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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Nov 04. 2024

내 마음속 용을 찾아 떠나는 모험

작가가 들려주는 그림책 이야기

용을 찾아서

줄리 렁 글 / 차호윤 그림 / 장미란 옮김 / 40쪽 / 16,800원 / 열린어린이



용은 동양과 서양 두 문화권에 모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입니다. 하지만 용을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서양에서 용은 불을 내뿜는 무시무시한 괴물로 동굴 속에 금은보화를 쌓아둔 채 용감한 기사가 무찔러야 하는 존재로 그려지지만, 동양의 용은 마치 신처럼 구름과 번개를 부르고 비를 내리는 신성한 동물로 비추어지지요. 이렇듯 다양한 문화 속에는 고유하고 다채로운 시선이 존재합니다.

『용을 찾아서』는 주인공 아이 안에 공존하는 동양과 서양의 서로 다른 정체성을 용이라는 상상의 동물로 은유해 풀어낸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동양과 서양의 용을 찾아 떠나는 아이의 모험 속에 문화의 공존과 다양성이 자연스레 녹아 있습니다.


이 그림책의 경우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특성을 잘 살려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로 다른 두 문화의 대비를 통해 각각의 고유하고 특별한 매력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다양한 책을 읽고 자료를 찾아보며 문화적 특성을 살리는 데 주목했습니다. 주인공 아이의 옷차림을 문화적 특성에 맞춰서 디자인하였고 각 문화권의 설화 속 존재들을 주변 인물로 등장시켰습니다.

특히 서양의 붉은 용과 동양의 청룡을 더욱 특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각기 다른 도구와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서양의 붉은 용은 강렬하고 화려한 인상을 주기 위해 서양화 기법을 기반으로 작업했습니다. 윤곽을 펜촉으로 그리고 서양 수채화 붓으로 채색하는 방법이지요. 펜촉의 날카롭고 세밀한 드로잉과 서양 수채화 붓의 힘 있는 채색을 통해서 서양 용의 강하고 세찬 느낌을 더욱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반면에 동양의 청룡은 우아하고 신성한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서 민화 붓을 골랐습니다. 민화 붓은 선의 굵기와 명암의 정도를 자유자재로 부드럽게 조절할 수 있어 움직임이 역동적인 청룡을 그리기에 딱 알맞았죠. 마침, 대학교 재학 시절 방학 때 한국에서 민화 수업을 들었던 터라 이를 잘 구현해 낼 수 있었습니다. 강서대묘에 있는 청룡 그림과 우리나라 왕의 곤룡포를 보며 청룡에 대한 영감을 얻었고 그밖에 여러 민화를 살펴보며 참고했습니다. 대신에 한국의 화풍에 낯선 외국인들이 거부감 없이 접할 수 있도록 이를 자연스럽게 그림에 녹여냈습니다.

『용을 찾아서』의 원고를 처음 받았을 당시 “네 안에는 두 숲이 만나는 곳이 있단다”라는 문장을 읽고 감정이 벅차올라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글귀가 제 가슴 한편에 남아있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 어린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위로해 주는 것 같았거든요. 사실 저는 자라는 동안에 제 정체성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과 한국 두 나라를 오가며 양쪽의 문화를 모두 경험하였고 온전한 소속감도 느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도 완벽하게 속할 수 없을 것 같은 현실에 막막했지요. 다행히도 그때 미술을 접하면서 제 고민과 정체성을 작품으로 풀어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긴 시간이 흐른 후 그림책작가가 되어 이 책을 만났습니다. 

저에게 이 책은 따스하면서 명료한 위로입니다. 정체성은 하나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모여서 ‘나’라는 고유한 사람을 만든다는 깨달음이 담겨있어요. 제가 경험했던 한국 문화와 미국 문화가 마치 두 마리의 용처럼 제 마음속에 함께 존재하는 것처럼요. 책 속 아이가 청룡과 붉은 용을 함께 꼭 껴안은 장면처럼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 같이 어우러진 모습이 진짜 제 모습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망망대해 같던 고민의 바다를 항해하던 저에게, 그리고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 주고 싶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고유한 문화적 색채를 담은 그림책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저 또한 한국인이자 미국인으로서, 진실되고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한국 문화의 섬세한 터치로 그려내고 싶습니다. 『용을 찾아서』 내용처럼 세상에 오직 하나의 길만 있지 않듯, 세상에는 각기 다른 용들이 존재하지요. 전 세계 어린이들이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기원합니다.



차호윤 작가는 『용을 찾아서』로 2024년 한국인 최초로 칼데콧 영예상을 수상했습니다. 동시에 아시아·태평양 미국문학상 대상을 받았고 스쿨라이브러리 저널 최고의 어린이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한국의 옛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 『두 산 사이의 작은 발(Tiny Feet Between the Mountains)』을 쓰고 그렸습니다.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4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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