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여행 이전의 세계
저 멀리 존재하는 것은 언제나 더 찬란하게 빛난다. 그것에 우리들의 소망과 상상이 더해지면 마음 깊은 곳까지 비추는 것이었다. 겨울에 여름을 그리워하듯이, 사랑할 때 이별을 그리워하듯이. 그래서 고등학생 때 창문 너머를 종종 바라보고는 했다. 어른이 아니었을 때 바라본 어른의 세계는 찬란했다. 나의 고등학교는 대학교 캠퍼스 안에 위치해 있었는데, 쇠창살 같은 교문 밖에는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대체 그들은 어디를 가고 있는 걸까? 집-등굣길-학교-하굣길-집을 오가는 나의 직선적인 길과는 달리, 그들의 길은 유려할 것만 같았다. 그때 나는 한 인간이 그리는 움직임의 크기가 세계의 크기였을 것이라고 짐작했던 것 같다. 그래서 늘 그들을 질투했다. 집-등굣길-학교-하굣길-집을 따라 쳐진 울타리 밖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저 멀리 흐릿하게 느껴지는 자유의 정체는 무엇일까? 대답할 수 없는 모호한 질문들이 그 시기, 내 안에서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