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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유 May 01. 2018

1년간 혼자 일하기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삶


5월이 되어서야.... 작년부터 시작된 약 일년간의 프리랜서 디자이너로의 삶에 대한 회고를 해본다. 작년 3월 퇴사후, 한두개의 외주 프로젝트로 얼떨결에 시작한 일이 UI, UX Designer, Creative project management 프리랜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일을 한지 벌써 1년이 넘었다. 1년 동안 크고 작은 여러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실수와 어려움이 있었지만 동시에 많은 것들을 배웠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좋은 기회들이 많았고 그러다보니 벌써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난것 같다.


회사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 혼자서 일의 시작-진행-끝을 책임지고 하려하니 어려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고객분들과 파트너분들을 만나 일을 하게 되어 아주 소중한 경험을 한 것 같다.



이제는 프리랜서의 삶을 마감하고 새로운 길로 틀기 위한 준비중이다. 그간의 프리랜서 삶을 되돌아보고 무엇을 배웠는지,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경험공유+반성+짧은 회고록을 써보려 한다.


지난 과거의 자신을 맞딱드리며 회고를 할때면 늘 반성모드가 되는 것...






먼저 크게 어려웠던 점과 좋았던 점으로 나눠,

아쉬운 점& 어려운 점 부터 얘기해보자면...


1. 출퇴근 시간이 없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다는 건 상당한 메리트이면서도, 생활패턴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아침형 인간이 아닌 나같은 사람에겐  매일같이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오전에 미팅이 없는 날은 느즈막히 아점을 먹고 11~12시쯤에 오피스에 출근하면 이미 오전부터 열일하시다가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분들과 마주치게 된다. 이럴때마다 자괴감이 드는건 어쩔 수 없었다.


출근시간이 늦어지니 당연히 퇴근 시간도 늦어진다. 그럼 보통 12시부터 9~10시까지 일을 하면 내 시간이 없는것 같다. 남들보다 늦게 일을 시작한걸 알면서도... 문제는 굉장히 일을 많이 한거 같은데, 사실상 딱히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시간관리가 잘 안되니 늦게까지밖에 일하는 수밖에 없고 피곤은 쌓이고... 나는 계약조건을 '기간' 단위로 했는데, 정말 시간이 돈임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하기 쉽지 않았다.


뭔가 맨날 피곤하고 일은 분명 많이 한것 같은데....


이제는 쳇바퀴같이 규칙적인 삶을 살아보고 싶은데, 또 막상 직장인이 되면 출근하기 싫어질 것이 확실하다...  사람 마음이란게 참 간사하고 만족하기 힘들다.



2. 월급이 없는 삶

월급이 없다... 달마다 꼬박꼬박 예상한 날에 월급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별다른 저축계획을 세우기가 힘들었다. 어느달은 풍족하고 어느달은 가난하고. 통장에 불규칙적으로 들어오는 급여를 계획없이 쓰기만 했는듯하다. 무지 후회하는 부분...



3. 외롭다

내가 골똘히 해결하고 싶은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없다보니 가끔 극심한 외로움을 느낀다. 단순히 외로움을 넘어, 팀내에서 함께 일할때의 배울기회가 없고 프로젝트에 힘든 일이 있으면 더 의기소침해지기 쉽다. 대부분의 문제를 혼자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니 보는 시각도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다.


밥도 맨날 혼자 먹는다ㅠ..



4. 삼박자 골고루 갖춰야

프리랜서는 영업+디자인+커뮤니케이션이 삼박자가 잘 맞춰져야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 일을 시작하기 앞서, 단가도 정해야 되고 그에 맞는 디자인 퀄리티도 제공해야하고, 계약 만료시점까지 고객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나는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이 나면 하루는 통째로 푹 쉬고 싶을 정도로 에너지를 많이 썼다. 일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싶을 정도로 관계에 신경을 많이 써야했다. 한 프로젝트가 잘못되면 나의 평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한개 한개의 개별 프로젝트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5. 자유로운만큼 지출도 많다

혼자 일하면서 직장인의 가장 부러웠던 점은 회사에서 점심 혹은 저녁 식비를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스스로 거의 삼시세끼를 해결해야 하다보니 지출이 많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보면 "다 먹고 살라고 하는 건데.."라는 말이 더 피부에 와닿는다. 결국 평소에 돈이 드는 건 거의 밥값이다.


더불어 나는 위워크라는 공용사무공간에서 자리를 빌려서 그곳에 작업공간을 마련했는데 이것도 지출에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안그래도 혼자 일하는데 집에서 일하거나, 카페를 전전하기에는 일의 효율성이 많이 떨어지기에 위워크에 자리를 빌릴 수 밖에 없었는데, 고정비가 늘 있으니 부담이 되긴 했다.


이 조그마한 자리가 한달에 50만원이다







힘든점만 있는건 아니다. 혼자 일하는 것도 사실 좋은 점이 정말 많다!

좋은 점&만족했던 점


1. 얕고 넓은 네트워크

딱히 프리랜서 디자이너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일을 구할까? 나같은 경우는 Wework 커뮤니티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했다. 위에서 언급한 위워크 임차료가 한달에 50만원이 넘지만 사실 장소 임차료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위워크 입주사와 진행했기 때문에 같은 공간에서 부담없이 만날 수 있어 일하기 미팅을 위한 시간 소요나 장소임대를 위한 공간적 제약이 없어 상당히 편했다. 또한 어찌보면 같은 공간에서 일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상호신뢰가 보장된 것이기도 하다.


프리랜서 고용 플랫폼같은 경우 거래가격의 일정 퍼센트를 떼어가는데, 그럼 나의 경우 고정수수료가 임차료에 포함된다고 생각하면 나름 합리적이라고... 내맘대로ㅎㅎ 결론을 내렸다.


야심차게 개인 명함도 만들었었다. 지금보니 부끄럽다... ㅎ

또한 프리랜서로서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을 만나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이점이었다. 반면 회사에 소속해있으면 좁은 직군이지만 깊이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2. 감사한 고객 & 파트너

일을 하면서 고객으로부터 업무에 대한 태도, 커뮤니케이션 스킬, 디자인 외적인것에 대해 많이 배웠다. 긍정에너지 뿜뿜이신 고객, 파트너를 만나면 일이 재밌어진다. 감사하게도 다양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신의 팀이 만들어가는 서비스에 대단한 열정을 지니신 분들을 많이 만났다. 그런분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내가 디자인한다는 생각에 큰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



3. 내맘대로(?) 원하는 프로젝트 진행

이건 내 개인적인 경험인데, 인하우스 디자이너를 고용하기 어려운 비지니스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 같은 회사들은 프리랜서와 중, 단기적으로 일하고자 하는 수요가 정말 많다. 위워크 네트워크 안팎으로 많은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요청받는 프로젝트를 시간적으로 모두 다 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딱히 흥미가 생기지 않은 프로젝트는 정중히 사양했던 건들도 많았다. 결국 내가 관심이 가서 더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4. 욕심낸다면 그만큼 많이 벌수 있다  

아무래도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스스로 정하는 것이기에 능력과 시간만 된다면, 많이 벌 수 있다. 프리랜서마다 개인의 차가 있겠으나, 외주 프로젝트로 욕심을 낸다면 비교적 어렵지 않게  일반적인 직장생활을 통해 버는 월급보다는 매출을 더 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건강, 여유시간을 돈과 맞바꿔야 하는 상황이 올수도 있겠지만...



5. 홀연히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얼마전에 독일여행을 한달동안 다녀와 탕진잼을 만끽하고 왔다. 내 인생 점점 yolo가 되어간다! 큰일이다. 외부적인 자극을 필요하다 생각해서... 아니 사실 현실 도피여행을 다녀왔다. 이렇게 사는게 바람직한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이렇게 홀연히 내맘대로 장기여행을 떠날 수 있는 건 프리랜서라 가능한 것이었다.


여행은 꿀잼. [좌] 베를리너처럼 살아보겠다고 괜히 카페에서 놋북을 꺼내봤다. [우] 런던The Shard







1년간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살면서, 혼자 일하는 삶을 되돌아보았다. 다른 프리랜서 디자이너분들은 어떻게 일을 하는지 궁금한데, 더불어 내 경험도 공유하고 싶었다.


요즘 드는 생각은 Product designer로써 프리랜서는 장기적으로 한 제품/서비스에 깊이 고민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소속없이 혼자 일하는게 덜 매력적인 부분들이 있다. 모든게 일장일단 인것 같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프리랜서는 능력만 된다면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비교적 주체적으로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으나, 한 서비스에 대한 깊은 고민과 좁지만 깊이 있는 네트워크를 쌓기는 힘들다.


어느 쪽이 더 좋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나는 이 경험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하고 싶다.


프리랜서의 시작도 모든게 서툴고 어려웠으나 어느덧 적응해 벌써 일년이 넘어 이제는 또다른 시도를 하려 한다. 한해 한해 연차는 쌓이지만 늘 초심을 잃지 말고, 남은 올해는 좀 더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글도 좀 꾸준히 써봐야겠다.






음악이든 글이든 뭔가를 꾸준히 창조해나가야 하는 고단함은 기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면 만들어진 작품에서 힘이나 깊이가 사라져 버린다-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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