늘 'Direct Trade(직접거래)된 커피'라고 답변 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이유에서 정보의 오류가 생기는 것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추측컨대, 우리 매장이 제로 웨이스트 스토어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커피도 윤리적 방식으로 거래된 '공정무역 커피'라고 지레짐작하는 것 아닐까 싶고, 또 다른 이유는 윤리적 소싱 전략인 '직접거래'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우리에게 정확한 정보 확인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긴 할 듯하다).
그렇다면 공정무역은 무엇이고, 직접거래는 또 무엇일까?
농부의 삶을 개선하는 공정무역(Fair Trade)
커피 생산국과 농부에게 커피가 빈곤 작물로 일컬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공급과 소비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평등한 수익구조에 의한다. 쉽게 말해 커피를 소비하는 서구와 아시아에서는 남반구의 농부에게서 커피를 헐값에 구매함으로써 커피 소비국과 생산국의 수익 구조에 불균형이 심한 것이다. 공정무역은 열심히 일하지만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해 삶의 질이 향상되지 않는 농부들의 생활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등장한 거래 방식이다.
공정무역은 커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유형의 농부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Fair Trade USA에서는 엄격한 규제 기준을 통해 커피 농장이 공정무역 인증 마크를 부여한다. 예를 들면, 생산자에게 공정한 생활 임금을 지불하는 것, 생산국의 환경이 지속 가능할 수 있는 전략을 채택하는 것, 생산자와 구매자가 건강하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것 등이 기준이다.
공정무역은 농장 노동자들의 임금이 높아지고 교육과 의료서비스가 높아졌다는 성과를 이루었지만 몇 가지 한계를 갖고 있다. 공정무역이 반드시 생산품의 높은 품질까지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것, 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이익 중 많은 부분이 중간 수출업자의 몫이라는 점, 인증과 관리를 위해 생산자가 부담해야 하는 높은 수수료가 과제로 지적된다.
최고의 커피를 찾는 농부와 로스터리의 직접거래(Direct Trade)
그렇다면 공정무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낯선 직접거래는 무엇일까? 직접거래는 중간 조직을 거치지 않고 로스터리가 커피 농부와 직접 거래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직접거래를 하는 로스터리와 농장은 품질 높은 커피 생산을 최우선 목표로 계약을 맺는다. 최고의 커피를 얻기 위해 직접거래를 하는 구매자는 생산자에게 공정무역보다 훨씬 더 비싼 값을 치른다. 미국의 대표적인 로스터리 인텔리젠시아는 농민들에게 공정무역 가격보다 최소 25% 더 높은 가격으로 커피를 거래한다고 하니 소규모 로스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절대 아니다. 특히나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확산되면서 각각의 로스터리들은 자신만의 개성있는 품질 높은 생두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는데 직접거래를 통해 이 부분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는 강점을 갖는다.
인텔리젠시아를 비롯해 미국의 스텀프타운, 카운터 컬처는 직접거래를 하며 정기적인 지속 가능 보고서(혹은 임팩트 보고서)를 통해 그들의 활동을 공개하고 있다.
직접거래는 공정무역과 마찬가지로 생산지 노동자의 임금 향상과 더 나은 교육, 효율적인 사업 등을 통해 빈곤을 퇴치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지만 거래의 윤리성이 로스터리 양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다. 직접거래를 하게 되면 농장은 특정 로스터리가 요구하는 커피를 얻기 위해 맞춤형 생산에 돌입하는데 만약 기대한 품질의 커피가 생산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소비자에게 판매하지 못할 생두를 매수하여 농장과 농부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로스터리의 책임과 윤리성일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직접거래는 로스터리와 농장 간에 높은 파트너십 요구된다.
그리고 커피를 비롯해 향신료, 견과류, 카카오 등이 공정무역을 통해 거래되는 것 처럼 직접거래 방식으로 거래되는 농산물도 천천히 늘어나지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로스터리 외 직접거래 방식을 취하고 있는 브랜드로는 리쉬티(미국의 유기농 프리미엄 티브랜드)가 있다.
미국의 공정무역에서는 커피의 품질을 기준에 포함하도록 하는 움직임이 있고, 직접거래는 구매자들이 생산지의 빈곤 완화에 대한 책임과 효율성을 향상하기 위한 조직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농부의 삶과 생산국의 지속 가능성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두 가지 소싱 전략은 모두 의미가 크다.
덧.
운영 중인 아토모스가 커피를 농장과 직접거래를 하지는 않습니다. 저희가 직접 수입, 판매하고 있는 뉴욕의 파트너스커피가 직접거래를 하고 있답니다.
참고자료
Garrett Oden. "Fair Trade VS Direct Trade Coffee: Which Is Better For Coffee Sustainability?". Java Presse.
Julio Guevara(2018). "What Does “Direct Trade” Really Mean?" Perfect Daily Grind 2 January.
Roasty Coffee. "FAIR TRADE VS DIRECT TRADE COFFEE: THE JARGON OF SUSTAINABILITY" Roasty Coff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