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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중 김범순 Feb 27. 2024

삽화

85. 2024년 2월 22일

물이 가득한 대청호 


남편 귀에 좁쌀만 한 사마귀가 돋았다. 그게 조금씩 자라 3년 지난 지금은 콩알만 해졌다. 불편하지 않아 그냥 넘기려 했는데 언젠가부터 베개에 핏자국이 서너 개 찍혔다밤에 뒤척일 때 쓸려 피가 난 것이다 

    

이비인후과에 갔다. 사마귀가 귀 연골까지 침범했을 수 있다며 피검사당뇨 검사엑스레이, CT 촬영을 하라고 했다다른 검사는 한 날 했으나 당뇨약을 복용하기 때문에 CT 촬영은 할 수 없었다.  당뇨약은 조영제와 충돌을 일으켜 촬영 전후 3일씩 중지해야 되기 때문이었다  

   

CT 촬영일에 수술 날짜가 잡혔다.  2024년 2월 22일 목요일 오후 3서둘러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섰다. 차를 몰고 대전 터널을 지나 비룡 교차로에서 대청호 길로 접어들었다겨울비가 많이 와서 물이 가득 찬 대청호를 감상하며 신탄진 보훈병원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야 호!     


넘실넘실 호수 가득한 물바다에 환호했다대청호 수위가 낮아져 경계선이 배꼽아래까지 쑥 내려가 붉은 흙이 드러나면 목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물이 생명의 근원이라 그런가아무튼  

   

신나게 달리고 있는데 멀리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생명체들이 눈에 띄었다.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생명체란 대청호 마산동에 집단 서식하는 거위무리다. 1년 넘게 눈에 띄지 않아 얼마나 궁금했는지 모른다오죽하면 대청호 갈 때마다 못된 놈들이 잡아 처먹었을 거야! 하고 욕을 퍼부었다     


언젠가 만나면 주려고 트렁크에 싣고 다니던 새우깡을 들고 물가로 뛰어 내려갔다. 막상 도착해 보니 물속에 쳐 놓은 울타리 안에 모여 있어 먹이를 줄 수 없었다어떻게 하면 좋을까뾰족한 수가 없어 그냥 불러보기로 했다.


이리 와!”

이 한 마디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거위들이 줄지어 내 앞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언덕으로 올라오기 전에 얼른 새우깡을 군데군데 나누어 놓았다.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하던지 ~♪♬


2024년 2월 22일은 내 인생 기록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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