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침내 별을 찾아, 빛나는 존재가 되는 너와 나

by 행복한독서

너와 나의 별이 서로 다를지라도

그리코진 글·그림 / 34쪽 / 19,000원 / 글로연



‘열정의 촉매제는 무엇일까?’ ‘소망과 야망에 등급을 매길 수 있을까?’ ‘일상의 사소한 것에서 반짝이는 영감을 얻었을 때 어떤 기분일까?’와 같은 질문을 하길 좋아합니다.

포스터나 엽서 형태의 작업을 주로 해오면서 한 장의 그림 안에 꿈에 대한 저의 생각을 섬세하게 녹여내기엔 한계가 있다고 느껴 16장면이 이어지는 그림책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꿈이라는 것이 개인마다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기에 포괄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심사숙고하여 이야기의 흐름을 설계하고 소재를 선택했습니다.


『너와 나의 별이 서로 다를지라도』는 꿈(별)을 찾아 자신이 더욱 빛나게 된 두 사람의 여정을 그린 그림책입니다. 처음부터 꿈이 명확했던 인물 ‘오렌지’와 본인의 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 없는 인물 ‘핑크’는 꿈을 꾸는 방법도, 찾는 과정도 서로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마침내 자신의 꿈을 찾아 빛나는 존재가 됩니다. 어떤 과정이든 현재에 충실한 하루를 살아 나가다 보면 결국 자신의 가치를 찾게 될 것이라는 이 이야기에 독자분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꿈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본인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말하는 꿈은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고 싶다는 야망은 물론, 사랑이 가득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바람, 동네 길고양이를 잘 돌보고 싶다는 의지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반드시 거창한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그림1-너와나의별이_본문1.png

목표를 향해 달리다 보면 예상보다 어렵고 긴 과정에 지칠 때도 있고, 나보다 포부가 작아 보이던 친구가 더 빨리 무언가를 성취한 모습에 힘이 빠지기도 합니다. 반면,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하지 않아 원대한 야망을 품은 친구 앞에서 작게 느껴질 때도 있으며, 뜻밖의 기회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깨닫기도 합니다. 책에서는 한 장면을 위아래로 구분하여 성향이 다른 두 인물 각자에게 공간을 부여해 꿈을 찾아 실현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복잡다단한 상황과 감정을 대조적으로 표현하였으며, 이런 부분이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상철 제본을 선택했습니다. 또한, 포스터 같은 개인 작업에서 해온 것처럼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독자분들이 직접 유추할 수 있도록 얼굴 표정이 생략된 캐릭터를 활용했습니다.


책에는 저의 작은 바람도 더했습니다. 플랜C까지 세우며 인생을 설계하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을 준비성이 없다고 평가하기도 하고, 세상을 바꾸려는 원대한 목표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을 덜 중요하다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제가 가진 기준으로 타인의 삶을 섣불리 재단하는 실수를 간혹 범하곤 하는데, 각자가 가진 꿈의 크기나 방향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서로를 응원하는 관계를 그리고 싶어 오렌지와 핑크가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로 연출했습니다.

그림1-너와나의별이_본문2.png

이미지를 통한 함축적인 표현이 많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퍼즐 같은 그림책으로 다가갈지도 모르겠습니다. 별은 꿈을, 하트는 설레는 마음과 열정으로 치환해 볼 수 있다면, 망원경과 돋보기는 나의 가치가 무엇인지 찾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큰 별과 작은 별, 바깥세상과 실내, 오렌지와 핑크가 점차 밝게 빛나는 모습 등이 각각 무엇을 상징하는지 유추해 보는 것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려 합니다. 책에 나오진 않았지만 돋보기나 망원경 외에 현미경이나 천체망원경 등 자신에겐 어떤 렌즈가 맞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상·하단 프레임의 크기 변화, 컷 분할 비율, 줌인과 줌아웃, 대칭 혹은 반복적 조형 요소를 어떻게 활용해야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결정하는 모든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한 장의 포스터가 아닌 여러 장의 이미지를 이어가며 작업하는 그림책의 큰 매력이기도 했습니다. 등장인물의 감정선과 태도의 변화 등을 화면 구성과 연결 지어 살펴보며 서로의 다름과 같음, 그리고 우리의 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림책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코진_그림책작가, 『너와 나의 별이 서로 다를지라도』 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5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림책과의 인연을 만들어주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