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섬

1 도초도를 아시나요?

by 글마중 김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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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역


“언니 도초도로 수국 보러 가자!”


난생처음 듣는 행선지였지만 망설임 없이 좋다고 했다.

동생은 서울에서 나는 서대전에서 케이티엑스를 타고 목포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기계치라 기차표 예매가 순조롭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서대전역을 방문했다.

“목포 가려면 무궁화 타고 익산에서 내려 케이티엑스로 환승해야 합니다.”

이런 제기랄!

대전 사람은 목포 가지 말라는 거야 뭐야?

비합리적 열차 운행에 절로 툴툴거려졌다.

7월 6일 아침이 밝았다.

전국적으로 흐리고 지역에 따라 폭우가 예상된다는 소식이 난무했다.

은근히 걱정됐지만 예정된 여행은 떠나야 했다.

우리나라로 쳐들어오던 태풍이 진로를 일본으로 바꾸어 날씨가 아주 좋았다.

운전한 지 30년 가까이 돼서 오랜만에 기차를 탔다.

그것도 무궁화호!

어릴 때 어머니와 서울까지 다섯 시간 걸리던 기차였다.

만감에 어려 플랫폼에 섰다.

이른 아침이지만 눅눅하고 뜨끈하고 끈적한 공기와 열기가 여행의 설렘을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갑자기 재채기가 나고 콧물이 줄줄 흘러 당황했다.

추저분할 정도로 훌쩍거리며 등에 멘 가방을 앞으로 돌리고 휴지를 찾았다.

어디 처박혔는지 아무리 뒤적거려도 없다.

기차가 들어온다고 노란 선 밖으로 물러서라고 했다.

타이밍 한번 끝내준다.

어쩔 수 없어 마스크를 내리고 화장 솜에 팽!

기차가 쉰 기적 소리를 내며 느리게 들어왔다.

그 옛날 지축을 흔들며 포효하던 그 기상은 어디로 갔을까?

낮아진 기차의 위상이 안타깝다.

잠시 정차한 기차가 심하게 덜컹거리며 출발했다.

생각보다 의자 간격이 넓었고 옆자리에 아무도 앉지 않아 절로 쾌재가 불러졌다.

연산역에는 예쁘게 색칠한 기차 문화체험관이 눈길을 끌었다.


논산의 너른 들판을 기분 좋게 가로지르자 속이 뻥 뚫렸다

어찌어찌 잘하면 지평선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내 땅이 아니어도 배가 불렀다.

이렇게 넓은 논이 있어야 우리가 배부르게 밥을 먹지!

강경 용안 금강 변 드라이브를 하느라 자주 달리던 도로를

기타 안에서 바라보는 기분이 아주 특별했다.

함열 역시 들이 넓었고 익산은 쉽게 지평선이 보여 감동했다.

내가 이토록 지평선을 갈구하는 것은 아주 작은 산골짜기 마을에서 자라서 그렇다.

이 들판이 김제 평야까지 이어지려나?

그랬다. 검색해보니 만경강 건너가 바로 김제 평야였다.

익산역에서 내려 역사를 천천히 둘러보다 아담하고 예쁜 도서관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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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책을 빌릴 수 있다고 했다.

거실 책장에 넘쳐나는 책을 기증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때 중년 남자가 벽면에 숨겨져 있는 스위치를 껐다.

주황색 입체 등이 꺼지자 밝았던 도서관 분위기가 어둑하게 가라앉았다.

직원이 도서관 홍보 중이니 불 끄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남자는 기름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에서 전기를 아껴야지 무슨 말이냐며 상당히 기분 나빠했다.

역장실 어쩌고 하며 둘의 실랑이가 길어질 것 같았다.

익산역에서 목포행 케이티엑스를 탔다.

충전 단자가 있어 무척 반가웠다.

기차 안에서 밀린 브런치 글을 다 읽느라 배터리가 많이 닳아 걱정했었다.

자박자박 걸음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옆자리 주인이 기차에 탄 모양이었다.

상큼한 여름 한 조각이 내 옆에 앉았다.

바로 여동생이었다.

목포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소문난 맛집에 가서 갈치조림을 먹었다.

맛깔난 전라도 음식에 기대가 컸었는데 지나치게 짜서 실망했다.

목포 여객터미널은 아주 깨끗하고 시원했다.

새삼 대한민국이 얼마나 부유하고 살기 좋은 나라인가 실감했다.

여객선을 타고 섬 사이를 50분가량 달려 도초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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