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신밧드의 모험
신밧드의 모험을 선사한 코코넛 열매
며칠 전 오정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유채와 콜라비, 밀감을 사 들고 나오는데 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코코넛 열매였다. 먹어 본 적이 없어 망설여졌다. 이번 기회에 먹어봐? 아니야, 모험할 필요 없잖아!
코코넛 열매는 농수산시장에서 단 한 번도 팔지 않았었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었다. 전생에 동남아에 살았었는지 야자나무만 보면 전율을 느낄 만큼 좋아하는 나였다.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시동을 걸다 멈추고 과일 가게로 달려갔다.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먹기 좋게 손질한 다섯 개 한 묶음이 단돈 만 원!
집에 오자마자 포장을 벗기고 묵직한 열매를 흔들어보았다. 조금도 출렁거리지 않아 이상했다. 수확한 지 오래돼서 수분이 다 날아갔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남편한테 마셔보라고 했다. 한 모금 마신 남편은 에이! 하며 잔뜩 찡그렸다.
“왜, 맛없어? 썩었어?”
얼른 마셔보았다. 이국적이고 은은한 코코넛 향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마신만큼의 공간이 생기자 그제야 출렁거리는 소리가 났다. 단맛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남편은 고개를 돌렸지만 나는 마실 때마다 모험 떠나는 신밧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야말로 만 원의 행복이었다.