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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초이 Dec 28. 2023

<팀장일기> 독립출판물 출간 소식과 회고

팀장을 맡으며 회고한 기록을 모아 책으로 만든 이야기

팀장일기
: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 팀장의 회고록

약 2년 반 전, 팀장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으며 단단한 노트 한 권을 꺼냈다.


그리고 매일 같이 배운 소프트 스킬과 회고를 1년 동안 기록했다. 그 기록 중 일부를 모아 올해 #퍼블리셔스테이블 에서 책 <팀장 일기: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 팀장의 회고록>을 펴냈다.

팀장일기 :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 팀장의 회고록



#1

돌아보면 무엇이든지 기록으로 남기며 기억하는 걸 좋아했다. 아직도 집에는 초등학생 때부터 꾸준히 쓴 일기장 공책도 몇 십 권이 쌓여 있을 만큼 기록꾼이었다. 필기를 하지 않으면 머릿속에서 기억들이 달아날 것 같아 기록해두기도 했는데.


여행을 가거나 코로나 시기에 밖을 못 나갈 때도 별 내용이 아니어도 기억하고 싶은 내용이라면 꾸준히 기록하며 간직했다.


푸딩과 커피 한 잔 시켜두고 노트에 기록 남기는 일이 주말 낙
카페에서 잡답을 할 때도 / 여행을 가서도 / 회고를 할 때도 수다스러운 기록들


#2

어느 날 회사에서 10년 동안 실무자로 일을 하다가 갑자기 팀장이 되었다. 여태 실무 스킬을 쌓아왔는데, 새로운 역할의 스킬을 0부터 새로 쌓아야 한다니 막연했다. (우선 해보자고 시작한 것이 벌써 3년이 되어간다)


자유로운 직장인으로 살다가 조직을 책임지는 팀장으로 살아가는 일은 역할 추가 정도가 아니라 새롭게 이직을 한 기분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역할을 잘하고 싶은 마음에 매일매일 시도해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게 ‘팀장 일기’가 됐다.

하루에도 느끼고 배우는 점이 많다 보니 1년 만에 노트 두 권을 빼곡하게 채웠다


#3

아무리 신입 팀장이라도 팀을 책임지는 역할이기에 이미 ‘팀장’이라는 직급에는 기대치가 있었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으로 결과를 보여주면 되는 거지만 팀장이란 직군은 팀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니까 막막하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했다.


매일이 많은 연습과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팀이 팀장이 되고 팀원을 알아가는 연습, 리드가 아닌 매니저로서 내 역할을 이해하는 연습, 회사와 팀원이 필요로 하는 팀장의 역할을 찾아가는 연습, 내가 원하는 나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팀장의 경험을 쌓아가는 연습.



처음에는 내가 경험한 팀장의 모습들을 따라 하면 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따라 해 봤다가 무엇이 잘됐고 어려웠는지 기록하면서 내게 맞는 방법 무엇일지 스스로 질문했다. 결국 스스로에게 ‘내 것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하면서 나에게 맞는 방향성을 찾아가야지 싶었다.


단기적으로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또 새롭게 10년을 바라보고 나만의 방법을 찾아가 보자




#4

운 좋게도 배울 수 있는 환경에서 팀장직을 시작한 것이 초보 팀장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멋진 선배 팀장들이 멘토로 있고, 든든한 동료들이 팀 멤버로 있다는 사실이. (그러니 나만 잘하면 됐다^^…)


팀장이 처음 되고 선배 팀장으로부터 #팀장의탄생 이라는 책을 받았을 때 나도 ‘팀장’이라는 주제로 책을 쓸 것이라고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팀장을 찾기 위한 여정은 계속된다…


온라인 UX 세미나에서
이게 무슨 사진이냐면… 팀 사진!



#5

그렇게 팀장일기는 1년의 시간을 거쳐서 기록되었고 1년 뒤 책으로 탄생했다. 사실 퍼블리셔스테이블 북페어가 3개월이 남은 시점에는 유난히 회사가 몇 배로 더 바쁜 한 해였다. 수연언니는 초안클럽의 스핀오프 버전인 초판클럽(독립출판물 내기 사이드 프로젝트 모임)을 만들 예정인데 함께 하자고 이야기해 줬다. 나는 회사 일이 바쁜 탓에 도저히 자신이 없어 며칠만 고민하겠다고 머뭇거렸다.


‘내가 책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런데 이번이 아니면 도저히 만들기 어려울 것 같았다. 파카, 키미, 수연, 림고, 루시, 손현은 이미 책을 출간을 한 적 있었는데 모두가 ‘할 수 있다’라고 하니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는 감이 안 오지만 팀장을 처음 시작했던 것처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수연언니 덕분에 초판클럽 합류! 진짜 넘 고맙다


<초안클럽 @choanclub>은 서로의 초안을 나누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사이드 프로젝트 모임이다. 멤버들과 퍼블리셔스테이블 출간 목표로 독립출판물을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2주에 한 번씩 온라인 미팅으로 만나 서로의 초안들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방황하지 않습니다. 다정한 멱살잡이들


나는 속도가 느린 편이었는데 다들 열심히 콘텐츠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 동기부여와 조바심을 함께 느꼈다. 하지만 다들 포기하지 말라며 다정한 멱살을 잡아준 덕에 앞으로 조금씩 나아갔다. 어쩌면 책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될 초기 독자인 초안클럽 멤버를 대상으로 반응을 살펴보면서 내가 하고 싶은 내용과 독자가 듣고 싶은 내용의 중간 지점을 찾아가는 게 도움이 되었다.


팀장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는 <팀쪽 상담소>, 팀원과 팀을 알아가면서 문화와 프로세스를 만드는 이야기, 그리고 결국 회사와 팀원이 필요하면서 내게 맞는 팀장 스타일을 찾는 그 여정을 책의 큰 흐름으로 담았다.



#6

1년 동안의 기록들 중 책으로 펴낼 내용들을 모았다. 하지만 이 기록들을 본격적으로 책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평일에는 퇴근하고 다시 책상에 앉아 도저히 책을 만들 힘이 남지 않았다.


결국 초판클럽 멤버들과 함께 벼락치기를 선택했다. 주말에 하루 8시간씩 작업하는 집중데이를 활용해서 책을 만들어냈다. 북페어 1-2개월 전 유진​님에게 인디자인으로 책을 편집하는 법을 배우고, 파카님에게 책 목업 만들기를 배웠다. 평일엔 회사 일만 해도 벅찬 나날들이었는데 다 같이 모여 주말에 무언가를 만들고 나면 성취감에 힘이 샘솟는 그런 이상한 순간들 ㅋㅋㅋ


문이 열리네요




#7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답이 필요했다.

이 책이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가 뭘까?


‘팀장’의 역할에는 정답도 없고 아직 그 답을 내리기엔 경험이 더 필요했다. 그래서 팀장이 되기 위한 노하우가 담긴 자기 계발서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구체적인 해결책보다는 고민의 흐름과 깨달음이 담긴 회고록을 통해, 읽는 독자들 대신 질문을 던지고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래서 ‘휴먼 팀장체’를 살려 일기를 스캔해서 담기로 했다. 나의 손글씨 기록들이 책이 될 수 있을까 했지만 일단 가보자!

파카언니의 다정한 멱살잡이
뚝딱뚝딱 쓱쓱
요렇게 스캔
휴먼 팀장체
목차도 정해졌다!



#8

퍼블리셔스테이블까지 약 2주 반이 남은 시점 책의 인쇄를 맡겨야 하는데 표지와 제목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갑자기 몰려오는 부담감에 머리를 식히려고 나는 솔로를 틀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레퍼런스를 찾아볼까 하다 역시나 부담감에 인스타그램을 열었는데 짱구가 집에서 뒹굴거리는 짤을 보고는 이거다 싶었다.


10분 만에 탄생한 (은은하게 웃으며 일기를 쓰는) 병아리 팀
표지 레퍼런스…


사람들은 병아리가 기력 없이 은은하게 눈만 웃고 있는 그 표정이 나를 닮았다고 했다. 그리고 첫 책의 표지는 노란색으로 하고 싶었던 로망이 있어서, 쨍- 한 노란색을 골랐는데 병아리 팀장과 찰떡으로 어우러져 기분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


팀장일기의 제목을 고민하자 초판클럽 멤버인 현님이 부제를 제안해 줬다. 여러 부제 중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 팀장의 회고록’은 마음에 쏙 들어서 바로 표지에 안착!


짜 - 잔



#9

그렇게 퍼블리셔스테이블의 초안클럽 부스에서 <팀장일기>를 소개했다. (퍼블리셔스테이블 나간 회고는 다음에 자세히 적어봐야지) 하지만 어른 팀장에게는 이미 익숙한 내용일 테고 팀장이 아닌 사람에게는 공감대가 없을 것 같았는데 반전이 있었고

초안클럽 부스에서 초안클럽 멤버들과 함께 소개한 책들


책을 읽는 사람들은 팀장 외에도 다양했다. 모임이나 조직에서 장의 역할을 해나가는 사람부터, 팀장이 되기 싫은 사람. 팀장이랑 같이 일하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 조직생활을 하지는 않아서 팀장이라는 직업은 무엇을 하는지 간접적으로 궁금한 사람, 그리고 우리 팀원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책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줬다.



“팀장이 되고 싶어요.”

“팀장님이랑 일하는데 응원 겸 선물하고 싶어요.”

“팀장이란 직군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저도 팀장입니다..(눈빛 교환)”



누군가 웃픈 표정을 건네며 전우애를 느낀다는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비슷한 고민의 결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구나 싶어 반가웠다. 그리고 팀장이 아니어도 어려운 고민들을 가볍게 손 글씨고 쓱 적어 내려가 일기를 보듯이 편하게 읽었다는 피드백도 있었다.




#10

출판과 북페어까지 한 챕터를 마무리했다. 이번에 기록을 모아 <팀장일기>라는 책을 만들다 보니 그 시점의 제 고민들에 대한 답을 찾은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 시점에 찾았던 정답이 지금 돌아보니 더 나은 방법과 생각이 있기도 했다. 그 당시엔 실수하고 싶지 않아서 설루션을 찾는데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지, 상황에 따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등 유연하게 대처할 방법들이 떠오르면서 성장했다고 느꼈다.


한 동안은 다시 현업 모드로 돌아가 집중하느라 팀장 일기를 계속 기록하진 못할 것 같지만 팀장이 되고 나서 그 순간만 할 수 있는 고민들을 담았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팀장일기 :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 팀장의 회고록>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사회 속에서 수많은 새로운 역할을 해나간다. 그렇게 팀장이라는 낯선 역할도 배우고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했다. 회사에서 새로운 역할을 잘하고 싶었던 신입 팀장은 배운 노하우를 회고하고, 팀장 친구들, 팀장의 팀장을 만나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배운 소프트 스킬들을 1년 동안 손으로 기록해서 엮었다. 링크


@오초이


기록꾼의 오래된 인생의 위시 리스트에는 ‘책 출판하기’ ‘북페어 나가기’ ‘서점에 입고하기’ ‘인터뷰하기’가 있었는데, 4개 중 4개를 올해 이뤄내 새삼 찡- 했다.


덧 붙이며

* 북페어는 2023년 퍼블리셔스테이블에 초안클럽 부스로 나갔다.

* 오프라인 서점은 콜링북스에 극소량 입고했다.

* 디퍼(Differ)의 김희성 에디터님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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