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유 Sep 24. 2020

예쁜 곳에서 살고 싶다

더 격하게

로또에 당첨되면 무얼 제일 사고 싶냐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은 집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좋은 주거환경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높다고 볼 수 있는데 나이가 들수록 더 커지는 것 같다. 나는 예전부터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 위치한 강 주변의 햇살이 잘 드는 창문이 넓고, 층고도 높은, 널찍한 스튜디오에서 강아지를 키우며 살고 싶은 로망이 있었다. 과연 언제쯤 그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언젠가는 꿈이 실현되길 바라지만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해외로 나가는 건 고사하고, 야외활동에 제약이 많으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욱 많아졌다. 출장 이후 집에서 2주 격리 동안 집콕하며 지내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방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아직 부모님댁에 얹혀사는 싱글이지만 독립하기 전까지만이라도 방을 내 취향으로 맘껏 꾸며보고 싶었다. 3평 남짓한 작은 방이지만 얼마든지 괜찮은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고 약 한 달 동안 온라인,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약 100만 원의 예산으로 완전히 새로운 방으로 탈바꿈했다.



작고 아담하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좁은 공간을 넓게 연출하기 위해서는 밝은 톤의 벽지가 적격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벽지를 제일 먼저 교체해줬다. 약간 크림색의 무광 벽지인데 가족의 도움을 받아 하루 만에 완성했다. 요즘 나오는 벽지들이 워낙 질이 좋기도 하고 이미 풀이 발린 벽지라 나 같은 초심자도 손쉽게 붙일 수 있다. 벽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도 공간의 분위기가 확실히 바뀐 걸 느낄 수 있었다.



:)


개당 4000원 액자 프레임으로 가성비 최고의 작은 갤러리 완성
책상과 투 기타

지금 기타 자리는 원래는 화장대가 있었다. 화장품들이 밖에 나와있는 게 너무 지저분해 보여 매일 사용하든 화장품 말고는 다 버리니 남는 게 별로 없었고 내친김에 화장대도 과감히 버렸다. 대신 작은 벽 선반을 설치해 소품을 올려놓고 장식적으로 활용하는 중이다.


나름 내방 포토.. 존


자주 쓰는 향수를 올려놓아 외출 전에 슥슥 뿌려주면 기분이 정말 좋다! 최근에 클래식 기타가 생겨 두 개의 기타를 어디다가 놓을지 곤란했는데 기타 벽걸이를 설치해서 올려놓으니 뭔가 뮤지션의 방이 된 거 같다... (컨셉만 충실히)


컨셉에 충실한 책상 위 소품들


괜히 스포티파이 열어놓기...ㅎㅎ

재택근무할 때는 이곳에서 작업을 한다. 책상 위에 뭔가 많이 올라가 있으면 정신이 산만해서 최대한 물건은 안 두려고 노력 중이다. 이 책상은 초등학생 때부터 쓴 책상인데 지금까지 아주 잘 쓰고 있다. 좋은 가구는 정말 한 사람의 일생을 함께할 정도로 오래 쓰게 되는 것 같다.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엽서도 종종 바꾼다. 정말 별거아닌데 기분이 좋아진다


책상 위 작은 충전 코너


셀프로 페인트이랑 손잡이도 교체해줬다. 생각보다 셀프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방문을 나서기 전에 꼭 챙겨야 하는 것들. 카드, 지갑, 회사출입증 등등 이곳에 놓으면 절대 까먹을일이 없다.





인테리어에 주로 참고한 것들


1. 어플 - 오늘의 집

인테리어에 관심이 생긴 이후로 오늘의 집 어플에 거의 살다시피 하는 것 같다. 쇼핑을 하는 목적도 있지만 앱에서 큐레이션해주는 스토리들 중에 흥미로운 것들이 정말 많다. 오늘의 집 유저들이 직접 자신의 집 공간을 소개하고 어떤 컨셉으로 만들었는지, 어떤 제품을 사용했는지 등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 많다. 셀프로 30평대 아파트로 시공한 이야기, 5평 남짓한 작은 원룸 꾸미기, 건축가가 직접 지은 집 이야기 등 소개하는 주거형태도 굉장히 다양하다. 이 좁은 땅 대한민국 안에서도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공간을 창의적으로 디자인해 살아가고 있다는 걸 간접 체험할 수 있다.


2. 유튜브 채널 - 집꾸미기

집꾸미기 채널은 올라온 동영상을 거의 다 봤을 정도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 중의 하나이다. 세 명의 스타일리스트가 클라이언트의 집을 꾸며주는 과정을 담은 채널인데, 동영상 구성이 알차다. 해외 인테리어 영상도 꽤 봤었는데 일단 감성(?)이 한국이랑 맞지 않고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직접 출연해서 인터뷰하는 형식이 많아 피로도가 높은데(사람이 너무 말을 많이 하는 영상은 피로... 하다) 집꾸미기 채널은 핵심적인 공간 소개를 중점적으로 왜 이렇게 설계했는지, 어떤 제품이 좋은지 알짜배기 정보만 설명해줘서 좋다. 해외는 주거형태도 대부분 단톡 주택이라 보는 재미는 있지만 실제로 작은 방 하나를 꾸미는 데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았다. 반면에 집꾸미기 채널은 원룸, 30평대 아파트, 방 인테리어를 주로 다루다 보니 공부가 많이 되었다. 전문가들의 터치에 before and after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보는 맛이 아주 재밌다.


3.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원제는 'Tidying Up with Marie Kondo'인데 한국어로 나름 번역을 잘한 것 같다. 곤도 마리에가 미국의 가정집에 직접 방문해 약 한 달간 정리 컨설팅을 해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한 에피소드에 한 집을 방문하는데 곤도 마리에의 가르침을 받고 의뢰인의 얼마나 삶이 변화하였는지 그 과정을 잘 보여준다. 그들의 공통점은 자신들이 가진게 무엇이 있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곤도 마리에의 정리 철학의 핵심은 단순한 것 같다.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이라면 정말 아껴서 보관하고(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렇지 않다면 과감하게 버리는 것. 넘쳐나는 물건에 끄달려 사는 삶을 끝내기 위해서라면 곤도 마리에의 정리 철학을 정말 배울 필요가 있다. 그간 얼마나 내가 가진 것을 아껴주지 않고 살았나 싶어 크게 반성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인테리어의 시작은 '정리'이니 무언가 새로운 인테리어에 도전하고 싶다면 먼저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를 본 후 시작할 것을 강추한다.



언제 서울에 내 한몸 누울자리 내집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날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리며... 그날이 왔을때 오늘의 방꾸미기 경험이 빛을 발할 것이다. (격하게) 예쁜 공간에서 살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