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비가 잠시 그친 주말 단상
이번 주말에 나에게 가장 중요했던 일은 사실 칼럼을 쓰는 것도 집안 일을 해치우는 것도 아니고, 오랜 친구랑 시간을 맞춰 전화 통화를 하는 일이었다.
나름 근거리에 살면서도 얼굴을 보는 거는 둘째치고, 전화 통화도 하기 어려운 바쁜 우리의 삶.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할 일의 갯수와 무게감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만나는 사람의 수와 농도를 조절해야 했으니까(그게 사실 정신 건강에도 좋다).
오랜 벗이랑 그동안의 밀린 대화를 하는데 뭔 시간이 이리도 빨리 흘러가는 건지.
”와 내가 이것도 말 안했었나? 이것도 말 안했으면 우리 진짜 오랜만에 통화하는 건데!“ 할 정도로 할 이야기 많았는데, 그래도 우리 대화의 끝은 늘 그렇듯 서로에 대한 응원이었다.
내 오랜 과거와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지금의 고민과 자랑도 스스럼없이 건넬 수 있는 사이. 오랜만에 이어져도 마치 어제 만난 것 같이 어색함이 없는 그런 사이.
그런 친구가 있어서 참 좋았던 주말.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연재 기사를 마음에 들게 끝마친 주말.
새롭게 생긴 카페에 가고 싶다니까 두말없이 차키를 가져오는 남편이 있는 주말.
앉아 있으면 무릎에 엉덩이를 들이미는 둘찌가 있는 주말.
아침 운동을 같이 가주는 큰찌가 있는 주말.
무섭기도 했던 긴 비가 그치고 조금씩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밖은 습하고 더워도 우리집은 선풍기로 시원했다.
이걸로 그냥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