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이 되고서야 정말 잘 살고 싶었졌다.
행복에 조건이라는 것이 있을까?
하지만 이런 저런 책을 보고 생각해보면 조건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행복에 조건이 있다면, 어쩌면 우리는 행복하기는 영 글러먹은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사람이 한 생을 살면서 가장 많이 추구하는 것이 행복인데,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뭘 가지고 있냐를 생각하면 가진 것이 없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얼마 전, 쇼펜하우어와 공자를 읽었다.
서양 철학가 중 가장 현실주의자라는 쇼펜하우어. 동양 철학가 중 가장 위대하다는 공자.
그들은 삶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삶은 고통의 연속이다.
이것이 그들이 내린 결론이다.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고통이 반복되는 인간의 삶.
대체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렇다.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삶이 우리가 사는 궁극적인 목적일 수는 있지만, 행복이라는 것이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인간은 행복감과 안정을 느끼는 것이었다.
이 무슨 속된 발언이냐고 혀를 찰 수도 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너무나 맞는 조건이다.
사람이 몸이 아프게 되면 만사가 귀찮아진다. 다행이 나을 병일 경우 고치면 그만이지만 고치는 동안의 고통과 정신적 우울감은 자신을 나약하게 만들기도 한다. 혹시나 나아지기 어려운 병이라도 걸린다면 삶은 그 자리에서 멈춰 버린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도 건강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 그 속에서 행복을 찾고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 힘들고 슬픈 순간에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 온전히 나의 편이 되어주고 함께 세상의 것들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 보다 더 행복한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부부가 함께 늙어가는 것이 복이고, 진정한 우정을 나눌 친구를 갖는 것이 복인 것이다.
그런 사람 하나라도 죽기 전에 만든다면 그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라는 말도 있다.
혼자서는 살 수 없게 만들어진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공감하고 같은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
사람은 행복의 조건 중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돈????? 돈이 있어야 한다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낙담할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를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들여다 본다면 돈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하는 요소가 된다.
인간사 문제나 불화의 90%는 돈 때문에 생긴다.
경제적 자유만 갖출 수 있다면 어지간한건 사실 다 용서가 된다.
누가 내 차를 긁어도 화는 나겠지만 꼭 찾아서 복수하겠다는 마음보다 얼른 고치고 내가 할 일에 몰두하는 것이 더 이익임을 알게 될 것이고, 가족이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면 마음만 보태는 것이 아니라, 금전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더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런 경우도 보았다. 한 모녀는 남편이 일찍 죽고 많은 유산을 상속 받았는데, 딸이 초등학교때부터 중학교까지 왕따였고 적응이 힘들어 아동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었다. 엄마는 아이를 위해 과감히 학교를 자퇴하고 홈스쿨링을 선택해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지금 딸은 성인이 되어 개인 홈쇼핑을 운영하며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
돈이 없었더라면 자퇴나 홈스쿨링은 선택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딸은 여전히 사회부적응자나 우울감을 가진 성인이 되었을지 모른다.
아무리 위의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 있다고 해도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세 가지 조건이 불충족하더라도 자신을 사랑하는 그 마음이 있다면
건강, 사람, 돈 모두를 얻을 수 있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신체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당연히 노력한다.
살이 찌고, 성인병에 걸리도록 스스로를 내버려둘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늘 꿈이 있다. 꿈을 이루고 버킷리스트를 이루어 내기 위해 몸이 건강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는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선 자신감이 보인다. 사람들은 자석처럼 그런 사람을 따르고 곁에 두고 싶어한다. 그들이 내뿜는 에너지가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긍정적인 면이 많고, 타인에 대한 존중도 함께 있기 때문에 늘 주변에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자기애가 있는 사람들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고 성취감을 느끼며 만족할 줄 안다. 이런 사람은 돈을 벌 수 있는 요소가 많다. 자기애는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있는 면이다.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살면서 우리는 가끔 이기적이 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가족을 배려하고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의 본능은 접어 둔 채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과연 맞는 삶의 방향일까? 그런 삶을 살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그 모습은 누구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차라리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나를 위해 일부의 돈을 쓰고, 나를 위해 좋은 비타민을 챙겨 먹고, 나를 위해 책을 보는 것이 2년 후, 5년 후엔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이다.
나는 엄마다.
아들을 키우며 내가 가장 노력하는 것은, 아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에 올인하기 보다, 나를 위해 내 삶을 위해 공부하고 건강을 챙기려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아들은 어차피 나를 보며 자랄 것이다. 엄마의 온전한 희생으로 아이에게 중압감을 주기 보다, 성장하는 엄마가 되고, 활기찬 엄마가 되어 성장과 건강이 살아가는 데 있어 당연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그것이 내가 선택한 교육 방식이다.
남편이 떠난 후, 나는 더 씩씩하고 더 건강하고 더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그것이 내가 아이에게 건넬 수 있는 삶에 대한 가치와 소중함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행복엔 조건이 있다고 한다.
건강, 사람, 돈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기애.
나는 나를 사랑하는 일부터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첫번째로 건강하기로 했다. 건강을 위해 루틴을 만들고 실천하면서 활력이 생겼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람들의 연락을 받고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살면서 돈이 없어서 우울한 일은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또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엄마를 아이는 늘 보고 있다는 걸 안다.
그것이 내가 해야만 하는 이유가 되어 있다. 아이는 나를 바라보는 가장 무서운 눈이다.
나이 오십이 되고 나서, 명확해지고 심플해지는 가치관과 삶의 방향을 경험하고 있다.
이것이 고집이나 아집이 되지 않도록 더 많은 공부를 하고 겸손할 수 있었으면 한다.
나이 오십. 인생의 반을 살고 난 후 나의 나머지 반이 새롭게 그려질 것이 보인다.
그래서 오십은 행복을 추구하기 딱 좋은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