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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중 김범순 Feb 11. 2024

삽화

79. 3박 5일 3화

수련이 피어있는 아련한 연못


골퍼들이 우리나라는 추워서 필드에 나가지 못하니까 태국으로 몰려 기다리는 시간에 지레 지칠 지경이었다그래서인지 둘째 날은 스카이밸리 CC로 데리고 갔다라군 CC보다 필드 관리가 허술했고 우리나라 어디쯤의 습지와 구릉 지대인 듯 낯익은 풍경이었다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연꽃이 핀 작은 연못이 많고 가끔 부겐빌레아 덩굴 끝에 화려한 꽃이 피어 있는 것이었다.  


조롱조롱 달린 열매

우리나라에서 본 듯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나와 아진 짱회장님 내외와 한 조가 되었다카트는 아진 짱이 몰았다소녀 같은 아진 짱은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오솔길을 달릴 때 영화 타이타닉 OST를 부르며 팔을 펼쳤다


등꽃 종류인가? 아니면 말고!


스카이밸리 클럽하우스 

골프장은 별론데 클럽하우스 식당은 훨씬 깔끔했다




회장님 부군은 틈만 나면 나와 아진 샘을 지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늘지 않는 나를 보며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가르치는 마음이 어떤지 잘 알기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골프를 즐기는 회장님은 설렌다며 태국 여행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허리 통증이 너무 심해서 27홀에서 끝내기야 했다. 회장님은 아쉬워 했지만 베짱이 같은 나는 언제나 9홀만 돌면 충분했으므로 뛸 듯이 기뻤다. 

   

마사지 예약과 골프 치지 않은 9홀에 대한 환불을 받기 위해 라군 CC 클럽하우스로 왔다. 어린 직원들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결국은 한국인 팀장이 와서 회장님 내외를 접수하며 말했다한자리밖에 안 남았다고


그도 그럴 것이 마사지 예약은 점심시간인데 그날은 다른 곳에서 먹었기 때문에 못했던 것이다나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지만 짝꿍은 마사지를 굉장히 좋아했다. 어쩌나? 몹시 아쉬웠다한 자리는 혼자 방을 쓰고 있는 장짱으로 예약했다.     


일찌감치 씻고 숙소에서 쉬니까 살 것 같았다


짝꿍이 돌아왔기에 마사지 예약하지 못한 이야기를 했다. 자기 역시 안 받아도 정말 괜찮다고 했다마음이 편해졌다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자 짝꿍이 커피를 마시자고 했다커피 끊은 지 30년 넘는 나. 여유롭게 차 마시며 공감하는 훈훈한 룸메이트로도 실격인 셈 

    

딩동벨이 울렸다

옆 방 박짱이었다.     

  언니우리 대신 마사지받아. 남편이 별로 좋아하는 거 같지 않아.” 

  

결정을 못 하고 어정쩡하게 짝꿍을 보았다짝꿍 얼굴이 환했다그렇게 그날 밤도 마사지를 받았다마사지사는 전날보다 솜씨가 덜했다짝꿍도 그렇단다마사지받는 동안 다리에서 쥐가 났다벌떡 일어나 발가락을 뒤로 꺾고 일어나 걸으며 갖은 손짓 몸짓과 앓는 소리로 의사를 표현했지만 끝내 소통되지 않았다한참 뒤 다른 쪽 다리에서도 쥐가 나서 괴로웠다. 

    

마사지사가 돌아간 뒤 짝꿍이 말했다.

  "박짱이 양보해 줘서 굉장히 고맙네요."

  나는 안 고마운데."

  "아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데요."

  "박짱은 하고 싶으면 어떤 방해 요소가 있어도 물리치고 해내고 마는 사람이거든.”

그 사이 짝꿍은 잠이 들었는지 대답이 없다 

    

그 밤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꼬박 밤을 새우고 번히 날이 밝았다.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 상태로 골프 칠 수 있을까오전에 자고 오후에만 칠까? 오전에 잠 안 오면 그 큰 후회를 어쩌려고내가 언제 또 태국에 오겠냐고그래그냥 나가보자정 힘들면 카트에 앉아 있으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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