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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유 Jun 11. 2018

Instagram is forever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바라보는 현대사회


얼마 전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Criminal Minds)'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2010년 5월에 방영된 이 에피소드의 제목은 'The internet is forever(Season 5, Eposiode22)'인데 대략 내용은 이렇다.


SNS(Social network service)에서 자신의 일상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여성들의 행동 패턴을 파악해 그들의 집에 카메라를 설치한 뒤 찾아가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을 살해하고, 그 현장을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생중계로 자신의 팬들에게 공유하는 살인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범인은 자신의 범행을 인터넷상에서 알림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나르시스트 기질을 가진 사이코패스이다.


Criminal Minds. The internet is forever. SNS를 이용해 여자를 스토킹하고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에 관한 이야기.




내가 이 드라마를 보고 소름 끼쳤던 이유가 있다.  


8년 전 꽤나 오래전에 나온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충분히 일어날법한 일, 아니 오히려 현실적으로 더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고, 동시에 요즘 내가 즐겨 쓰는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먼저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면, 온라인 사진 공유 및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로 다양한 use case를 가지고 있다. 셀레브리티 공식 계정, 제품/서비스 홍보용, 포트폴리오, 일상 공유, 비밀계정(소수에게만 공유) 등 굉장히 많고, 유저들마다 다른 use case를 가지고 있으나 그중에서도 일관된 경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인스타그램의 매력적인 경험은,

사람들의 1. 관종력(*신조어로 남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심해서 병폐 수준인 상태를 일컫는 단어)과 2. 관음의 욕구를 채워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즉, 하나는 사람들은 자신의 특별한(혹은 뽐내고 싶은) 일상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 하는 '관심을 받고 싶은 욕구', 그와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일상은 몰래(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보고 싶은 '관음의 욕구'이다.



이 두 가지의 욕구를 충실히 수행하는 인스타그램은 2016년 8월, 스냅챗의 핵심 기능인 24시간 실시간 스토리 공유 기능을 그대로 가져왔다.


자신의 피드에 사진/동영상 외에 실시간으로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스토리. 스냅챗처럼  24시간 이후에 사라진다.



나의 스토리를 누가 봤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본지 알 수 있다.



사진은 정제되고 필터도 입히고 꽤나 많은 공수가 들어가는 작업이다. 반면에 스토리는 그러한 조작이나 수정없이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는지 있는 그대로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기능이다.  나의 팔로워들은 내 스토리를 볼 수 있고, 또한 본 순간 나는 알 수 있다. 일반 게시물처럼 팔로우만 하고 '좋아요'를 하지 않으면 내가 그 게시물을 봤는지 알 수 없는데 스토리에서는 불가능하다.


나는 스냅챗의 24시간 공유 기능이 인스타그램에서는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가 본 흔적이 남은 걸 알게 되니 '관음'의 욕구에는 반하는 기능이 아닌가? 내가 보는걸 상대방이 알지 않는가? 누가 봤는지 올린 사람이 알게 되는데, 보는 사람이 부담스러울 거라 생각했다. 스냅챗(Snapchat)은 본래 매우 폐쇄적이기 때문에 실시간 공유 기능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지만,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보는 사람의 심리적 장벽이 높기 때문에 활발히 쓰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내 예상과는 정반대로...


출처 : statista(왼), sproutsocial(오)


기능이 출시된 지 8개월 만에 인스타 스토리의 일일 사용자가 2억 명을 돌파하며 스냅챗(1억 58000만 명)을 앞서버렸다.





스토리는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엇을 하는지, 다소 정제되지 않은 실시간 현장을 있는 그대로 공유한다(물론 미리 찍은 사진이나 영상도 스토리에 업로드 가능하긴 하다). 스토리를 올린 사람은 일반 게시물과 다를 바 없이 사람들이 자신의 스토리를 많이 봤으면 하게 된다. 또한 내가 올린 스토리를 누가 보는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는지에 대한 실시간+즉각적인 반응은 더 많은 재미를 느끼게 한다.


정말이지 '좋아요' 숫자보다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되는 엄청난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업로드 후 시간차로 누가 봤는지, 누가~누가~ 내 스토리를 보는지 궁금할 수밖에. 




즉, 인스타 스토리에서는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점점 더 실시간으로, 있는 그대로의 상태로 노출시킨다. 더 이상 예쁘게 사진을 꾸미고 필터를 씌우고 공을 들이기도 귀찮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은 꽤나 무의식적으로, 너무나도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


왜냐면 우리는 실시간으로 더 즉각적인 반응, 자극, 관심을 원하니까!








나는 '인스타 스토리'를 통해 내 일상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딱히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사람들의 관심이 좋고(관종 인정...) 내 사진의 좋아요 숫자처럼 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내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것은 정말 중독성 있고, 재밌는 경험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자신의 일상을 지속해서 공유하다 보면 나의 행동 패턴이 파악될 수도 있고(이를테면), 내 삶을 바라보는 내 팔로워들은 일종의 감시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그걸 나는 즐기는 것이고.


반대로 내가 팔로잉하는 사람들의 스토리를 다소 무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켜보면서 놀라운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유튜버, 연예인과 같은 셀레브리티들은 인스타 스토리를 적극 이용해 그들의 제품이나 컨텐츠를 홍보하는데 정말이지 거의 24시간 내내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있는지를 알린다. 그들이 어디서 무얼 하고, 무얼 먹는지, 누구와 함께 있는지... 실제로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24시간 쉼 없이 속속들이 알게 되는 것이다! 소오름..





앞서 크리미널 마인드의 에피소드 ‘The internet is forever’를 언급한 이유는 2010년에 나온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충분히 일어나고도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와 같은 범죄 가능성에 대해서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나는 점점 더 '즉각적이고 실시간적인 반응'을 기대하는 소셜미디어의 형태가 더 보편화되고 우리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하고 싶다. 거기에 인스타 스토리가 굉장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초등학생들이 카카오톡이 아니라 페이스북 메신저를 쓴다고 한다. 상대방이 마지막으로 언제 접속 중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사실을 알고 정말 소름 돋았다.)



비단 셀렙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자신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에 대해 점차 거부감이 없어지는 세상이 된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와 같은 범죄만이 우려할만한 상황일까? 오히려 그보다는 소셜미디어에 대한 의존도와 중독이 점점 심해지는 더 본질적인 현상에 대해 들여다봐야 하는 건 아닐까?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은 그래도 나름대로 시간을 들이고 필터를 씌우는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라면, 스토리는 그야말로 정말 있는 그대로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더 즉각적인 자극과 반응을 원하는 형태로 가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살아있는한 Instagram(관종의 형태)는 영원할 것인가? 점점 더 진화될 것인가?





나는 진심으로 걱정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카톡을 확인하고, 심심한 주말에 SNS 없이 온전히 혼자서 시간을 보내기 어려워하고, 기분이 좋지 않거나 외로울 때 카톡을 한꺼번에 10명의 친구들에게 보내곤 답변을 기다리고, 돌아가서 확인을 하고, 지금 나의 이 행복한 순간을 이 순간에! 스토리에 공유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함을 느끼는 나 자신이 진심으로 걱정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주변을 보면 나보다 심각한 소셜미디어 중독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반대로 마음만 먹으면 소셜미디에서 적극 소통하는 사람들의 일상 정도는 충분히 파악이 가능하고, 끊임없이 그들의 일상을 무의식적으로 관음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삶이라는게... 한편으론 무섭기도 하다.  



이렇게 점차 좁아지고 비밀 없는 세상이 우리에게 더 많은 자유로움과 연결됨을 느끼게 할지, 아니면 더더욱 외롭고 공허함을 느끼게 될지... 이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나는 작가이자 동기부여 연설가인 Simon Sinek 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세계에서 자랐어요. 우리는 소셜미디어가 핸드폰과 결합하여 도파민이라는 화학물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아요. 도파민은 우리가 담배를 피거나 음주를 하거나, 도박을 할 때 느끼는 것과 똑같은 화학물질이에요. 다른 말로 하자면 아주 아주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죠. 우리는 담배, 음주, 도박에 나이 제한이 있지만, 소셜미디어나 핸드폰에는 아무 제한이 없어요. 술이 가득한 캐비닛을 10대들에게 열어주며 '청소년들을 위한 거니 얼마든지 이용해'라고 하는 것과 같죠. 사실 그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에요. 이게 왜 중요하냐고요? 거의 모든 알코올 중독자들은 그들이 10 대일 때 술을 접한다고 밝혀졌죠. 우리는 이 도파민을 만들어내는 장치와 미디어에 자라나면서 강하게 연결이 되어버려요. 많은 아이들이 깊고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모르죠. 그들은 친구를 진심으로 의지하지 않죠. 거기에 깊은 인간관계는 없죠. 그들의 삶에 깊은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장치에게 돌아가죠. 소셜미디어에게요. 그들은 일시적인 안심을 제공해줄 이 장치에게 돌아갑니다. 우리는 알아요. 과학도 알아요. 우리는 페이스북에 많은 시간을 쓰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시간을 적게 쓰는 사람들보다 더 우울하다는 걸 알아요."



좀 더 보고 싶다면 아래 영상을 꼭 보길 추천한다.


https://youtu.be/rkaxEP1J9y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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