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미숙 Dec 22. 2023

마음은 멀어도 가까운 이웃나라

후지산을 향해서 (셋째 날)


어제 을 설치다가

겨우 새벽이 되어  눈을 붙였다.

밍그적 거리다가 겨우 일어나  온천욕으로 잠을 깨웠다.




짐을 챙기고 난 후 호텔에서 아침밥을 먹고  "야마나시 현"을 향해 떠났다.

차 창밖 풍경이 그리 낯설지 않았다. 텅 비어 있는 들판에 간혹 푸른 배추가 가을 햇살에 속을 채우고 무는 튼실하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제이 외국어로 배운 일본어가 눈에 들어오면 반가워서 읽어보지만 도통 뜻은 알 수 없었다. 그때마다 가이드를 귀찮게 했다. 어디를 달려가도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어서 답답했지만 후지 산이 점점 가까이서 보이는 것이 거의 도착한 것 같았다. 드디어 바다처럼 큰 “가와구치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바람이 좀 불었지만 날씨는 맑고 좋았다. 서로 일정을 맞추기 위해 두 번 미루고 세 번째 정한 날짜였는데 이렇게 날씨가 좋다니 하나님이 도와주셨나 보다. 형부께서 하나님 은혜 감사합니다! 몇 번이나 외치셨다. 호수에 떠다니는 백조가 조각배처럼 작은 파동을 일으키며 우리를 반기듯 헤엄쳐 왔다. 주말인지라 소풍 나온 가족들도 많았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나온 신랑, 신부도 보였다. 흰 눈이 쌓인 후지 산은 어디를 가도 우리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근처 “오시노 핫카이” 마을로 향했다. 여기는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은 인파로 북적거렸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도교에서도 가까운 유명한 관광지이다.  전통적인 일본 시골마을로 세계자연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라고 한다. '핫카이'는 여덟 개의 연못이고  '오시노'는 자연을 뜻한다고 한다.

후지 산에서 눈이 녹아내리는 빙수가 연못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정말 물이 유리알처럼 맑았다.

맑고 파란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이 연못에 비치고, 비단잉어가 구름 위에서 놀고 있었다.

이곳에서 물을 마시고 가면 후지 산을 거뜬히 등반할 수 있다는 전설도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먹거리도 풍성했고, 옛날 우리 집 감나무 밭에 있었던 넓적 감이 있어서 너무 반가웠다.

후지산 올라가는 길에 먹으려고 언니가 감을 사서 가방에 넣었다. 이 마을은 실제 일본인들이 살고 있는데 서울 북촌 마을처럼 주민들의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일본 전통 가옥과 역사적인 건물이 있어 관광객들이 필수 코스로 오는 곳이라고 한다.     

구석구석 더 살피고 싶었지만 후지산을 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서둘러서 “핫카이 오시노”를  빠져나왔다.


후지 산은 해발 3776m로 높은 산이지만 경사가 심하지 않고 등산로가 관리가 잘 된 편이라서 국민 산으로 통한다. 유로도로인 스바루라인을 이용하면 2,305m까지 올라갈 수 있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가까이서 보면 정말 별거 없는 황량한 풍경이 후지산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겉으로만 화려하고 실속 없는 사람을 후지 산에 빗대기도 한다고 한다.  

후지 산을 한 번도 오르지 않은 사람은 바보, 두 번 오른 사람 또한 바보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후지 산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 그런데  막상 올라가 보면 참 별 거 없는, 과대평가가 심한 곳이란 이중적인 뜻이 있다. (나무 위키 참조)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후지 산 8부 능선에 해당하는 지점 소유주가  '센 겐 신사' 라고 한다.

17세기 초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신사 측에 기증했다는 고문서와 역사 문헌으로 일본 정부도 신사 측에 토지를 양도했다고 한다.

 후지 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들어 서자 우리나라와 똑같은 풍경이 이어지고 있었다.

올라갈수록 차창 밖에는 바람이 불었고 드디어 눈발이 날렸다. 찻길에 눈이 쌓이고 살짝 얼음까지 얼었다. 가을 날씨처럼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옷을 챙기지 않는 게 큰 실수였다.

후지산 해발 2,305m 오부 능선까지 오르자 산속에 거대한 건물들이 버티고 있었다. 바람이 얼마나 세차게 불어대는지 모자가 날아갈까 염려되어 손을 얹고 다녔다.

후지 산 등반은 7월 8월이 좋은 계절이라고 한다. 스바루라인으로 올라올 수 있는 5부 능선도 모든 상점들이 겨울이 닥치니 끝나는 시기라고 한다.  

세찬 바람으로 머리에 손을 얹은 채 12월 9일이라는 팻말 앞에서 인생 사진을 찍었다.

오부능선에서 바라보는 정상은 눈앞에 보여 금방 오를 수 있을 것 같지만 보통 8시간 정도 올라가야 한다고 한다.   

   



하산 길은 올라가는 길보다 빨랐다. 눈이 희끗희끗 보였던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깜박 졸았더니 벌써 도코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있었다.

주말이라 역시 여기도 길이 막혔다. 그동안 낮은 집들만 보였는데 도쿄에 도착하니 높은 빌딩과 아파트가 하늘 높이 치솟고 있었다. 오늘 숙소는 도쿄 오다이바 역 근처 그랜드 닛코 호텔이다.

크리스마스트리가 입구에서 우리를 반겼다. 바닥에 깔린 카펫이 푹신해서 미끄럽지 않고 피곤한 발을 감싸주 편안했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입이 벌어졌는데 역시 객실 들어서자마자 드라마를 찍듯 침대에 몸을 던졌다.  짐을 대충 풀 느린 걸음으로 건너편에 있는 무지개다리를 구경하며 걸었다. 토요일 저녁이라 인파가 넘쳐났다. 가까이서 보이는 자유 여신상은 무지개다리와 함께 일곱 색깔로  수시로 변했다. 때마침 터지는 폭죽이 마치 우리들을 환영하는 것처럼 펑펑 터지자 휘황찬란한 빛이 포물선을 그리며 공중으로 흩어졌다. 오다이바 역 인근 주변에 있는 상가는 음식 천국이었다. 다들 일본에 왔으니 전통 초밥을 먹고 싶어 했다. 초밥은 맛과 신선 함이다. 한입에 쏙 넣을 수 있는 크기로 예쁘게 플레이팅이 된 초밥은 예쁨 이상으로 우리 입맛을 사로잡아 접시가 탑을 세우기 시작했다.     

호텔에서 바라보는 야경도 멋지다.

내일 아침 일곱 시에 아침밥을 먹자는 형부 말씀에 토를 달았다.

우리가 일하러 왔다요 구경 왔지

아침식사 느긋하게 하고 열 시에 체크아웃합시다요.

good night~

#오시노 핫카이 #스바루라인 #도쿄 # 그랜드 니코호텔 # 무지개다리 # 초밥

# 가와구치 호수


작가의 이전글 마음은 멀어도 가까운 이웃나라 (둘째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