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면 곧 한글날이 다가오니까요!
2022년 10월 9일, 곧 다가올 한글날을 맞이하여 이번 스터디 주제를 선정해봤어요. 한글날은 훈민정음의 반포를 기념하여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널리 알리고 한글 사랑 의식을 높이기 위한 기념일인데요. 올해 한글날은 일요일이기 때문에 다음 날인 월요일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더 많은 학생과 직장인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몇 년 사이 K-POP과 한국 콘텐츠의 높아진 인기 덕분에 한글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것 같은 요즘! 오늘은 한글이라는 키워드로 전반적인 마케팅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한글을 사랑한 마케팅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도밍고 | 곧장 떠오르는 건 최근까지 했던 스타벅스의 '좋아하는 걸 좋아해' 프로모션이요. 보통 슬로건을 영어로 하던 프로모션과 다르게 이번엔 한글 타이포그래피까지 제작해서 한글 슬로건을 만들었더라고요. 물론 한글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어설프게 느껴진다는 평가도 있어서 반응이 갈리더라고요. 그래도 매번 영어 슬로건을 쓰다가 한글을 활용한 것을 보니 낯섦에서 오는 충격이 있었어요.
클로이 | 저는 무신사 카피를 되게 좋아하는데요. 최근에 '다무신사랑해' 이 카피를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직관적으로 본인들이 하고 싶은 말을 완전히 함축해 놓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것과 연이어서 29cm의 '당신2 9하던 삶' 카피도 나왔던데, 이건 또 생각보다 별로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이전에 29cm가 가져가던 감도랑 조금 달라진 느낌? 무신사가 29cm를 인수하면서 비슷한 결이 된 것 같아요.
클로이 | 외래어의 한글화를 생각했을 때 갑자기 중국어 생각이 났어요. 제가 중국어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중국어는 웬만한 영어와 외래어를 거의 다 본인들의 한자로 새로 표현하거든요. 코카콜라 같은 경우 '먹는 것이 즐겁다'라는 의미가 들어가는 한자를 같이 넣어서 유사한 발음의 한자로 사용해요. 이런 게 그 언어만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재미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휴 | 저는 정확히 반대인데요. 외래어는 외래어 그대로 두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외래어를 한글로 바꾼다고 해서 한글을 사랑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죠.
도밍고 | 예전에 스타벅스가 업사이클링 관련된 굿즈를 내놓은 적이 있는데, 방석을 '시팅 쿠션'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보자기는 '패브릭 랩'이라고 부르고요. 이걸 보면서 어떻게든 있어 보이게끔 말을 만들어내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클로이 | 그래도 저는 한글 사용을 되게 좋아하는 편이라 저희 브랜드에 관련해서 이야기할 때 한글을 어떻게 하면 많이 대체할 수 있을지 고민을 자주 해요.
휴 | 예전에 제가 당근마켓에서 일할 때 이전의 중고 거래 서비스는 40-50대가 훨씬 많이 사용했거든요. 그래서 무조건 한글로 쉽게 썼어요. 콘텐츠나 푸시에서 신조어도 많이 사용하지 않고요. 반대로 지금 저희 서비스의 주 고객층은 20-30대인데, 우리가 쓰는 영어와 줄임말 같은 게 그들에게는 훨씬 익숙할 거거든요. 그럼 저는 그 사람들이 익숙함을 느끼는 말을 사용하는 게 더 맞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휴 | 배민의 폰트를 보면 누가 봐도 배민에서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인하게 들잖아요. 예전에 개인적으로 음식과 관련된 콘텐츠를 만든 적이 있는데, 배민 폰트를 사용하니까 느낌이 정말 많이 살더라고요. 마치 세뇌당한 것처럼 '배민'과 '음식'이라는 매칭이 머리에 각인되어 있는 거죠.
클로이 | 애플도 폰트에 대한 집착이 엄청나잖아요. 스티브 잡스가 왜 그렇게 폰트에 대해 집착했을까, 생각해 보니 결국 폰트가 그 브랜드의 정수인 것 같아요. 마치 브랜드를 완성하기 위한 핵심 같은 거요. 배민과 아무 관련 없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도 배민 폰트 하나로 자연스럽게 정체성을 드러내는, 본인을 표현하는 궁극적인 수단이 아닐까? 그래서 기업들이 폰트를 만들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배민 같은 경우는 을지로체를 내놓으면서 온라인 전시회 같은 마케팅도 했으니 여러모로 남는 활동이 됐을 것 같아요.
클로이 | 우리 브랜드와 핏이 맞지 않은 마케팅인데 '한글날이 다가오니까 해야 돼.'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어설프게 접근하는 순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붓글씨 + 세종대왕 일러스트 + 비단 무늬 조합만 나타나는 애국 마케팅이 될 것이고, 또 자연스럽게 묻히겠죠.
도밍고 | 저 역시 한글날에 한글 마케팅을 가져온다는 것 자체가 진정성이 크게 느껴지진 않아요. 오히려 한글을 이용하여 마케팅한 것 중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던 것들, 특히 배민 신춘문예 같은 것들은 오히려 한글날이 아닐 때 진행됐잖아요. 한글날이니까 한글 마케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식상해진 것 같아요.
휴 | 그래서 이제는 커머스 분야가 아니면 한글날에 크게 마케팅을 하지 않는 듯해요. 오히려 핀테크 금융권이면 연말 정산 기간이나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처럼 흔히 말하는 각 분야의 명절에 더 힘을 쏟는 느낌?
클로이 | 갑자기 생각난 건데, 2015년에 악뮤가 우리카드와 함께 캠페인 노래를 하나 낸 적이 있어요. 한글날을 기념해서 가사가 순우리말로 이루어져 있고 전체적으로 한글과 연관된 노래였거든요. 이 정도의 진정성은 있어야 한글날 마케팅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도밍고 Domingo
지식과 능력, 재능으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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