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다정한 책장들
모모 파밀리아 지음 / 456쪽 / 21,000원 / 효형출판
새로운 지역을 방문할 때면 그 지역의 도서관과 지역서점에 들른다. 도서관에 서가가 제대로 갖춰져 있고 친절한 사서가 있으며 어린이들이 저마다 자유로운 자세로 편안하게 책을 읽고 있다면 안심이 된다. 지역서점에서 책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면 기분이 좋다. 책 읽는 어린이와 책을 사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그 지역의 미래가 밝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여기, 유럽 24개국 113곳의 도서관과 서점을 탐방한 가족이 있다. 10년 동안 엄마가 기획하고 육아휴직을 낸 아빠와 5학년과 2학년 두 아들이 함께 무려 130일 동안 여행을 했다. 기나긴 여정의 기록을 현지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456쪽의 두꺼운 책 『유럽의 다정한 책장들』에 고스란히 담았다. 유럽에 가지 않고도 유럽의 책장을 볼 수 있으니 도서관과 지역서점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문학의 나라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영국도서관과 영국의 독립서점 체인인 ‘돈트 서점’을 둘러보며 저자는 문학이 연극이 되고 영화가 되고 상품이 되어 세계화되는 걸 목격한 영국인들이 문학가들에게 신뢰와 존경을 보내는 건 당연한 이치라고, 그렇기 때문에 좋은 책을 만드는 풍토가 더욱 단단해지며 책이 그들의 자부심이 된다고 말한다.
수십 군데의 유럽 도서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점은 어린이 자료실을 제대로 갖춰놓았다는 점이다. 이들 도서관에는 어린이 독자들을 위한 전문 사서가 있고 책의 구성과 배치를 철저하게 관리하며 활동지나 놀잇감을 늘 넉넉하게 배치해 둔다. 일반 열람실과 완전히 분리해 아이에게 큰 소리로 책을 읽어줄 수 있도록 소음을 허락한다.
유럽의 특색 있는 서점 중 나의 눈길을 끈 서점은 암스테르담의 ‘해피 부키맨’이다. 암스테르담에는 365일 24시간 문을 여는 해피 부키맨이라는 서점이 있다. 고객이 부르면 언제든 문을 열어주고 모든 시간에 응답하는 24시간 편의점과 같은 서점이다. 곳곳에 편의점이 눈에 띄는 우리 동네에 해피 부키맨과 같은 24시간 서점이 있으면 참 좋겠다. 잠이 오지 않는 밤, 편의점의 맥주 대신 친절한 부키맨의 안내로 책을 한 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가족은 과연 책과 사랑에 빠졌을까? 저자는 책장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서 책이 저절로 좋아지는 마법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한국에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일이 아이들 책장에 꽂힌 전집 세트를 정리한 것이라고. 책은 좋은 것이란 명제와 많이 읽으면 더 좋을 것이란 확신에 일단 채우고 봤던 부모 욕망의 증거물을 인멸했다고. 그러나 온종일 두 아이와 대화하며 가족이 함께 세상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한 것과 24시간 신생아를 돌보듯 여행 내내 하루 종일 가족과 붙어 지내며 아이들을 이해하고 소통하게 된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성과일 것이다.
김정은_가족독서운동가, 『오늘, 가족 독서를 시작합니다』 공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4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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