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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use Jul 04. 2021

북텐츠 리뷰_다독한미식가_로컬맛콘텐츠발굴

장전동: 부산대 친환경 힐링 카페 캑터스커피(cactus_coffee)

이 리뷰는 부산독서모임 「북텐츠(BOOKTENTS)」 커뮤니케이션에서 진행한 온라인 독서모임 「책인온_다독한미식가」의 후기로 작성되었습니다.

리뷰 점포로부터 어떠한 대가도 지급받지 않았으며, '지역', '환경', '관계성', '식문화와 윤리'를 주제로 이를 고민하는 소상공인 맛 콘텐츠를 발굴하고자 내돈내산 작성된 글임을 선언합니다.



도심 속 대학가로부터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한적한 골목,


캑터스커피(cactus_coffee)는 선인장이라는 이름처럼 꿋꿋하게 자리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인근 자취생들을 위한 셀프 세탁소와 집반찬 가게가 늘어선 골목길을 지나면 이국적인 음악이 흘러나오는 카페가 보인다.

캑터스커피 - 외관 (장전동)


‘캑터스’라는 이름은 온전히 주인장의 취향이지만, 왁자하고 숨 가쁜 도심의 박자에 지친 이들에게 오아시스처럼 느껴지는 아담하고 차분한 장소다.

캑터스커피에서 키우는 식물들


한 잔의 음료를 30초 이내에 고열-고압-고속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에스프레소(espresso=express)의 미덕이고, 고가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뽐내듯 전시해두는 것이 단연 요즘 카페들의 유행이다.


캑터스커피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다.
샷을 추출하기 위해 가열 중인 모카포트

이곳에서는 불로 직접 가열하는 모카포트(Moka pot)만을 이용해 샷을 추출한다. 한 잔의 커피를 추출하는데, 에스프레소 머신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많은 품이 든다.

대신, 머신의 고열-고압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많은 양의 전기가 소비되지 않고, 보일러를 돌리며 발생하는 소음이 없다.

이 차분한 장소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마시기까지의 기다림조차 편안하게 맛볼 수 있다.


맛은 온전히 혀의 감각이 아니다.


맛을 느끼는 순간의 분위기는 물론, 기억과 인상에 의해 복합적으로 구성된다. 맛의 음미가 문화적 행위일 때, 좋은 맛이 구성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맛 이외의 것’들이 고려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캑터스커피 벽면 레트로 감성의 사진들

우리가 입에 담는 모든 유기물은 지구 생태계로부터 얻는 은혜가 틀림없다. 우리는 더 나은 것을, 더 많이 맛보기 위해 지구를 착취해왔고, 이는 사채 빚 마냥 이자를 더해 오늘날 위기로 마주하게 되었다. 우리는 맛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캑터스커피에서 사용하는 소품들: '옥수수'가 재료인 아이스컵, '사탕수수'로 만든 무표백 종이컵 / 핸드메이드 헤어슈슈

캑터스커피의 청년 주인장은 개점 당시부터 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대하여 고민했다. 이곳에서는 핸드메이드 패브릭 소품을 사용하며, 모든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한다. 불가피한 소모품의 경우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 유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생분해되는 친환경 제품을 선택했다.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들지만, 그것이 캑터스가 지속해갈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다.


캑터스커피 - 내부

지역의 점포에서 손님들과 소통하면서 캑터스라는 장소는 만들어져가고 있다. 주인장은 최근 비슷한 관심사로 함께 고민하는 단골손님으로부터, 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관해 참고할만한 책을 추천받았다고 한다. 손님과의 관계성은 가게와 점원의 삶에 반영되어간다.

친환경 관련 정보는 주로 책에서 얻는다고 한다 / 단골 손님이 추천해준 책

캑터스에서는 가게를 찾는 손님이 환경 보호에 기꺼이 동참할 수 있도록, 주문 시 텀블러를 지참하면 메뉴 가격의 500원을 상시 할인한다. 텀블러와 테이크아웃 할인은 중복 가능해서, 환경파괴와 가계지출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


쉬지 않는 기계 소리나 배선 따위가 없어 차분한 이 공간은 동물들에게도 친절하여,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다. 시바견 ‘고구마’ 씨도 캑터스커피에서 환영받는 손님이다.

비 오는 날이라 아쉽게도 고구마님을 영접하지 못했어요 ㅜㅜ / 캑터스커피 내부 모습

캑터스커피에서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는 동안, 이국적인 리듬을 음미할 수 있다. 한국에서 익숙하지 않은 프랑스, 브라질, 포르투갈 등의 음악은 불문학을 전공한 주인장의 엄선이다.


캑터스커피 - 영업 중

환경파괴와 코로나라는 재난과 함께 숨 가쁘게 살아가는 오늘날, 잠시 도심의 리듬을 잊고 편하게 쉬어 갈 수 있는 곳은 가까이 있다.

도심의 속도보다 조금은 느린 걸음걸이로 골목골목 둘러보자. 길 위에, 마치 선인장마냥 꿋꿋하게 자생하는 오아시스 같은 장소가 당신의 동네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



#다독한미식가 #북텐츠 #인문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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