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섬

2. 사랑의 섬 비금도

by 글마중 김범순

도초도 여객선 터미널 근처 숙소에 짐을 풀고 주인 소개로 섬 일주 택시 기사를 소개받았다.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늦어 여동생 내외와 섬은 섬이라며 뒷담화를 했다.

그 말을 인증이라도 하듯 기사는 늦은 것에 대해 한마디도 사과하지 않았다.

택시가 악천후와 비포장도로에도 무리 없이 주행이 가능한 깔끔한 중형 suv라 기분 좋았다.

“날이 더워서 수국 길은 저녁 무렵에 산책하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연도교를 이용해 비금도로 모시겠습니다. 날아가는 새라는 뜻에서 날 비(飛) 날짐승 금(禽) 비금도라 부르고 있습니다. 신안군에는 1004개의 섬이 있으므로 천사의 섬이라고 하며 비금도는 사랑의 섬이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특산물로는 섬초라 불리는 시금치와 품질 좋은 신안 소금이 있습니다.”

진심 어린 안내에 언짢은 감정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

비금도에도 바람이 강해서 돌담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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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가 넘실거리는 산길을 따라 고개를 넘자 바다로 나간 하누를 수천 년 동안 기다리고 있는 넘이의 전설이 깃든 하트 모양의 해변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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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해변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세워진 하트 모형

길가에 현수막이 펄럭였다. 태양광 발전 사업을 허락해준 주민한테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는 한숨을 쉬며 신안 소금이 생산되던 염전이 태양광판으로 뒤덮일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명사십리 해변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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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이 해변을 질주했다.

푸른 하늘, 베일 구름, 갈매기 떼, 얕고 안전한 바다, 아스라한 수평선!

영혼이 푸르게 물들며 하얀 뭉게구름을 피워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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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둑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세워진 대나무 울타리가 나름 운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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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끝 바위너설에 다다르자 청미래덩굴이 우거진 비포장도로를 따라 작은 언덕을 넘었다.

그윽한 한옥 펜션이 보였고 조금 더 내려가 이세돌 기념관 앞에 멈췄다.

나는 꿈에도 몰랐다.

인공지능과 세기의 바둑 대결을 벌인 이세돌 고향이 비금도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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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기념관을 떠났다.

여기저기 소금 마차가 줄지어 서있는 염전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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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소금의 본고장이 비금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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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문 대교를 다시 건너 도초도로 왔다.




3. 도초도 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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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산어보 촬영지에서 인생 샷을 건졌다.


도초도는 우리나라에서 13번째로 큰 섬이다.

당나라 수도처럼 초목이 무성해 도초도(都草島)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비금도 명물인 신안 소금은 점차 도초도에서 생산량이 증가한다고 했다.

기사는 수국이 심어진 도로를 따라 자산어보 촬영지로 간다고 했다.


저 멀리

산과 산이 이어지는 잘록한 능선에 초가집이 보였다.


정약전이 흑산도에서 유배 생활하다 만난 가거댁과 함께 보냈던 집을

도초도에 재현한 것이다.


절묘한 풍경을 찾아낸 드라마 감독의 혜안에 감탄했다.

주차장에서 언덕길을 오를 때 잘 익은 산딸기 유혹을 피할 수 없었다.


기사는 열심히 안내하고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런 틈틈이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를 줍고 뙤약볕에 엎드려 무너진 담을 쌓았다.


도초도 토박이로 젊은 시절 잠깐 도회지에 나갔다 왔다는 그의 고향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었다.

나는 어느새 기사님이라고 깍듯하게 존칭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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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끝난 지 3일 된 수국 테마 공원은 한적해서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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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테마공원 안에 있는 아름다운 화장실 입구 벽면

돌아오는 길에 이세돌 어머니 친정집을 지났다.

도초도에서 태어나 비금도로 시집가서 이세돌을 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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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팽나무와 각양각색의 푸짐한 수국이 어우러진 환상의 십리 길을 걷기 위해

도초도 1등 지킴이 프로 기사님과 헤어졌다.

바람이 불어 나무 그늘을 따라 산책하기 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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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포 천변 둑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 이름은 까먹었다.

산책을 끝내고 포구로 돌아오니 7시 반이 넘었다.

백반과 도초도 특미 간재미무침을 시켰다.

매상 올리는 주 메뉴가 우럭과 장어탕이라 그런지 국물김치도 없고 국은 물론 된장찌개조차 없이 야박했다.

국을 즐겨먹는 우리 셋의 평균 나이는 68.7!

하는 수 없이 밥에 물을 말아 멸치조림과 먹었다.

국물에 주렸던 터라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했다.

딱 하나 있는 슈퍼마켓은 오후 여섯 시 전에 문을 닫았다.

짐을 최소화하기 위해 몇 알의 사과를 빼놓고 온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하는 수 없이 사람들이 소복하게 앉아있는 허름한 카페로 갔다.

그러고 보니 비금도와 도초도에는 과수원이 없었다.

카페가 성업 중인 까닭은 각종 과일 이름이 붙은 주스를 먹기 위해서가 아닐는지?

칼칼한 국물 대용으로 따끈한 차를 들고 바닷가 둑에 걸터앉았다.

바닷바람이 고즈넉하고 얌전한 섬을 마음껏 휘저었다.

그때 도초도 주인은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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