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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문 Jan 10. 2023

이대 나온 정마담도 실패한 창업

창업한 아줌마의 창업 이야기

“나 이대 나온 여자야!”

타짜의 정마담 대사다.

그녀가 이대를 나왔다고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말을 하는 이유란, 나는 학식도 있고 우아하며 누구보다 엘리트이므로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저속한 속물이 아니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혹시, 당신도 그런 말을 자주 하지 않는가?

라떼는 말이야...... 이런 뉘앙스로.     

사람들은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며 현재를 부정하고

현재의 자신을 떠올리며 미래의 도전을 멈춘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미래의 자신을 그린다고 한다.

1년 후, 10년 후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구체적으로 한다고.

그리고 그 모습을 미래의 오늘을 위해 준비한다고 한다.

그들에게 과거란 그저 경험이고 그 경험 속에서 오늘 나를 업그레이드시키며 미래의 성공을 위해 살아갈 발판일 뿐이다.     





창업을 희망하는 여성분들에게서 나는 가끔 정마담을 보곤 한다.

과거에 나는 어떤 능력으로 어떤 일을 했으며, 얼마나 괜찮은 사람이었는지 아느냐.

그러니 창업, 그건 맘먹으면 된다. 별 거 아니다.

지금 상황이 잠시 이렇다 할 뿐이지, 하면 된다.     


정확히 이런 말로 앞에 앉은 나에게 말하지는 않지만,

당장 창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묻기 이전에,

머릿속은 이미 과거의 영화를 헤엄치며 현실을 간과한다.

과거에 그랬던 그녀들은 지금 무엇을 하기 전엔 그저 주부인데 말이다.     


이런 사람들 대부분은 ‘지금 상황’ 그곳에서 빠져나오질 못했다.

여전히 나는 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라며 현재를 부정하고 겸손을 잃은 채,

자신의 게으름과 두려움을 정당화시키고 있었다.     


과거는 과거일 뿐,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다!


과거의 내가 필요한 순간은 그 시절의 열정, 그 시절의 순수함. 그것일 뿐이다.

무엇을 했던, 지금 하려는 일은 완전히 새로운 일이며, 새롭게 자신을 세팅하고 단련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무엇을 먼저 배우면 될까?

새로운 판에서 새로운 내가 되려면 나는 무엇을 먼저 배워야 할까?     


그것은 나는 무엇을 만들고 싶어 하는가?이다.

내 아이템이 가져야 할 차별화. 그것의 첫걸음이다.     


이대 나온 정마담도 창업에 실패했다.

창업의 본질은 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오로지 돈만을 쫓으며 돈의 사악함 속으로 자신을 던졌다.

결국엔 속물로 살다가 속물로 떠난 실패자로 남았다.   

  

나는 창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업자명 아래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부제를 붙이라고 얘기해 준다.

나는 광목옷을 만드는 그린재지만 내 상호의 아래에는

[삶의 휴식이 담긴 옷]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바로 이것이 내가 창업을 하고 나아가고자 하는 길인 것이다.     


돈은 수단이 되어야 한다.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안착시켜 줄 수단.

가끔 창업은 마치 돈이 전부인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수단이 목적을 잡아먹고, 목적이 잡아먹힌 나의 아이템은 수명이 짧기 때문이다.


부제를 달아서 내 아이템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어야 그것이 살아 움직여 먼 곳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

부제가 힘을 발휘하며 그것은 스토리가 되고,

그 스토리 속에서 유일한 존재가 되어 사람들의 입을 타고 떠다니게 된다.


그러니 돈이 안 되는 나의 아이템을 버리기 전에, 나의 아이템은 어떤 옷을 입고 확장될 수 있는지 진심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창업의 모든 과정의 정확한 명제이고, 내가 창업을 하는 명분이 되어 줄 것이다.   




  

창업은 쉽지 않다. 작은 점포 하나 유지도 역시 쉽지 않다.

창업 후 5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야 창업이라는 것을 조금 이해하게 된 나는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고 미래도 역시 불분명하다.

하지만 확실한 하나는 나는 나의 아이템의 확장성을 고민하며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스토리를 여전히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나는 아직 생존할 여지가 있음이 아닐까.     


당신은 지금 다시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가? 또는 할 마음을 먹고 있는가?

그렇다면 과거는 잊길 바란다.

완전한 새내기의 자세로 차근차근 배워나가길 바란다.

이대 아니라 서울대를 나와도, 창업은 결코 만만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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