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
모종린 지음 / 408쪽 / 22,000원 / 김영사
‘우리는 모두 크리에이터다.’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를 쓴 모종린 교수가 하려는 말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우리는 모두 크리에이터’로 살아가야 하며 이런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가는 사회, 즉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가 곧 우리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가 말하는 크리에이터란 뭘까. 그는 크리에이터의 개념은 꾸준히 넓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전통적인 예술가에서 시작해 콘텐츠 제작자, 그리고 이제는 창의적인 소상공인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진화했다.” (22쪽)
그는 이를 세 가지 범주로 나누기도 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블로그 등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콘텐츠 제작과 공유로 가치를 창출하는 ‘온라인 크리에이터’(콘텐츠 크리에이터)와 갤러리, 공방, 카페, 서점, 복합문화공간 등 물리적 공간을 기반으로 독특한 경험과 상품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크리에이터’, 마지막으로 거리, 상권, 생활권 등 도시 공간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문화와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어번(도시) 크리에이터’이다. 그는 이미 이들 크리에이터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그리고 도시 공간을 넘나들면서 크리에이터 경제를 대중화·일상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어번 크리에이터다. 이들은 단순히 자신의 콘텐츠를 특정 공간에 구현하는 오프라인 크리에이터와는 달리, 생활권 단위의 작은 지역을 통합적으로 기획하고 나아가 브랜딩한다.
내가 하는 일이 바로 그렇다. 전북 익산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책방지기로서, SNS를 활용하고 최근엔 유튜브도 시작했다. 오프라인 매장인 책방을 운영하면서 책을 팔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익산 출신 작가들을 불러 대담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의 새로운 문화 창출에 기여하려 애쓰고 있다. 나 역시 크리에이터로서 살아가는 셈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이른바 ‘스케일 딥(scale deep)’ 전략이 눈에 띈다. 보통의 스타트업들이 사업의 덩치를 키워가는 ‘스케일 업’(scale up)과 달리 “지역 고유의 자원과 네트워크를 활용한 복제 불가능한 콘텐츠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여느 초기 기업들과는 달리 규모의 경제를 꾀하기보다는 로컬 기반의 차별화된 가치 창출과 커뮤니티 구축에 주력함으로써 “지역 생태계에 깊이 뿌리내리고, 지역 자원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단기적인 이익을 좇기보다는 지역사회와의 협력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한다는 점도 놓쳐선 안 된다.
그는 크리에이터로 성공하려면 온라인, 오프라인, 그리고 도시 플랫폼이라는 3대 축을 통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래야 더 넓은 시장에 도달하고, 다면적 브랜드 가치를 구축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벌써 우리 곁에 가까이 와있다. 가령, 홍대의 어느 카페 주인은 온라인 주문 시스템과 인스타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온라인 축). 가끔 커피 클래스나 소규모 음악 공연을 하기도 한다(오프라인 축). 그리고 홍대의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한 인테리어와 이벤트로 지역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도시 축).
그는 이러한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크리에이터 타운’을 형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크리에이터 타운은 단순히 크리에이터가 모여있는 곳을 넘어 플랫폼과 지역이 결합해 형성된 새로운 생태계다. 여러 분야의 창의적인 전문가가 모여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협업하는 공간이고, 친환경 기술과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로 녹색 공간, 에너지 효율 건물, 지속가능한 자원 가치를 추구하는 ‘도시 에코토피아’를 지향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가 꼽은 크리에이터 타운으로는 스웨덴 쇠데르말름, 미국의 포틀랜드와 브루클린, 일본의 시모키타자와 등이 있다. 우리나라엔 아직 홍대와 성수동 정도다. 이런 생태계가 만들어지려면 여러 유형의 크리에이터가 도시에서 활동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는 벌써 우리 곁에 와있다고 말한다. 크리에이터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그리고 도시라는 3대 축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와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는 것. 저출산과 지역 소멸의 시대, 그리고 AI가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는 오늘,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윤찬영_기찻길옆골목책방 대표, 『로컬 혁명』 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4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